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골든타임' 잡으려면 건강기능식품 의존 말고 전문 의약품으로 관리를

2025. 9. 2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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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의료진 개입과 치료 미루면
중증도 치매로 이어져 유의
은행잎 추출물 효과 있지만
건기식 함량, 의약품의 절반
전문 약품 적정량 복용 필수
게티이미지뱅크

누구에게나 '치매 공포증'(dementia phobia)이 있다. 65세 이상 국내 치매 환자는 이미 100만명을 넘어섰다.

치매는 알츠하이머병, 뇌혈관성, 루이소체형, 전두측두엽형, 파킨슨병형 등 종류가 많지만 알츠하이머병이 전체 치매의 약 60% 이상을 차지한다.

치매라는 단어는 환자에게 수치심을 준다며 '인지기능장애' 또는 '인지증'이라고도 불린다.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질병이 아니다. 치매는 주관적 인지저하(SCD), 경도인지장애(MCI), 그리고 치매로 이어지는 점진적인 연속선상에 있으며 각 단계에서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 주관적 인지 저하는 환자 스스로가 기억력 저하를 느끼지만 객관적인 검사에서는 정상으로 나오는 초기 단계이며,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 저하가 객관적인 검사에서도 확인되지만 일상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만약 이 단계에서 체계적인 관리를 시작하지 않으면, 결국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치매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MCI 환자는 통계마다 약간 차이가 있지만 매년 약 10~15%가 치매로 진행된다. 정상 노인의 치매 진행률이 1~2%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다. 이 때문에 치매의 '골든타임'은 바로 경도인지장애 단계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문제는 많은 사람이 경도인지장애 증상이 나타났을 때, 병원 대신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한다. 이들 제품은 의약품과 유사한 형태와 명칭으로 소비자를 현혹하기 쉽지만, 본질적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목적의 의약품과는 다르다. 건강기능식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기능성'을 인정받은 '식품'이며, 표기 문구 역시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과 같이 모호한 표현에 그친다. 반면, 의약품은 엄격한 임상시험을 거쳐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후 질병의 '치료' 목적으로 승인된다. 따라서 인지기능 저하를 치료하기 위해선 반드시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통해 약물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의료진의 전문적인 개입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다시 한번 제기됐다. 최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대한치매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초고령사회 치매 예방과 치료, 미래 대응 방안 심포지엄'에서 최호진 한양대 구리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 영양제나 건강기능식품이 범람하는 현 상황에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전문적인 치료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열되는 뇌기능 개선제 시장, 올바른 예방법은'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최 교수는 "경도인지장애, 치매 등 인지기능 저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의료진이 개입해 전문 치료를 포함한 체계적 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 성분의 건강 제품을 복용하는 것으로 예방하기 힘들다"고 경고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의료진의 처방을 통해 사용되는 약물과 건강기능식품의 비교 사례로 은행잎 추출물이 언급됐다. 최 교수는 "은행잎 추출물은 뇌혈류 개선과 항산화, 신경세포 보호 등 다양한 기전을 통해 인지기능 저하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며 "특히 경도인지장애 환자에게서 효과와 안전성과 관련해 다양한 근거가 마련돼 있어 조기 개입의 중요한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신경인지질환 전문가그룹(ASCEND)이 2021년 합의문에서 은행잎 추출물을 경도인지장애 증상 치료의 'Class I, Level A'로 권고한 유일한 약제라는 사실은 그 과학적 근거가 얼마나 탄탄한지를 보여준다. 이는 최고 수준의 임상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강력하게 권고한다는 의미로 독일, 오스트리아, 스페인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도 은행잎 추출물을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증상 관리 약물로 공식 승인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의 용량은 이 둘의 근본적인 차이를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건강기능식품의 은행잎 추출물 함량은 일일 최대 150㎎인 반면, 경도인지장애 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의 용량은 통상적으로 240㎎이다. 이는 수많은 임상시험을 통해 도출된 과학적인 치료 용량으로, 은행잎 추출물의 유효성을 입증한 주요 연구들 역시 대부분 하루 240㎎ 용량을 사용했다.

단순히 비슷한 성분이 함유됐다는 것만으로 건강기능식품이 의약품과 동일한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 교수는 "인지기능 저하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의 증상과 경과를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실제 효과를 낼 수 있는 용량을 사용해야 치료가 가능하다"며 "이와 함께 꾸준한 신체활동과 뇌를 자극하는 인지활동, 그리고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기저질환 관리 또한 치매를 예방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거듭 강조했다.

즉, 치매 예방과 치료는 특정 제품에 의존하는 단편적인 접근 방식이 아닌, 의학 전문가의 진단과 처방 아래 약물 치료를 포함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얘기다. 증상 초기에 의료기관을 방문해 전문가의 상담을 받고, 이를 통해 중증 치매로의 진행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재형 매경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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