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 법창에 비친 ‘몹쓸 어른들’

권혁범 기자 2025. 9. 23.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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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김하늘(8) 양이 교사 명재완(48)에게 살해당한 대전 한 초등학교 앞에 하늘 양을 추모하는 조화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평소와 다름없던 지난 2월 10일, 대전 한 초등학교. 오후 5시께 1학년 김하늘(8) 양은 돌봄 수업을 마치고 미술학원에 가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러나 “책을 주겠다”는 교사 명재완(48)을 따라 시청각실로 들어갔다가 영원히 밖으로 나오지 못했죠. 명재완은 경찰 조사에서 “돌봄 교실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갈 때 ‘어떤 아이든 상관없다. 같이 죽겠다’는 생각으로 맨 마지막에 나오는 아이를 흉기로 찔렀다”고 진술했습니다.

하늘 양의 몸 왼쪽은 온통 흉기 자국이었다고 합니다. 생때같은 딸·손녀를 잃은 부모와 할머니는 가슴을 치며 목메어 울었습니다. 명재완의 자백대로, 하늘 양은 그저 ‘맨 마지막에 나온 아이’일 뿐, 아무런 잘못이 없었죠.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명재완은 이후 하늘 양을 애타게 찾는 가족과 마주쳤지만, 태연하게 거짓말했습니다. 홀로 학교 2층을 돌아보던 할머니가 시청각실 창고 안으로 들어갔고, 몸에 피가 묻은 명재완 뒤로 쓰러진 하늘 양을 발견했습니다. 할머니가 ‘하늘이를 봤냐’고 묻자, 명재완은 “없어요. 나는 몰라요”라고 잡아뗐습니다.

할머니가 가족들에게 전화하는 사이 명재완은 안에서 창고 문을 잠갔습니다. 경찰은 문을 부순 뒤에야 창고로 들어갔고, 결국 하늘 양은 참혹한 모습으로 가족 품에 안겼습니다.

22일 대전지법 형사12부(김병만 부장판사) 심리로 명재완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영리약취·유인 등) 혐의 1심 결심공판이 열렸습니다. 검찰은 명재완에게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명재완은 공판 과정에서 재판부에 86차례나 반성문을 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검찰은 “죄 없는 만 7세 아동을 잔혹하게 살해했고, 비록 반성문을 수십 차례 제출했지만 수사 단계에서 반성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구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명재완이 범행 전 정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나, 딱히 언급할 필요를 못 느낍니다. 그 어떤 변명이나 반성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몹쓸 짓입니다. 합당한 처벌이 이뤄져야겠습니다.

정신 빠진 어른은 명재완뿐 아닙니다. 같은 날 오후 부산지법 형사6부(김용균 부장판사)는 40대 A 씨에 대한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 등 혐의 첫 공판을 열었습니다. A 씨는 지난 1월 친모 B(40대) 씨가 아들 C(17) 군의 팔다리를 묶고 장시간 폭행해 외상성 쇼크 등으로 숨지게 한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습니다.

공소 사실을 보면 지난 1월 3일 오후 6시께 A 씨는 B 씨가 전화를 걸어 “아들을 죽자고 때려 정신을 차리게 하겠다”고 하자, “묶어라. 오늘 진짜 반 죽도록 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B 씨는 C 군의 팔과 다리를 묶고, 입을 테이프로 막은 뒤 나무 막대기와 철제 옷걸이로 7시간가량 때렸습니다. 뜨거운 물을 C 군 허벅지와 무릎에 붓기도 했습니다. A 씨 역시 범행에 함께했습니다. C 군은 다음 날 새벽 3시께 외상성 쇼크로 숨을 거뒀습니다.

공부방을 운영하던 A 씨는 B 씨와 친하게 지내며 ‘이모’로 불렸다고 합니다. 둘은 C 군을 2022년 1월부터 숨질 때까지 여러 차례 학대·폭행했습니다. 한 번에 50~100회씩 때리는 일이 허다했다고 합니다. 2023년 초에는 엉덩이와 허벅지를 100회 이상 맞은 C 군이 급성신부전증으로 한 달가량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습니다. 꽃다운 나이에 숨진 C 군은 어려서부터 반복적 학대를 당하면서 저항하려는 시도 자체를 할 수 없는 심리 상태를 보였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A 씨는 B 씨를 대신해 그의 딸 D(15) 양을 고문했습니다. 지난해 10~11월 친모 B 씨가 D 양의 몸을 잡고, A 씨는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 등에 부었습니다. 지난해 11월~지난 1월에도 커피포트에 끓인 물을 D 양 발등과 등에 붓고, 2021~2022년에는 ‘효자손’으로 손바닥을 때리거나 나무 막대기로 허벅지를 50~100회씩 쳤습니다.

이 못난 두 어른은 이제 자기들끼리 싸웁니다. 이미 1심에서 아동학대살해 혐의로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B 씨는 “A 씨가 평소 아들이 불량하다는 인식을 가지게 했다”며 엄벌을 탄원했습니다. 반면 A 씨는 “범행 당시 그 자리에 없었다”며 자신과 무관하다고 항변합니다. 둘 다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합니다.

부산의 한 어린이집에서 아동을 100여 차례 학대한 전 교사 E 씨도 도 있습니다. 부산지법 형사4단독 변성환 부장판사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E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사실도 22일 보도로 알려졌습니다. 재판부는 학대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은 어린이집 대표에게도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어린이집 교사였던 E 씨는 2022년 3~5월 3, 4세 남자아이 6명에게 107회에 걸쳐 신체·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아동 뺨을 양손으로 때리고, 턱을 잡고 흔들거나 발로 걷어찼습니다. 아이 머리를 강하게 끌어당기거나 팔을 세게 잡은 채 세면대로 끌고 가고, 고성을 지르거나 폭언하기도 했습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고 했습니다. 이들 몹쓸 어른이 이 말의 뜻을 이해하기나 하겠습니까만, 세상 모든 폭력 중 정당화할 수 있는 건 단 하나도 없습니다. 하물며 아이를 상대로 한 폭력이야 더 말할 필요 있겠습니까. 어린 시절 성장 단계에서 당한 학대는 영구적 상처로 남습니다. 그래서 아이는 안정된 가정에서 행복하게 자랄 권리가 있습니다. 별이 된 아이들은 하늘에서나마 행복하기를, 세상에 남은 아이들은 조금씩이나마 회복하기를 소원합니다. 아이들 볼 낯이 없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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