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대전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봉’…특별법서 배제돼 지원 못받아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보관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 발생지인 원자력발전소로 반환되지 못하고 10년째 발이 묶여 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고준위 방사성폐기물법)’이 오는 26일 시행되지만, 대전에 보관 중인 폐기물은 특별법에 따른 지원 대상이 아닌 탓에 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3일 대전 유성구와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유성구 덕진동에 있는 원자력연구원에는 사용후핵연료봉 1699개가 보관돼 있다.
사용후핵연료봉은 원전에서 원자로 가동에 사용하는 핵연료가 연소된 뒤 나오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다. 원자력연구원에 있는 사용후핵연료봉은 1987년부터 2013년까지 고리·한빛·한울 등 전국에 있는 원전에서 핵연료 연구개발과 국산핵연료 성능검증, 손상 핵연료 원인 분석 등을 위해 가져온 것들이다.
장기간에 걸쳐 다른 지역 원전에서 나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 대전으로 옮겨졌지만 이같은 사실은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원 내 사용후핵연료봉 보관 사실은 2016년 국정감사 과정 등을 통해 이슈가 되면서 지역에서 큰 반발과 논란거리가 됐다.
당시 ‘밀반입’ 논란이 일자 원자력연구원은 “사용후핵연료봉 반입 사실은 법적 절차에 따라 규제기관에 의무적으로 보고하고 규제기관 홈페이지 등에도 게시해 왔다”며 “진행 중이거나 진행 예정인 연구 목적 외의 사용후핵연료는 발생지에 반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0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연구원에 보관된 사용후핵연료봉은 단 한 개도 발생지인 원전으로 반환되지 않았다. 연구원은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반환 문제를 논의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아직은 반환 결정과 구체적인 계획 수립 자체가 요원한 상태다.
연구원 관계자는 “10년 전에는 반환 용기와 이송 기술이 부족한 상태였고, 연구개발 과정을 거쳐 2023년에 반환 기술을 확보했다”며 “이후 한수원과 공감대를 쌓아가고 있으나 기술 검증 등을 요구하고 있어 실제 반환이 이뤄지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법이 오는 26일 시행되지만 대전은 법 적용 대상도 아니다. 법이 향후 마련될 폐기물 관리 시설과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 시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다. 대전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인접한 원자력연구원 내에 연구용 원자로가 있고,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도 다량 보관돼 있지만 기존에도 원전 지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실상 법적 사각지대에 있었다. 지역에서 시행하기도 전인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배경이다.

‘유성구 원자력시설 민간환경감시위원회(감시위)’는 최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법 개정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채택해 관련 정부 부처에 전달했다.
감시위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하고 책임 있는 관리를 목표로 특별법이 제정됐음에도 ‘부지내 저장시설’을 원전으로 한정한 것은 반환이 불투명한 4t 이상의 사용후핵연료가 장기 저장된 유성 주민의 불안과 형평성을 외면한 편향된 입법”이라며 “부지내 저장시설에 연구용 원자로를 포함해 원전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형평성 있는 법률 개정을 즉각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감시위 위원장인 정용래 유성구청장은 “고준위 및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인근에 두고 살고 있음에도 유성 주민은 정당한 보상이나 지원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연구시설 인근 지역주민에 대한 안전 확보와 재정적 지원, 감시 권한 등을 강화하도록 정부와 국회에서 지역 의견을 반영한 입법·행정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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