네팔의 젠지가 부러운 이유 [2030의 정치학]

2025. 9. 2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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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생 이동수 세대정치연구소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젊치인 에이전시 뉴웨이즈 이사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네팔의 젊은 세대가 거리와 온라인 서버를 오가며 지도자를 직접 논의하고 선택한 경험은 한국의 현실과 조금 달라 부럽다.

네팔의 대통령은 새로운 총리를 선출하라는 디스코드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했다.

카르키 총리는 '젠지 세대가 요구하는 부패 종식, 좋은 정치, 경제 평등을 수용하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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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88년생 이동수 세대정치연구소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젊치인 에이전시 뉴웨이즈 이사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네팔 재무장관으로 추정되는 남성(빨간색 원)이 시위대에게 도망치다가 한 시민에게 발차기를 맞고 있다. 엑스 캡처

네팔에서 '디스코드'(음성채팅 플랫폼)로 새 총리를 뽑았다는 소식이 들렸다. '젠지 혁명'이라 불리는 네팔의 반정부 시위에서, 젊은 세대는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국회와 법원이 불타는 상황까지 갔지만 시위대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디스코드 서버에 모여서 사태를 수습할 지도자를 토론했다. 일주일 동안의 투표 끝에 수실라 카르키 전 대법원장을 임시 총리로 선출했다. 네팔 최초의 여성 대법원장인 그는 이제 네팔 최초의 여성 총리다.

네팔의 젊은 세대가 거리와 온라인 서버를 오가며 지도자를 직접 논의하고 선택한 경험은 한국의 현실과 조금 달라 부럽다. 불안정한 일자리와 높은 주거 비용, 기성 정치의 무능에 대한 불신은 한국에서도 제법 크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리더를 토론하고 요구하며 세우는 경험은 거의 하기 어렵다. 선거 때마다 청년의 문제를 듣겠다는 선심성 기획이 만들어지지만, 실질적으로 젊은 세대의 요구를 대의할 인물이나 기구는 등장하지 않는다.

네팔의 대통령은 새로운 총리를 선출하라는 디스코드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했다. 카르키 총리는 '젠지 세대가 요구하는 부패 종식, 좋은 정치, 경제 평등을 수용하겠다'고 말한다. 디스코드를 통해 익명의 투표를 거쳐 총리를 뽑는 게 성숙한 민주주의 절차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거리의 요구가 휘발되지 않고 대의할 인물을 교체해 냈다는 경험이 남았다. 다음 의회는 어떤 인물로 구성해야 할까. 네팔의 젠지는 이 질문을 시작했다.

광장과 거리의 열기는 결국 누가 이 문제를 대의할 건지, 제도 안에서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가 어떻게 작동되게 만들 건지 등 인물 교체와 의사 결정 구조의 변화로 귀결된다. 대만은 이 과제를 제도화 했다. 30대 장관 오드리 탕은 60대의 총통을 멘토링 했다. '역멘토링'은 정부 전체로 확산됐다. 대만 내각에는 35세 미만으로 구성된 청년자문위원회가 있는데, 이들의 제안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진다. 지금의 대만은 '내가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젊은 시민의 의식이 가장 높은 나라이자 국회의원 4명 중 1명(28%)이 30대·40대인 나라가 됐다.

우리가 겪어 보지 못한 장면이 여기 있다. 한국도 광장의 역동을 경험한 나라다. 하지만 거리의 분노는 기존의 인물과 정당, 정부와 의회의 구조로 수렴됐다. 정부와 의회가 더 다양한 시민을 대의할 수 있는 구조가 되려면 어떤 모델로 변화해야 하는지, 정당은 어떻게 다음 세대 리더를 길러서 유권자에게 공급할 건지, 우리 사회가 어떤 문제를 극복하며 미래 전략을 세울 건지 새로운 모델을 아직 찾지 못했다.

우리가 해야할 질문이 여기 있다. 헌법은? 선거는? 정당은? 정부는? 의회는? 이대로 두어도 괜찮을까. 내 미래를 지금의 정치에 맡길 수 있을까. 모든 산업은 위기 때마다 조직 모델을 혁신하는데 정치라고 달라야 할까. 선거 때마다 꼬박꼬박 투표하는 유권자로서 지금의 정치가 내가 가질 수 있는 최선의 정치일지 질문하면 서럽다.

우리는 더 나은 의사 결정 모델을 가질 수 있다. 대만의 사례처럼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레퍼런스도 얼마든지 있다. 민주주의의 희망으로 불리는 한국에서 젊은 리더를 더 많이 등장시키기 위해 경쟁하는 외국의 모습을 부러워만 해야 할까. 미래의 정치 모델을 만들 몫은 우리 세대에게 있다.

곽민해 젊치인 에이전시 뉴웨이즈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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