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KTX 호남선’…호남 차별 “더 이상 못 참겠다”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2025. 9. 2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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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경부선 ‘21대’ vs 호남선 ‘1대’…호남은 지금 열차표 예매 전쟁 중
주말 호남선 증편 1일 1대에 불과, 경부선 21대와 ‘대조’…KTX불균형 심각
광주 단체장·의회·시민사회 결의대회 “호남선 명절·주말 증편해야” 강력 요구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비 내리는 호남선'이라는 대중가요는 철도 호남선의 홀대와 소외를 담고 있다. 호남선 열차는 정부의 호남에 대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의 지역차별을 상징한다. 국토의 두 축이 호남과 영남인데도 투자는 영남 쪽에 집중됐다. 경부선은 일제강점기에 복선화가 이뤄졌지만 1968년 착공한 호남선 복선화는 36년만인 2003년에야 완공된 것이 지역차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고속철도의 경우 경부선은 2006년 완전 개통했지만 호남선은 광주 송정역 기준으로만 해도 경부선보다 9년 늦은 2015년에야 개통됐다. 개통 당시에도 호남선은 경부선에 비해 속도는 느리고 요금은 비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문제는 고속열차 시대를 맞았는데도 호남선 소외가 형태만 달라졌을 뿐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이번에는 KTX의 운행횟수와 좌석 수, 열차 구성에서 경부선과 비교했을 때 호남선이 차별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좌석이 많은 KTX-1 배차 등에서 호남선 홀대는 시정되지 않고 있다. 주말 KTX 경부선은 1일 21회 증편 운행하지만 호남선은 단 1회에 그쳐 '좌석난'을 겪고 있다.  

'비 내리는 호남선'이라는 대중가요는 철도 호남선의 홀대와 소외를 담고 있다. 호남선 열차는 정부의 호남에 대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의 지역차별을 상징한다. 이번에는 KTX의 운행횟수와 좌석 수, 열차 구성에서 경부선과 비교했을 때 호남선이 차별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 송정역에 정차해 있는 KTX-산천 열차 ⓒ시사저널 정성환

영호남 KTX 불균형…"경부선과 20배 차이"

이는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균택(광주 광산갑) 국회의원과 광주시가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아 분석한 자료를 종합하면 이런 호남 고속철의 차별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KTX 이용 현황을 비교해 보면 평일 기준 1일 KTX 운행 횟수는 경부선 115회, 호남선은 55회다. 경부선 공급 좌석은 1일 9만9001석으로 호남선의 3만7573석보다 2.6배 많다. 운행 횟수만 하더라도 광주는 대구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인구나 경제 규모가 작은 울산보다 25회나 적었다. 운행 간격도 마찬가지다. 경부선은 운행 간격이 10분인데 비해 호남선은 20분이다. 

특히 KTX 이용객이 많은 주말(금~일)과 피크 시간대 운행 횟수에서 영호남 간 극명한 차이가 난다. 호남선은 주중·주말과 상관없이 13회 운행이 동일하지만, 경부선은 2배 이상인 27회 운행하고 주말에는 31회 운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레일은 호남선의 경우 주중 대비 주말에 1편만을 증편하고 있으나 경부선은 21편을 증편해 무려 20배 차이가 났다. 

하루 중 이용객이 가장 많은 오전 7∼9시, 오후 5∼7시 사이인 이른바 '피크 시간대'에도 경부선은 주말 4회 증편되지만 호남선은 주중과 운행 횟수가 같다. 이로 인해 주말 공급 좌석은 경부선은 1일 11만7947석으로 크게 증가하지만 호남선은 3만8960석에 불과해 주중보다 차이가 더 벌어진다.

영호남 인구 규모를 감안해 평일은 그렇다 치더라도 피크시간 대를 중심으로 명백한 차별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1대당 이용객 수를 보면 차별이 더 극명하게 확인된다. 광주는 169명인 반면 대구는 91명이고 울산은 광주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80여명에 불과했다.

차량 편성에서도 차별이 드러난다. 경부선은 편당 좌석 수가 많은 'KTX-1'과 신형인 'KTX-청룡'을 집중 투입하는 데 반해, 호남선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KTX-산천'이 투입된다. 'KTX-1'은 편당 좌석이 955석이지만, 'KTX-산천'은 편당 좌석이 379석에 불과하다. 경부선 KTX1 비중은 80%대, 호남선은 50%대다. 최신 열차인 KTX청룡도 경부선(주중 2대·주말 4대)과 달리 주중 1대만 운행하고 주말엔 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시 관계자는 "경부선은 주중 운행편의 83.6%, 주말에는 83.7%가 KTX1으로 조사됐다"며 "반면 호남선은 주중 50.9%, 주말에는 53.7%가 KTX1"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주말 호남선 KTX는 평균 이용객이 4만명을 넘어서는 가운데 '좌석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고속철도 '좌석난'의 설움…취소표 줍기 '웃픈' 경쟁도

만성적인 고속철도 좌석난으로 호남 주민들은 주중과 주말 가릴 것 없이 예매전쟁으로 내몰리고 있다. 고속철도 좌석난이 심각해 서울 출장도, 관광객 유입도, 출향인들의 고향 방문도 어렵다. 일부에선 웃픈 '취소표 줍기' 루틴 경쟁도 펼쳐지고 있다.  

