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목욕탕'이 사라진다... 코로나 이후 매년 큰 폭 감소
달라진 목욕문화·코로나 영향 커
손님 줄고 매출 ‘반토막’…운영비 부담
"폐업·업종전환 어려워 버티며 운영"

광주지역 동네목욕탕들이 매출 감소에 따른 운영비부담 등으로 하나둘 자취를 감취고 있다. 아파트 위주의 주거 문화 변화와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목욕 문화로 인해 매출이 갈수록 줄어 폐업과 휴업을 택한 업장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한국목욕업중앙회 광주지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94곳이었던 광주 목욕탕 수는 2021년 176곳으로 확 줄었고, 올해 역시 15곳이 휴폐업해 161곳만이 근근히 버티고 있다.
광주지역 동네목욕탕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평균적으로 매년 10곳 이상 문을 닫았고, 그 이후에도 매출이 좀처럼 오르지 않아 상당수 업장이 현재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북구 운암동에서 16년 동안 목욕탕을 운영한 김모(73)씨는 "과거 코로나 여파로 인해 목욕 문화가 조금씩 달라진 것 같다. 아파트 생활로 목욕 습관이 바뀌면서 요즘은 10명의 손님이 올까 말까 한다"며 "규모가 작은 목욕탕은 매출이 잘 나오지 않으니 운영비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목욕탕 업주 정모(50)씨는 "한 때는 일주일에 손님 600여명이 다녀갔지만, 현재는 200~300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며 "매출도 자연스레 감소하다 보니, 영업을 이어가기 힘든 상황까지 왔다"고 토로했다.
실제, 광주 서구의 한 사우나는 '전기·수도·가스요금 상승으로 인한 이용료 인상' 안내문이 내 걸렸다. 사우나 이용료가 크게 오른 데는 전기와 가스 등 연료비 부담이 대폭 커진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업주 입장에선 목욕탕 요금을 올렸다가 그나마 오던 손님까지 끊길까봐 마음대로 가격을 올리기도 힘든 상황이다.
남구 봉선동의 한 사우나 업주는 "원가 인상을 고려하면 7천원 요금을 9천원으로 올려야 하는데 가격을 올리면 고객이 줄어 들 것만 같아 고민이 크다"고 털어놨다.
전국적으로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목욕장업 현황을 보면 전국 목욕탕 수는 올해 5천688곳이다. 1만여 곳의 목욕탕이 성업을 이루며 최전성기로 불리던 80~90년대에 비하면 거의 반 토막 수준이다.
여기에 집에서 목욕하는 문화가 갈수록 정착되면서 동네목욕탕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2000년대 온수가 나오는 보일러와 욕조가 설치된 화장실이 아파트와 주택마다 생기면서 목욕탕은 점차 설 자리를 잃은 상황이다.
지난 코로나19 영향도 목욕탕 운영에 악재로 작용했다. 한국목욕업중앙회는 코로나 기간 동안 전국에서 목욕탕 1천여 개 업소가 사라진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상황은 이렇지만 폐업이나 업종전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비교적 크지 않다고 분류되는 목욕탕도 폐업 철거시 수천만원에서 1억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
지역목욕탕업계는 목욕탕은 단순한 목욕시설 이상의 기능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목욕탕이 취약계층에 일종의 사회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지자체 등의 행정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천영태 한국목욕업중앙회 광주지회장은 "목욕탕 자체가 콘크리트 등 폐기물처리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어 쉽사리 폐업 및 업종 전환이 어렵다"며 "장사가 안돼 다른 업종으로 전환을 고민하다가도 철거 비용을 생각하면 폐업 조차 하기 힘들 지경이다"고 말했다.
천 회장은 또, "목욕탕 업종은 취약계층과 밀접한 관계를 있다. 목욕탕을 이제 위생서비스 차원이 아닌, 어르신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신체적·정신적 치유시설로 접근해야 한다"며 "지자체가 나서 목욕탕에 대한 적극적이 지원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희망했다.
/박건우 기자 pgw@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