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없는 박물관, 10년의 길 위에서] 4. 경기도의 키워드, '생태'를 품다
>>> 프로젝트 영글
잊혀가는 어촌 기억, 예술로 재탄생
오이도, 문화공간 변신 노력 이어져
생태자원 활용 다양한 로컬 굿즈 제작
거리극 공연…환경보전 메시지 전해
>>> 더정원의뜰
치유 농업 통해 지역 가치 재발견
놀이터 꽃 심고 텃밭 가꾸며 활동
지역 콘텐츠 발굴, 자연속 삶 기록

경기도의 지붕없는 박물관은 자연과 사람이 함께 엮어낸 살아 있는 기록이다. 31개 시·군 지역에서 바다와 강, 숲과 마을이 저마다의 풍경과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경기도에서는 기후 위기와 지역 소멸의 그늘 속에서도 삶을 지켜내려는 작은 실천들이 이어졌다.
지역의 주민이자 예술가, 활동가인 주인공들은 잊혀가는 어촌의 기억을 청년들의 시선이 담긴 예술과 문화로 되살려냈고, 숲과 정원을 가꾸며 삭막해진 마을을 삶을 품는 장소로 바꾸었다. 마을의 이야기는 '생태'와 연결되며 새로운 호흡을 얻었고, 경기도의 다채로운 생태 환경은 사람들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자 지붕없는 박물관이 걸어온 길의 원천이 됐다.
▲ '프로젝트 영글'
지난 2022년 시흥 토박이 청년 문화예술인들로 시작한 프로젝트 영글은 과일이 영글어가듯 지역과 문화예술인이 함께 성장해 나가겠다는 포부로 출발한 문화예술 협동조합이다.
프로젝트 영글은 이듬해인 2023년 경기에코뮤지엄 프로그램 '오이도 코밍, 바다에서 사람과 문화를 모으다'와 복합문화공간 '영글공간'을 기획, 운영하며 시흥 지역의 일상을 다채롭게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이들이 지역 안에서도 주목한 곳은 '오이도'다. 시흥의 고유한 분위기를 간직한 오이도는 생태문화자원이 풍부하면서도, 오로지 '관광지'로 소비되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 주거지로서도 문화예술을 향유하기엔 부족했던 오이도를 주민들과 소통하고 함께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변화하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처음 발굴한 주제는 해양자원이자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생태, 즉 '바다'였다. 이들은 해변을 뜻하는 '비치'(beach)와 빗질(combing)을 뜻하는 '코밍'을 더한 비치 코밍에서 착안해, 오이도를 손과 발로, 시간으로 훑으며 사람과 문화를 모으는 '오이도 코밍'을 진행했다.
오이도 해변에서 주워온 조개껍데기와 폐지, 폐유리 등 버려지는 생태 자원을 활용해 다양한 로컬 굿즈를 제작하며 업사이클링 체험을, 2회에 걸친 플로깅 활동 '바다를 지키는 산책'으로 오이도의 해양자원을 문화로 이해하며 환경 보전 메시지까지 전하는 활동이 전개됐다.
프로젝트 영글은 시간이 지날수록 단순히 자연 환경보다는 오이도를 구성하는 모든 것, 오이도의 시간과 역사, 식문화, 관광 등의 모든 요소를 하나의 '생태'로 인식하며 말 그대로 오이도 전체를 하나의 지붕없는 박물관으로 만들어 나갔다.
지난해 오이도의 과거와 현재를 발굴하고 보존하기 위해 진행된 오이도 탐구 워크샵 '오이도 ○○찾기'가 대표적이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 오이도를 여행하며 새로운 오이도의 모습을 발견하고, 지역 소상공인, 예술가들과 새로운 굿즈를 개발하며 익숙한 동네를 여행하듯 바라보고, 낯선 동네와는 친해질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활동이었다.


지역 리서치와 인터뷰를 통해 발굴한 오이도만의 이야기들은 거리극 '단독분양 저세계 오이도, 오저도'의 스토리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직접 거리극의 일원이 되어 지명의 유래에서부터 오이도의 역사, 현재 모습까지 탐방하는 코스는 오이도의 이야기가 지역 콘텐츠이자 관광 콘텐츠로 발전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실험해 보는 계기였다.
올해는 '고향'으로서의 오이도를 재발견하기 위한 기록과 아카이빙 활동이 진행 중이다. 우선 어촌 마을이었던 오이도의 과거를 기록하고 옛 마을 지도를 복원하기 위해 원주민들의 구술 자료를 채록하면, 이를 문학적으로 풀어내 지역 예술가와 창작 시로 만드는 과정이다.
연말에는 구술 인터뷰에 참여했던 주민들이 직접 시를 낭독하고 아카이빙 자료를 모아 전시하며 오이도 어업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깊이 있는 오이도의 이야기들을 발굴해 낼 예정이다.
최진영 프로젝트 영글 협동조합 이사장은 "활동하며 만나는 지역 주민들, 상인들이 오가며 정답게 인사를 건네고, '오이도에서 청년 예술가들이 무언가 활동을 진행하고 있구나' 알아주고 계셔 변화를 체감한다"며, "주민들과 같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며 지역에서 탄탄한 동료, 믿음직스러운 이웃이 생기는 기분이다. 이런 관계들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어가며 오이도의 다양한 면모를 알려 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더정원의뜰
풍부한 생태자원과 역사자원을 품은 남양주에서 '정원'을 매개로 활동하고 있는 ㈜더정원의뜰은 삭막한 도농복합 도시에서 생태 활동과 치유 농업을 통해 주민들과 지역의 가치를 발견해 나가고 있다.
팬데믹으로 사람과의 거리가 유난히 멀어졌던 2020년, 동네 버려진 놀이터에 꽃을 심고 텃밭을 가꾸며 시작한 활동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홍유릉' 유적지를 곁에 둔 거점 공간에서 주민들과 정원을 가꾸고, 산책하고, 마을의 생태를 가깝게 느끼며 '지붕없는 박물관'으로 안착해갔다.
특히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 주민들과 교류하며 따뜻한 관계를 형성하고, 마음의 치유를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은 자연 속 거대한 지붕없는 박물관을 만드는 핵심 역할을 했다.