업무상 서울 출장이 잦은 김한민(45)씨는 "평일 낮 시간에도 광주송정역에서 서울로 가는 KTX는 매진되기 일쑤다"며 "2~3시간 기다렸다가 좌석을 구하거나 아니면 서서 가는 입석표를 끊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남의 한 지자체 서울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이 아무개씨는 "열차표 예매가 풀리는 한 달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내가 원하는 시간에 가족들에게 갈 수 없거나 월요일 출근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특히 출장이 잦은 직장인과 전남 나주 혁신도시 소재 공기업 직원들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공기업 직원 김아무개 씨는 "평일 오전 9시 전 출장 장소 도착을 위해 호남선 상행 첫차를 이용하는데 일주일 전부터 매진"이라며 "비슷한 시간대라도 정차역이 많거나 배차 간격이 길어 이른 업무에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서울에 거주하는 자녀 집을 한달에 한번 꼴로 찾는 50대 여성 최민희씨는 "일요일마다 내려오는 당일 새벽 일찍 일어나 취소 표가 있는지 확인하는 게 '루틴'"이라고 하소연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좌석 예매에 실패한 시도민과 귀성객들의 분통도 터져 나오고 있다. 화순에서 상경해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이상민(34)씨는 이번 귀향 고속철도 예매에 실패했다. 이씨는 예매기간 코레일 홈페이지에 접속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매진'이라는 두 글자였다. 그는 '예약 취소'된 열차표를 구하거나 5시간 이상 걸리는 고속버스 편으로 고향에 내려갈 작정이다.   

광주의 한 시민은 "영호남 KTX 불균형은 과거부터 불거진 문제지만 달라진 게 없다"며 "비슷한 값을 지불하고 이용하는데 왜 우리 지역민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광주시와 광주시의회, 5개 자치구, 광산구의회, 시민 등 광주 지역사회가 23일 광주송정역 광장에서 'KTX 호남선 차별·불공정 해소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KTX 운행 개선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광주시

"고속철 좌석난 심각…KTX와 SRT 통합 절실"

강기정 광주시장과 5개 구청장은 23일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KTX 호남선 증편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들 단체장들이 호남선 고속열차 증편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연 것은 이런 차별과 불편을 더 이상 감수하기 힘들다는 주민들의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단체장들은 "KTX 호남선은 경부선에 비해 무려 11년이나 늦은 2015년에 개통되면서 지역 차별의 상징이 됐다"며 "이용수요가 많은 주말과 피크 시간대 운행 회수도 영호남 간 극명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말과 피크시간, 명절이라도 좌석이 많은 KTX-1이나 KTX산천 2대를 연결 운행해 좌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며 "서대전을 경유하는 KTX 차량을 호남고속선으로 대체 투입하고 평택~오송 2복선화 완료 시 호남선 선로 용량을 최대 확보하고 차량도 최신 열차를 최대 투입하라"고 촉구했다.

논의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시간대를 좁히며 좌석수도 늘리는 증편과 KTX 산천이나 신형 KTX 대신 좌석수가 2~3배 많은 KTX1 투입이다. 또 하나는 KTX와 SRT를 통합하는 것이다. 

광주 지역 사회와 정치권도 정부와 코레일에 당장 개선을 요구하는 한편 실현 가능한 3단계 해법도 제시했다.

먼저 단기적으로는 주말과 명절, 피크시간대만이라도 좌석이 많은' KTX-1(955석)'을 투입하거나 'KTX-산천(379석)' 열차 2대를 연결(중련열차, 758석) 운행해 좌석 공급을 늘려달라는 것이다. 서대전을 경유하는 열차를 수요가 많은 호남고속 열차에 대체 투입해 줄 것도 요청했다. 

중장기적으로는 평택~오송 2복선화가 완료되는 오는 2028년에 맞춰 호남선 선로 용량을 16회 이상 확보하고, 신규 도입되는 'KTX-청룡(515석)' 열차를 호남선에 우선 배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호남선 KTX 증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민생과제이며, 불공정 운행 해소는 국민 이동권 보장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호남민들의 절실한 요구에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응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권역별 인구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KTX 경부선과 호남선의 주말 증편 운행 횟수는 너무 차이가 크게 난다"면서 "주민 불편이 큰 만큼 우선 주말과 명절 때라도 공급 좌석 차별을 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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