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시간은 벌었지만…65년 서귀포 역사 품은 관광극장 운명은

서보미 기자 2025. 9. 2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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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이 철거되나 보네. 하늘이 뚫려있는 야외극장이라 정말 좋았는데."

지난 22일 서귀포시 서귀동 이중섭거리 중턱에 있는 서귀포관광극장(관광극장) 앞을 지나던 40대 관광객 ㄱ씨가 담벼락에 붙은 철거 안내문을 보며 아쉬운 듯 말했다.

하지만 지난 11일 서귀포시는 건물 붕괴를 비롯한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1960년 준공된 관광극장을 철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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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건축계가 철거공사 막아
제주 서귀포시 서귀동 이중섭거리에 있는 서귀포관광극장. 서보미 기자

“극장이 철거되나 보네. 하늘이 뚫려있는 야외극장이라 정말 좋았는데….”

지난 22일 서귀포시 서귀동 이중섭거리 중턱에 있는 서귀포관광극장(관광극장) 앞을 지나던 40대 관광객 ㄱ씨가 담벼락에 붙은 철거 안내문을 보며 아쉬운 듯 말했다. 올레길 6코스에 있는 관광극장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는 ㄱ씨는 “5, 6년 전인가에도 공연 보러 들렀는데 하늘이 보여 좋았던 기억이 있다. 보존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관광극장 맞은편에서 소품 가게를 운영하는 김영훈씨도 “이곳 토박이인 저에게 극장은 어릴 적 학예회 발표를 하고, 공연도 봤던 친숙한 공간”이라며 “극장이 상권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철거가 안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1963년 당시 서귀읍 최초 극장으로 개관한 관광극장 철거 문제를 놓고 제주 지역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1960년 준공된 민간 관광극장은 영화관·공연장으로 이용되다 1999년 폐업했다. 이후 2023년 12월 지역주민 건의에 따라 서귀포시는 관광극장을 약 27억원에 매입한 뒤, 야외공연장과 전시실 등으로 활용해왔다.

하지만 지난 11일 서귀포시는 건물 붕괴를 비롯한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1960년 준공된 관광극장을 철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5~8월 실시한 정밀안전진단에서 가장 낮은 등급인 E등급(불량)이 나왔다는 이유에서였다. 일단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9m 높이의 야외공연장 벽체를 이달 안에 허물고, 내년에는 관광극장 건물을 부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철거는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지난 19일 공사가 시작됐고, ㄷ형태의 야외공연장 벽체 중 ㄴ형태가 허물어졌다. 소식을 들은 도내 건축사·건축가들은 지난 20일 공사 현장을 방문해 작업을 중단시켰다. 이들은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1960년대 건축물 철거하면서 전문가와 논의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한다.

실제 서귀포시는 문화예술 단체와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설명회를 열었지만, 건축계는 배제됐다. 김지건 공공건축가는 “관광극장에 담긴 장소성(장소의 혼 또는 정신)은 서귀포 원도심 지역에서 독보적이며, 지역성까지 대표한다고도 볼 수 있다”며 “계획을 발표한 지 며칠 후에 바로, 그것도 주말에 철거를 할지는 전혀 몰랐다”고 비판했다.

서귀포관광극장 야외공연장은 9m 높이의 3개 벽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2개의 벽은 철거됐다. 한국관광공사 누리집 갈무리

논란이 일자 서귀포시는 23일 철거 보류를 결정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어제(22일) 건축가들과 간담회를 했고, 그쪽에서 대안을 제시하면 우리가 검토를 해보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그때까지) 철거는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안 논의를 위해 공사를 잠정 중단하는 기간은 약 60일간으로 정했다.

다만 서귀포시가 철거 계획을 백지화한 것은 아니다. 현군출 제주도건축사협회 회장은 “관광극장 바로 옆 이중섭미술관 (시설확충) 공사 과정에 관광극장 외벽에 대한 안전 우려가 있고, 이후 정밀진단과정에서 E등급이 나왔다는 서귀포시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3개 단체(제주건축가협회와 제주건축사협회, 대한건축학회제주지회)가 극장을 안전하게 문화시설로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일단 제안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축물 보강 공사와 리모델링은 어쩌면 신축보다도 어려울 수 있는 작업으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갈 수 있다”면서도 “서귀포시에 있던 1960~1980대 건축물이 거의 다 철거된 만큼 관광극장을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찾겠다”고 덧붙였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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