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전설' 품고 위대한 귀환... 천경자 50년 화업 한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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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화가 천경자(1924~2015)의 그림에는 그의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천경자는 베트남 전쟁의 종군화가로 선정돼 그림을 그리기도 했고, 1970∼80년대엔 아프리카를 비롯한 세계 각지를 여행하면서 수많은 그림을 남겼다.
서울미술관을 설립한 수집가이자 천경자 작품에 큰 애착을 두고 있는 안병광 유니온그룹 회장이 이번 전시 기획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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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초상화·여행지 풍경화 등 80여 점

여성화가 천경자(1924~2015)의 그림에는 그의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젊은 시절 아끼던 동생의 죽음과 두 번의 이혼. 화단에서 '왜색'으로 평가 절하된 특유의 채색화. '미인도'로 알려진 작품의 진위 논란까지. 화려한 꽃과 아름답지만 처연한 모습의 여성 초상은 작가의 삶과 성찰을 품고 있다.
천경자 작고 10주기를 맞아 서울 종로구 석파정 서울미술관에서 '내 슬픈 전설의 101페이지' 전시가 24일부터 열린다. 1940년대 후반 초기작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천경자의 화업 중 가장 주요한 장르인 채색화 80여 점을 집대성했다. 2006년 열린 생전 마지막 개인전 이래 최대 규모다.

전시는 오늘날 천경자의 키워드로 알려진 '한'이나 위작 논란보다 당대의 슈퍼스타이자 여성들의 롤모델이던 생전 천경자의 면모를 부각한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여성 초상들은 당당하고 자신의 욕망과 감정에 충실한 독립적 주체로서의 여성으로 재해석됐다. 1973년 현대화랑에서 열린 개인전엔 인사동에서 안국동까지 관람객의 행렬이 이어졌는데, 관람객 대부분은 여성이었다고 한다. 박명자 현대화랑 회장은 "천 작가는 작품과 삶이 일치하는 영화의 주인공 같은 분"이라고 회고했다.

천경자는 베트남 전쟁의 종군화가로 선정돼 그림을 그리기도 했고, 1970∼80년대엔 아프리카를 비롯한 세계 각지를 여행하면서 수많은 그림을 남겼다. 그림뿐 아니라 글솜씨도 좋았기에 그의 여행기는 신문을 통해 연재되고 책으로도 나왔다. 50년 전의 '여행 유튜버'인 셈이다. 문인들과도 두루 인연을 맺어, 시인 노천명의 초상을 비롯한 문예지의 표지를 그렸고 소설의 삽화를 맡기도 했다.

천경자의 여행기가 담긴 신문 지면, 세계 각지에서 찍은 사진과 자녀들에게 전한 우편, 생전에 작품을 직접 소개한 인터뷰 등이 전시돼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12월 6, 7일에는 천경자의 일생을 판소리와 탈춤으로 풀어낸 창작 연극 '슬픈 전설의 화가'도 미술관에서 상연할 예정이다.
서울미술관을 설립한 수집가이자 천경자 작품에 큰 애착을 두고 있는 안병광 유니온그룹 회장이 이번 전시 기획에 동참했다. 안 회장은 23일 열린 언론 간담회에서 "쌓아 올리는 데 평생이 걸리지만 잊히는 데 한순간인 시대에, 천경자의 기억과 가치를 알고 있는 우리가 모른 체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고인이 자극적인 이야기들보다 남겨진 귀한 작품과 유산을 통해 예술인으로 존중받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내년 1월 25일까지.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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