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한국의 문화 욕구 분출된 ‘경성’… 가장 ‘힙’했던 모습 엮었죠”

신재우 기자 2025. 9. 2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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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중 가장 화려했던 시대가 아니었을까요?" 미술사학자 김상엽(사진)이 묘사하는 1930년대 경성의 모습은 문화와 유흥, 부로 가득하다.

최근 김 작가는 1930년대 제작된 지도와 그 시대의 사진 이미지를 모은 책 '경성풍경'(혜화 1117)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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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성풍경’ 펴낸 김상엽
미쓰코시 백화점·박태원 생가
당시 위치와 사진자료 등 배치

“20세기 중 가장 화려했던 시대가 아니었을까요?” 미술사학자 김상엽(사진)이 묘사하는 1930년대 경성의 모습은 문화와 유흥, 부로 가득하다. 일제강점기의 어두운 시간을 통과하고 있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화려했다. 종로와 명동 일대는 아르데코 양식의 건물과 서양식 호텔이, 을지로에는 미쓰코시 백화점이 생겨났다. 이상과 박태원과 같은 모더니스트들은 그 거리를 거닐며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문학작품들을 내놨다. 예술가와 지식인들은 혜화동의 다방에 모여 교류했다.

최근 김 작가는 1930년대 제작된 지도와 그 시대의 사진 이미지를 모은 책 ‘경성풍경’(혜화 1117)을 펴냈다. 소위 20세기 가장 ‘힙’했던 시대를 구현하기 위해 ‘경성정밀지도’(1933)와 ‘대경성부대관’(1936)을 참고했다. 홍제동부터 명륜동, 종로 일대까지 각 지역의 당시 모습은 물론 그곳이 지금의 어디에 위치하는지까지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최근 문화일보와 만난 김 작가는 “조선 말기와 일제강점기 초반까지 몰려 있던 문화적 욕구가 분출됐던 시기”라며 “식민지근대화론에 기여하는 책이라는 비판을 받을까 두렵기도 했지만 그 당시의 아름다운 거리와 건축물, 말 그대로 그 시대의 상(像)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경성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드라마는 물론 전시와 책까지 문화콘텐츠가 부쩍 늘었다. 책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정식 출간에 앞서 진행된 북펀딩에는 무려 3000만 원이 모였다. 예스24의 올해 펀딩 전 분야 5위, 역대 인문 분야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김 작가는 이 관심이 “일본에 대한 열등감이 사라진 결과”라고 말했다. 일본이 우리보다 우수하다는 ‘콤플렉스’가 사라진 자리에 시대를 온전히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났다.

남대문로1가에서 바라본 종로네거리 방향 전경. 남대문로1가에는 한성은행, 대동생명 등 주요 금융기관이 몰려 있었다. 국제일본문화센터·혜화1117 제공

책을 넘기며 지도와 사진들을 훑어보다 보면 산책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지금은 사라진 근대 건물들을 보면 생경하다가도 아직도 그 자리에 남아 있는 학교 건물들을 보면 반갑다. 그중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위치가 특정된 박태원의 집과 당대 모더니스트들의 아지트였던 낙랑파라다. 그간 대략적인 위치를 알았지만 김 작가가 여러 사진을 대조한 끝에 정확한 자리를 알아냈다. “위치를 알았을 때 기쁘긴 했지만 좌표를 찾는 게 중요한 건 아니였어요.” 김 작가의 목적은 사실 그보다는 낙랑파라 앞의 거리, 그곳에서 담소를 나누는 문인들의 모습이나 집을 나서 청계천을 활보하던 박태원을 상상할 수 있게 된 것이 더 중요하다. “문화 연구자들은 작품이나 작가에게 집중하고 역사학자들은 기록에 집중한다면 저는 그사이 연결점이 되는 작업을 했다고 생각해요.”

개별적인 사진과 이미지는 모호하다. 지도 속 정보는 와닿지가 않는다. 그 두 가지 요소가 만났을 때 ‘장소성’이 생겨난다. 장소성은 우리를 상상하게 한다. 당대 문인과 예술가, 학자들이 모여 나눴을 대화와 식민지 시대에도 화려하게 빛나는 네온사인의 도시를 상상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시대는 우리에게 다가온다.

미쓰코시백화점에서 바라본 남대문로2가 방향. 혜화1117 제공

신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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