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이야기] ‘몽블랑’…아름다운 알프스 산을 달콤한 밤 디저트에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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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나 광고 분야처럼 창의성을 요구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은 단 음식을 자주 찾는다는 속설이 있다.
밤을 약식·떡에 넣거나 앙금을 밤 모양으로 빚어 만든 율란 등이 있지만 아무래도 생률이나 군밤으로 먹는 일이 흔하다.
유명한 아이스바 '바밤바'의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명절 때나 보던 밤이 이제는 트렌드의 첨단을 달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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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랭에 산처럼 뾰족한 밤크림
눈 덮인 알프스 몽블랑과 닮아
적당한 당분 뇌를 깨우는 효과
디자이너 샤넬 아이디어 짤 때
단골카페 밤케이크로 ‘당 충전’
외국에선 밤 넣은 디저트 인기
‘밤양갱’ 등 국산 상품도 다양


디자인이나 광고 분야처럼 창의성을 요구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은 단 음식을 자주 찾는다는 속설이 있다. 실제로 적절한 당분은 뇌를 깨우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여성의 복식에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온 디자이너 코코 샤넬도 단골 카페 ‘안젤리나’에서 핫초콜릿과 케이크 같은 간식을 즐겼다.
샤넬의 어린 시절은 예상외로 불우했다. 어머니가 일찍 사망한 후 수녀원에 맡겨졌다고 한다. 수녀원에서 배운 재봉기술이 주요 생계 수단이었는데, 부업으로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다 손님으로 만난 청년 장교 에티엔과 사랑에 빠졌다. 샤넬은 연인의 도움으로 프랑스 파리 캉봉거리에 모자 가게를 열고 디자이너로서 새 삶을 시작했다. 치렁치렁한 치마 밑단을 과감하게 잘라내고 몸을 조이는 코르셋 대신 여성이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실용적인 여성용 정장 패션을 선보여 큰 호응을 끌어냈다.
디자이너로 이름을 날릴 때 그는 방돔광장의 리츠호텔에서 34년간 살았다. 그가 머물렀던 스위트룸은 그때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고, 당대 명사들과 사교생활을 하던 샤넬은 짬이 날 때 달콤한 초콜릿과 디저트로 ‘당 충전’을 했을 것이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카페 안젤리나는 밀푀유나 마카롱 같은 디저트로도 유명하다. 샤넬이 특히 좋아한 ‘몽블랑’은 알프스 최고봉의 이름을 딴 케이크로 15세기 이탈리아 요리사가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달걀흰자와 설탕을 섞은 뒤 구워낸 머랭에 산처럼 뾰족한 형태로 생크림을 얹어 눈 덮인 몽블랑의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이후 프랑스인들은 생크림 대신 밤을 이용하는 레시피를 만들어냈다. 오늘날에도 몽블랑 하면 밤 크림이 기본으로 여겨진다. 밤 크림을 쓰면서 케이크 위에 뿌리는 슈거파우더가 흰 눈을 표현하게 됐다. 몽블랑을 만들 땐 크림을 마치 국수처럼 가늘게 짜 올리고 맨 꼭대기엔 시럽에 조린 밤 한조각을 올린다.

밤나무가 많이 자라는 이탈리아 북부와 프랑스 남부에서는 밤을 이용한 디저트가 명물이다. 안젤리나에서도 향이 진하고 식감이 부드러운 밤잼을 판매하고 있다. 밤 하나를 통째로 설탕에 조린 마롱글라세라는 과자도 인기 제품이다. 마롱글라세는 만들기가 꽤 까다롭다보니 값비싼 고급 과자에 속한다. 사용하는 밤 종류도 조금 다른데 밤송이 하나에 밤이 딱 하나 들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밤은 친숙한 열매다. 벼슬과 출세, 다산을 상징해 제수나 차례상은 물론 혼례 때도 약방의 감초처럼 빠질 수 없는 존재다. 그런데 디저트로 만드는 일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밤을 약식·떡에 넣거나 앙금을 밤 모양으로 빚어 만든 율란 등이 있지만 아무래도 생률이나 군밤으로 먹는 일이 흔하다. 유명한 아이스바 ‘바밤바’의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밤 생산지로 유명한 충남 공주에서는 밤막걸리를 판매한다. 또 대한민국 3대 제과명가로 불리는 서울 마포구 ‘리치몬드 과자점’의 밤식빵도 공주 출신 직원이 가져온 밤을 넣고 구운 것이 시작이다. 최근 들어서는 가수 비비의 노래 ‘밤양갱’이 유행하면서 밤맛이 나는 양갱 제품이 큰 인기를 얻었다. 또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권성준 셰프의 ‘밤 티라미수’가 상품화되면서 다양한 밤 요리를 맛볼 수 있게 됐다. 명절 때나 보던 밤이 이제는 트렌드의 첨단을 달리고 있는 셈이다. 식감이 부드럽고 영양이 풍부한 국산 밤은 그야말로 활용법이 무궁무진하며 새로운 레시피를 기대해볼 법하다.

정세진 맛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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