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 경주의 미래를 좀먹습니다’해도 APEC 앞둔 경주, 하루 숙박비 14배 폭리
시내 곳곳 ‘바가지 근절’ 현수막에도
숙박업소 대부분 과도한 요금 인상
시 “별도 단속 규정 없어” 속앓이
일부 “단풍철 일반적 시세” 항변도

‘숙박요금 바가지! 경주의 미래를 좀먹습니다’ ‘숙박요금은 투명하게! 경주 바가지요금 근절에 동참해주세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북 경주시 신평동 보문단지 일대에 22일 이같이 쓰인 현수막이 도로 곳곳에 붙었다. 경주시가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숙박비 폭리를 근절하기 위해 지난 주말 주요 도로 20여곳에 붙인 현수막이다.
22일 경주시에 따르면 APEC 행사가 열리는 다음달 27일부터 오는 11월1일까지 시내 숙박업소 대부분이 요금을 올려 받고 있다.
A업체는 평일 기준 5만원인 숙박 요금을 이 기간 1박에 34만원으로, 약 7배 가량 숙박비를 올렸다. B업체도 1박에 3만8000원(할인적용)인 객실을 35만원으로, 평소보다 9배나 가격을 올렸다. 일부 업체는 숙박료를 60만원대로 책정했다가 논란이 일었다. C업체는 5만원대 객실을 64만원으로 14배 가까이 올렸다가 경주시의 협조 요청에 가격을 낮추기도 했다.
주요 관광 이벤트 등과 맞물린 바가지요금 논란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앞두고 여의도 일대에는 1박에 100만원대인 객실이 300만원대로 뛰어 화제가 됐다. 부산에서는 오는 11월 부산불꽃축제가 열리는데, 축제 당일 광안리 해수욕장 인근 숙소의 하루 숙박비는 100만원 안팎으로 최대 10배 가량 뛰었다.
바가지요금을 제재할 뾰족한 수단은 없다. 공중위생관리법에는 ‘숙박요금표를 게시하고, 게시된 요금을 준수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다.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 업주가 새로운 가격을 정해 게시한 뒤 그 요금만 받으면 되는 셈이다. 경주 일각에서는 “단풍철(성수기)인 매년 10월이 되면 숙박요금이 평소 대비 3~4배 가량 오르는게 일반적”이라는 항변도 나온다.
경주시 관계자는 “숙박 플랫폼 등에 과도한 숙박비를 올린 업주를 대상으로 전화를 돌리고 있다”며 “단속 등 별도 규정이 없어 현재로서는 업주들에게 직접 찾아가 적정 가격을 지켜달라고 부탁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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