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인터뷰] '시리우스' 이관우 떠나고 첫경기... 안산 선수단은 200% 쏟아내고 라커룸서 '펑펑' 울었다
(베스트 일레븐=안산)

"(이관우) 감독님은 저희에게 최고의 감독님이셨습니다."
안산 그리너스의 주장 이승빈은 충북청주 FC와의 일전을 무승부로 마친 뒤 이관우 전 감독이 이렇게 떠난 것이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감독은 최근 안산 구단으로 갑작스러운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선수단은 지난주 월요일 휴식을 취하고, 수요일 이튿날 오전에 이 소식을 접했다. 멀쩡하게 잘 훈련하다가 날아든 비보에 이 감독은 갑작스럽게 짐을 싸게 되었고, 그의 몫은 홍성요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이어 받았다. 이승빈은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믿기지 않았다. 전날까지 함께 운동 잘 하고 있었다"라며 당시 받은 충격을 전했다.
지난 주말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충북청주전은 홍 감독대행으로 치른 첫 경기였다. 안산 선수단은 전반전 충북청주의 슈팅을 0개로 틀어 막았고, 외국인 내국인 할 것 없이 저돌적으로 상대를 몰아쳤다. 후반전에도 충북청주의 슈팅은 2개에 그쳤다.
울산 현대(현 울산 HD) 유스 출신으로 울산에서 프로 데뷔해 2018년부터 안산 한 팀에서만 줄곧 활약해 온 베테랑 골키퍼 이승빈은 "앞에서 다 해줘서 내가 할 게 없는 경기"라고 충북청주전 동료들의 헌신에 박수를 보냈다.
안산은 이날 14경기 무승을 끊어내진 못했지만, 그래도 7연패 늪에서 탈출하는데는 성공했다. 홍 감독대행도 경기 후 "선수들이 100%가 아닌 200%를 해준 경기"라며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선수단이 투혼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선수단의 정신 무장이 남 다를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이 감독과의 갑작스러운 이별은 선수단에게 미안함이라는 부채로 다가왔다. 홍 감독대행도 경기 후 "너무 죄송스럽다. 코치진이 많이 부족하지 않았나. 그 말씀밖에 못 드리겠다. 못난 코치들이 더욱 더 열심히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승빈의 이야기에 따르면, 선수단은 정말 힘든 일주일을 보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 전 감독은 "프로 세계에서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선수들에게 티를 내지 않았다고. 그러면서 "너희는 선수이기 때문에 선수의 본분을 다해야 한다. 너무 동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는 주장이니 동료들을 잘 추스려 줘라"라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이승빈의 마음은 너무 아팠다고.
홍 감독대행의 언급대로 선수들은 이기지는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승점 1을 따냈다. 리그 7연패의 사슬을 끊어냈다. 12경기 만에 무실점을 연출했다. 이승빈도 "보셨겠지만 정말 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흥분하지 말고 침착하게 잘 해보자고 했는데, 선수들이 오늘 투혼을 보였다고 생각한다"라고 경기를 평했다.
선수단의 억눌렸던 감정은 경기 후에야 터져 나왔다. 이 전 감독부터 코치진, 그리고 선수단 모두가 슬픔을 안고 모든 걸 불살랐던 90분이 지나고 라커룸 안은 눈물바다가 됐다. 이승빈은 "사실 경기 끝나고 선수들이 모두 수건을 뒤집어 쓰고 울고 있더라. 아마도 다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라며 경기 후 라커룸 분위기를 전했다.
이승빈 역시도 눈물을 흘렸고, 인터뷰하느라 꾹 참았던 눈물은 인터뷰 말미에 터져 나왔다. 이승빈은 "안산에 8년 있었고, 이 감독님까지 일곱 분을 모셨다. 다른 경우에는 좀 덤덤하게 받아 들였는데, 이번만큼은 좀 감정이 울컥했다"라며 "그만큼 감독님과 선수단의 신뢰 및 유대관계가 좋았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에 그러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전 감독이 안산 선수단에 어떤 존재였는지 물었다. 이승빈은 "선수들을 위해서 너무 많은 배려를 해주셨다. 고생도 많이 하셨다.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진심으로 우릴 대해주셨다. 우리는 그걸 안다. 우리에게는 최고의 감독님이었다. 다른 선수들도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라고 대답했다.
이 전 감독과 안산 구단은 아직 위약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세상에 어떠한 이별도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지만, '만남'만큼 중요한 게 '이별'이라고 했다. 헤어지는 것도 잘 헤어져야 남는 이에게나 떠난 이에게나 미래가 있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사진=연맹, 베스트일레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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