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고기서 고기다’ 젊은이 옷에 적힌 문구 불편했는데…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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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문구가 쓰인 윗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을 종종 본다.
한 문장으로 사람의 인생을 정의할 수 없는데, 그 티셔츠 문구는 나를 단번에 무지의 늪으로 빠뜨렸다.
이따금 외국어로 쓰인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도 눈에 띈다.
사람마다 인생이 특별히 다른 게 있다고 생각하면 있고, 없다고 생각하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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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문구가 쓰인 윗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을 종종 본다. 일부 직장이나 단체에서는 소속을 표시하거나 단결심을 위해 입기도 한다. 점퍼나 티셔츠에 쓰인 내용에 따라 그 사람의 신분을 가늠할 수 있다. 개인이 취향에 따라 입고 있으면 특이한 문구는 기억에 오래 남는다. 한 문장으로 사람의 인생을 정의할 수 없는데, 그 티셔츠 문구는 나를 단번에 무지의 늪으로 빠뜨렸다.
이따금 외국어로 쓰인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도 눈에 띈다. 그들은 글자 뜻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예전에 젊은이가 외국어로 욕설이 쓰인 옷을 내용도 모르고 입고 다닌다는 신문 보도를 본 적이 있다. 학교에서 배운 외국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잘 알지 못한다. 아무리 시대의 유행이고 멋이라 할지라도 그 단어의 뜻은 알고 입어야 혹시 남들이 물으면 떳떳하게 대답할 수 있을 텐데.
지난 한여름, 어떤 청년이 입고 있던 티셔츠에서 본 글귀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다. “어짜피 인생은 고기서 고기다.” 처음엔 무슨 뜻인지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차피 인생은 거기서 거기다”라는 글을 사투리로 재미있게 표현했다고 생각했다. 사람마다 인생이 특별히 다른 게 있다고 생각하면 있고, 없다고 생각하면 없다. 이십 대 초중반인 듯한 젊은이는 희망이 없는 사람인 것 같았다. 어쩌면 선물로 받은 옷이라 버릴 수가 없어 입고 다닌다는 느낌도 들었다. 삶이 힘들어 고통스러운 마음에 비슷한 문구의 옷을 입은 것으로도 보였다.
그는 삶을 아주 쉽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낙천주의자일까. 아니면 어려운 인생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갈까. 청년들이 원하는 직장을 구하기가 어려워 자주 쓰는 ‘이생망’이라는 글자가 갑자기 떠올라 마음이 불편했다. 나 같으면 패배자 비슷한 문구라서 입고 다닐 수 없을 것 같지만, 그는 괘념치 않은 듯싶다. 문구를 해석하는 것도 세대 차이일까. 옷은 입는 사람이 만족하면 좋은 거다. 삶은 정답이 없는 것처럼, 삶의 질도 같을 수 없다.
날이 갈수록 젊은 세대와 틈을 자주 느낀다.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해도 예전에 어렵게 생활한 게 떠올라 교훈적인 말을 많이 한다. 삶의 경험에 따른 주관적인 이야기를 하니 소통이 쉬울 리 없다. 대화에서는 경청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세대 차이를 줄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아이와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옛날 어른들이 내게 했던 말을 무의식중에 똑같이 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 멈칫할 때가 많다.
어차피 인생은 행복이다. 어차피 인생은 사랑이다. 이런 밝고 긍정적인 문구가 적힌 옷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젊은이가 나이 많은 사람의 고리타분한 생각이라고 하면 어쩔 수 없다. 꼰대라고 해도 웃으면서 받아들이고 싶다. 보수적인 사람이라고 무시해도 감수하겠다. 각자 삶이 다른 만큼, 남의 의견도 중요하다.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도 내가 할 일이다.
나는 젊은 세대를 이해하려 노력하면서도 종종 실패의 덫에 걸려들곤 한다. 몇 번의 실패가 인생 전체의 실패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의 가벼운 듯한 태도가 불편했다. 우리는 늘 기쁨과 고통이 반복되는 삶이 계속되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았다. 나약한 건 좌절을 이겨낼 의지력이 부족한 것으로 생각했다. 성공 뒤에는 숱한 실패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으련만. 그런 이유로 티셔츠에 적힌 문장이 내게는 희망 없는 패배자의 변명처럼 느껴졌다. 문장의 표면적 의미 뒤에 숨은 절망을 읽어낸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공상규(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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