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고위험군 고령층 "고면역원성 백신 접종 필요"
해외 주요국, 65세 이상 고령층 대상으로 국가 차원 지원 나서

무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고 제법 쌀쌀해졌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지면 감기나 독감에 노출될 수 있어 호흡기질환을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 요즘 감기에 걸려 약국을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감기가 낫지 않아 병원을 방문했다가 인플루엔자(독감) 감염 진단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인플루엔자는 독감이라고 불리는 전염성 호흡기질환이다. 인플루엔자의 임상 증상은 경증에서 중증까지 나타날 수 있다. 심한 경우 폐렴, 심혈관질환, 뇌졸중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의료계에 따르면 매년 적지 않은 환자가 인플루엔자로 병원 신세를 진다. 고위험군에서는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은 면역 노화와 기저질환으로 인해 감염 시 중증화와 사망 위험이 커 단순한 호흡기 감염으로 치부하면 안된다.
송준영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폐렴을 잘 일으킬 뿐만 아니라 급성 허혈성 심질환 악화나 뇌졸중 발생 위험도 높인다"며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입원율과 사망률을 크게 높이는 질환"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2~1월 인플루엔자 유행기에 발열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다수가 감염 환자로 확인되며, 이 시기 입원하는 폐렴 환자의 상당수가 고령층이다.
고령층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질병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국가예방접종사업(NIP)을 통해 65세 이상 고령층에 표준 백신 무료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표준 인플루엔자 백신의 효과가 기대만큼 높지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송 교수는 "국내에서 인플루엔자 백신의 예방 효과를 분석한 HIMM 연구 결과, 백신 균주와 실제 유행 중인 인플루엔자 균주가 일치할 경우 젊은 성인은 50~80%의 예방 효과를 보였지만,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50%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이 폐렴이나 급성 호흡기 감염 같은 중증화와 사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감염 자체를 차단하는 등 예방 효과는 충분치 않다는 얘기다.
고령층에서 특히 예방 효과가 떨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면역 노화다. 40세 이후부터 흉선 위축으로 T세포 생성이 줄고, B세포·수지상세포 기능도 저하되면서 항체 생성 능력이 떨어진다. 65세 이상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뚜렷하다.
의료계는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할 대안으로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을 주목하고 있다. 고면역원성 백신에는 면역증강 백신과 고용량 백신이 있다. 면역증강제 'MF59'를 포함한 면역증강 백신은 항원제시세포를 활성화해 더 강력한 면역 반응을 유도하고, 예방 효과가 더욱 오래 지속된다. 송 교수는 "기존 표준 백신은 접종 후 한 달이 지나면 항체가 감소해 효과가 떨어지지만, 면역증강 백신은 효과가 장기간 유지된다"며 "면역증강 백신은 고령층에서 중증화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감염학회도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통해 면역증강 백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2023년 개정안에서는 65세 이상 고령층에 면역증강 백신과 같은 고면역원성 백신 우선 접종을 권고했고, 2025년 개정안에서는 고형 장기 이식 환자까지 대상이 확대됐다.
고형 장기 이식 환자로 대상이 확대된 배경에 대해 송 교수는 "장기 이식 환자는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크다"며 "연구 결과를 보면 면역증강 백신 접종 시 표준 백신보다 더 높은 면역 반응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투석을 받는 만성 신부전 환자 역시 면역증강 백신 접종군에서 항체 반응률이 20~30% 더 높게 나타났다"고 부연했다.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등 해외 주요국은 면역증강 백신과 같은 고면역원성 백신을 NIP에 포함해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이는 표준 백신만으로는 충분한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국내에서도 고면역원성 백신의 NIP 도입 필요성과 관련해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나 예산이 걸림돌이다.
송 교수는 "경제성을 평가해 보면 접종 비용은 표준 백신보다 높지만 감염자와 입원, 사망을 줄여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예산 확보 방안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확산되는 백신 불신 현상에 대해서도 우려를 전했다. 송 교수는 "온라인을 통해 잘못된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이는 사회적으로 상당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확한 정보 습득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형 매경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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