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몇 개 샀을 뿐인데”…2만원 훌쩍 넘겨버린 ‘진짜 이유’

김현주 2025. 9. 23. 06:2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빵집에서 식빵과 크루아상 몇 개만 골라도 2만원은 금세 넘는다.

한국의 식빵(100g 기준)은 703원으로 조사국 중 가장 비쌌다.

글로벌 생활비 통계 사이트 눔베오의 집계에서도 한국의 식빵(500g) 평균 가격은 2.98달러(약 4150원)로 124개국 중 11위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빵·과자류 원료 가운데 국산 비중은 9.7%에 불과하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빵값, 왜 한국만 유독 비쌀까?…구조적 문제에 갇힌 소비자

빵집에서 식빵과 크루아상 몇 개만 골라도 2만원은 금세 넘는다. “이제 빵은 서민 음식이 아니라 사치재”라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빵은 이제 고물가 시대를 체감하게 하는 대표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게티이미지
실제로 한국의 빵값은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도 상위권에 자리한다. 단순히 원재료 가격 상승 때문이 아닌 구조적인 한계가 얽히면서 가격이 쉽게 내려가지 않는 탓이다.

◆세계에서도 비싼 한국 빵값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빵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29로 미국(125), 일본(120), 프랑스(118)보다 높았다.

식빵 가격만 놓고 봐도 차이는 뚜렷하다. 한국의 식빵(100g 기준)은 703원으로 조사국 중 가장 비쌌다.

글로벌 생활비 통계 사이트 눔베오의 집계에서도 한국의 식빵(500g) 평균 가격은 2.98달러(약 4150원)로 124개국 중 11위였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사실상 최고 수준이다.

◆원재료 90% 수입…환율·기후위기 ‘직격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빵·과자류 원료 가운데 국산 비중은 9.7%에 불과하다. 밀, 버터, 설탕 등 주요 원료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때문에 국제 곡물가나 환율 변동, 기후위기 같은 글로벌 변수는 곧바로 국내 빵값에 반영된다.

문제는 반대로 국제 원재료 가격이 하락해도 국내 소비자가격에는 잘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이 “밀값은 내렸는데 빵값은 왜 그대로냐”고 불만을 터뜨리는 이유다.

◆카페·베이커리 구조가 만든 ‘비탄력성’

빵은 더 이상 단순한 주식이 아니다. 카페 디저트, 프리미엄 베이커리 상품으로 소비되는 경우가 늘면서 가격 저항은 약해졌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빵 소비는 식사 대체가 아닌 ‘작은 사치’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며 “브랜드 이미지와 감성 소비가 결합되면서 가격 수용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자영업 구조적 부담도 크다.

높은 임대료, 인건비, 전기세가 제품 가격에 그대로 반영되고, 프랜차이즈의 경우 본사 마진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은 더욱 높아진다.

우리나라는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변수에 취약하다. 게티이미지
전문가들은 “빵값이 비싸다고 해서 모두 자영업자의 이익이 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마진은 줄어드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한국 빵값의 ‘경직성’도 또 다른 원인이다. 원재료 가격이 내려가도 소비자가격은 잘 움직이지 않는 이른바 가격의 비탄력성 때문이다. 경제학적으로는 사치재적 성격을 가진 소비재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 전문가는 “원재료 수입 의존도, 환율, 자영업 구조, 유통 마진이 겹쳐 가격 하방 압력이 작동하기 어렵다”며 “빵은 이미 생필품이 아니라 프리미엄 소비재로 분류돼 가격 저항이 크게 약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왜 가격은 잘 안 내려가나?”…해법은 ‘구조적 개선’

단기적인 할인 이벤트나 가격 통제는 근본 해법이 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원재료 수급 안정과 유통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원재료 공급망 다변화다. 특정 국가나 곡물에 의존하지 않는 수입 구조 확립이 필요하다.

국산 원료 확대도 필수다. 밀·버터·설탕 등 기초 식품 자급률을 개선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본사·유통단계 마진 축소 등 공정 유통구조 확립도 요구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 선진국보다 빵값이 비싸면서도, 소득 대비 부담은 더 크다”며 “빵 한 조각에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고스란히 반영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빵은 더 이상 저렴한 간식이 아니다.

카페 한쪽에서 즐기는 커피와 빵의 조합은 ‘소소한 사치’가 됐다. 그러나 가격이 치솟을수록 소비자는 자연스레 대안을 찾게 된다.

가정용 제빵기나 디저트 구독 서비스, 해외 브랜드 직구까지 새로운 소비 행태가 확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빵값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불만을 넘어 한국 식품산업 구조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소비자의 체감 부담을 줄이려면 ‘빵 한 조각’의 가격 속에 숨은 복합적 문제를 짚어야 할 때라는 게 중론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