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2억 들여 매출 78억… 저예산 신화의 ‘얼굴’ 됐다
상업영화 제작비 평균 100억
촬영 시간은 50~80일에 달해
배우·스태프 ‘최저 시급’ 노동
일부는 러닝개런티·지분 챙겨

순 제작비 2억4000만 원. 개봉 하루 만에 3억 원 이상의 누적매출액 달성. 연상호 사단 스태프 20명으로 12일 하고도 반나절 만에 완성한 장편 상업영화. 박정민, 신현빈, 권해효 등 유명 배우가 노개런티 또는 최소한의 출연료만 받고 합류한 작품. 그런데 현재 박스오피스 1위.
영화 ‘얼굴’을 두고 나오는 각종 수식어다. 하나하나가 예외적이라 이 작고 조용한 영화가 향후 영화계에 일으킬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연상호 감독은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그 사이의 어떤 지점을 구축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이런 제작 방식이 하나의 모델로 자리 잡게 되면 투자배급사들도 앞다퉈 시도해 볼 거라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얼굴’은 22일까지 누적관객 총 75만 명을 기록했다. 누적매출액은 78억여 원에 이른다. 박스오피스 1위 기세를 몰아 머지않아 100만 관객이 들면, 총매출액은 약 104억 원에 이르게 된다. 홍보마케팅비용(P&A)을 제외한 순수 제작비를 기준으로 본다면 수익은 40배를 넘어서게 된다. 역대 제작된 상업영화 중 최고의 ‘가성비’에 해당된다.
바로 이 ‘숫자’들이 ‘얼굴’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또 하나의 요소다. 대체 2억 원으로 만든 영화는 어떤 모양새일까, 궁금해서 관람하는 수요가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계에서 보통 저예산 영화라고 불리는 제작비 규모는 40억~60억 원 선에 형성돼 있다. 액션, 판타지 등 특수효과가 많이 들어가는 장르물을 제외한 상업영화의 평균 제작비는 100억 원 안팎에서 형성된다. 또 상업영화의 평균 촬영 회차는 50~80회차(일)에 이르기에 ‘얼굴’은 평균의 반의반도 안 되는 시간으로 완성한 셈이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2억 원’이라는 금액은 정규분포상 저 왼쪽 끄트머리에 있다”며 “정말 독특한 케이스”라고 강조했다. 이어 “13회차 만에 촬영을 끝낸 것도, 이미 연 감독이 그래픽노블로 원작을 갖고 있기 때문에 무엇을 찍을지 명확해서 가능했다고 본다”고 흔치 않은 비결을 분석했다.
‘연상호니까 할 수 있는’ 계약조건도 이를 가능하게 했다. ‘얼굴’의 배우들과 베테랑 스태프들은 2024년 최저 시급이나 다름없는 출연료를 받았다. 여기엔 그간 연 감독이 쌓아온 필모그래피가 주는 신뢰, 그리고 탄탄한 팬덤에 기댄 해외 판매에 대한 믿음이 뒷받침됐다.
다만 영화가 흥행하면서 주요 배역을 맡은 배우와 핵심 제작진은 러닝개런티에 이어 약속받은 지분도 챙기게 됐다.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어 흥행할 시에는 러닝개런티보다 훨씬 더 확실한 보상이 되는 것이 바로 이 ‘지분 할당’이다. 영화가 거둔 총매출이나 총수익에서 약속된 몇 %를 가져가는 시스템을 말한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각 배우가 지분을 얼마나 가져갈지 등 계약의 내용은 완전히 함구하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도 “보통은 5% 내외로 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편에선 ‘얼굴’의 흥행을 지켜보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한 영화계 인사는 “가장 걱정되는 것이 ‘2억 원으로 저렇게 만드는데, 40억 원 들여 만든 이 영화는 왜 이 정도밖에 안 되느냐’는 무분별한 비교가 생기는 것”이라며 “‘얼굴’은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케이스이고, 홍보마케팅 비용을 합친 총제작비는 당연히 2억 원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연 감독의 실험적 저예산 프로젝트는 한계에 직면한 한국 영화계가 적극적으로 검토해 봐야 할 방식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감독 지망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김지운 감독은 “돈줄이 마른 상황에서 투자자도, 제작자도 모두가 실험에 나서기를 꺼리고 제작 편수도 급감했다”며 “일단 영화 투자와 제작, 관람의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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