먼저, 아이들과 함께하는 와글와글 놀이터는 홍유릉 주변에 조성된 둘레길을 탐색, 탐험하며 지역의 식생을 관찰하고 자연 안에서 신나게 놀 수 있는 기회를 선사했다. 아이들은 멧돼지, 고라니, 너구리 같은 야생동물은 물론 개발의 손길을 벗어나 자연스럽게 형성된 생태 환경을 벗 삼아 여름밤에는 불빛 없는 숲길을 산책하고, 열매가 무르익는 가을엔 자연물을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며 자연에 대한 긍정적인 기억을 경험했다.
아카이빙 스쿨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과 함께하는 아카이빙 체험 프로그램으로, 참여하는 주민과 지역 예술인들이 교류하며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활동이다. 사진 전문가, 어반스케치 작가와 마을을 탐방하는 활동은 그 자체로도 재미를 주지만, 기록하고 그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역에 대해 구석구석 살펴보고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알찬 경험이기도 하다.
직접 식물을 심고 밭을 가꾸며 우리 마을의 자연 생태를 조금 더 가깝게 이해하는 '와글 정원학교'는 바쁜 일상에 지친 마음을 치유하고 여유로운 쉼을 누리게 해준다. 하나의 정원을 가꾸며 가까워진 이웃들은 이전에는 느낄 수 없던 친밀함과 유대감을 느끼며 지역 속에서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연말에 진행하는 '와글와글 아뜰리에'는 1년여간 마을에서 힐링하고 놀고 기록한 내용들을 모아 전시하고 선보이는 성과공유의 장이다. 동시에 예술인들의 공연을 다함께 즐기고 교류하며 다시 한 번 이웃들과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파티의 장으로, '함께하는 마을', '공유하는 지역'을 실현했다.


더정원의뜰은 올해 지붕없는 박물관을 형성해 간 지난 2년의 기록이자 홍유릉 둘레길 안 생태 자원에 대한 아카이빙을 위한 책자를 발간하고, 아카이빙 스쿨 활동을 하며 남긴 계절의 사진들을 실은 사진집을 만들 예정이다.
또, 정원학교에서 허문 벽으로 '개발'과 '보존'의 경계에서 갈등하는 지역의 고민들을 허심탄회하게 나누고, 홍유릉을 배경으로 한 거리극 등을 계획하며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가치를 전파할 예정이다.

정지선 더정원의뜰 대표는 "작지만 교류는 없던 동네가 에코뮤지엄을 통해 이웃들을 만나고 알게 되는 정감 있는 동네로 거듭나고 있다"며, "특히 기록을 통해 마을을 기억하고 지역의 콘텐츠들을 발굴해 나가는 데 의의가 있는 것 같다. 다양한 형태로 자연 속 삶을 기록하며 지붕없는박물관의 범위를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에코뮤지엄은 나에게000이다.
프로젝트 영글
"프로젝트 영글에게 에코뮤지엄은 '돋보기'다. 에코뮤지엄이 아니었다면 오이도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깊게 관계 맺을 수 있었을까 생각한다. 이전에는 단순히 오이도가 관광지로서 사람도 많고 바다도 있으니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을까 생각했다면, 지금은 진심으로 지역의 일원이 돼 이 지역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이야기가 세상에 잘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더정원의뜰
"더정원의뜰에게 에코뮤지엄은 '고향'이다. 사람들에게 나고 자란 고향의 개념이 점차 사라져 가는 시대에 각자의 고향을 되찾으려는 노력이자, 새로운 의미의 고향을 만들어가는 여정이다. 이곳에서 연을 맺은 누구에게든 먼 훗날 우연히 다시 찾을 때에도 그 자리에서 그대로 반겨줄 수 있는, 가슴 한 켠에 자리 잡은 따뜻한 추억이 되어주고 싶다."
/박지혜 기자pjh@incheonilbo.com
※ 이 기사는 경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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