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유착 의혹’ 한학자 통일교 총재 구속...3대 특검 중 종교계 인사 첫 사례

김현지 기자 2025. 9. 23.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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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선물·권성동 정치자금 의혹’ 前 고위간부와 공모 의혹
“방어권 보장해야” ‘그림자 실세’ 정원주 전 비서실장 구속영장은 기각
국민의힘 당원 집단 가입 의혹 등 수사 탄력...교단, 사과 입장문 발표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윤석열 정권과 통일교가 연관된 '정교유착 국정농단' 의혹을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한 총재는 이날 심문을 마친 후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했다. ⓒ연합뉴스

특검 정국에서 드러난 '정교유착' 의혹의 핵심 인물인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23일 새벽 구속됐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 해병 특검) 가운데 종교계 인사가 구속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 총재는 배우자인 고(故) 문선명 1대 총재 사후 2012년 단독으로 1인자가 된 이후 처음 수사 선상에 오르고 구속된 불명예로 기록됐다.

법원 "한학자 증거 인멸 염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오후 1시30분부터 오후 6시35분까지 한 총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후 한 총재에게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23일 새벽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현행법상 피의자가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경우, 혹은 범죄의 중대성에 따라 구속영장이 발부된다. 

다만 정 부장판사는 같은 날 오후 4시30분부터 오후 8시25분까지 이뤄진 '그림자 실세' 정원주 천무원 부원장(전 총재 비서실장) 관련 영장실질심사 결과 "공범이라는 소명이 부족하고 책임 정도가 (한 총재와) 다르다"고 판단했다. 정 부원장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 정 부원장은 구속은 면했다.

특검팀은 △2021년 12월 '친윤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만나 대선 지원 약속 및 2022년 1월 정치자금 1억원 제공 △2022년 4~7월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1000만원대 안팎의 샤넬 가방 두 개와 6000만원대 목걸이 제공 △2022년 10월 한 총재와 정 부원장 등 교단 고위 간부의 해외 원정도박 수사 첩보 받고 관련 자료 은폐 등 교단 세계본부장(2020~23년) 윤영호씨 관련 사건에서 한 총재와 정 부원장이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윤씨는 권 의원 등에게 캄보디아 메콩강 개발 사업 등 교단 현안 해결을 청탁했다는 게 특검팀이 의심하는 지점이다. 윤씨는 또 대통령실을 비롯한 정치권에 교인을 등용해줄 것을 비롯 여러 사안을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 후 일주일 만인 4월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윤씨와 김 여사 등 관련자들의 공소장에는 윤씨가 2022년 권 의원뿐 아니라 당선인 신분의 윤석열 전 대통령을 독대하고 김 여사와 전화 통화를 한 데에는 한 총재의 승낙 등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교단 1인자 한 총재는 물론, 총재를 대신해 여러 주요 사항을 결정한 정 부원장의 공동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특검팀은 한 총재 등에 대해 사건별 정치자금법 위반,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청탁금지법), 증거인멸교사, 업무상 횡령 등 혐의를 적용해 지난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 총재를 공개 소환(17일)한 지 하루 만이다.

한 총재는 특검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실질심사에서는 "한국의 정치에 관심이 없고 정치를 잘 모른다"고 설명하며 혐의를 대체로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정연합 측 역시 윤씨와 전씨의 청탁 의혹이 불거진 지난 4월부터 줄곧 "윤씨의 개인적인 결정"이라며 선을 그어왔다.

"법원 입장 겸허히 받아들여...국민께 죄송"

그러나 법원이 한 총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특검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특검팀은 이번 구속영장에 명시하지 않은 교인들의 국민의힘 당원 집단 가입 의혹도 조사 중이다. 윤씨가 전씨와 소통하며 권 의원이 당대표로 나섰던 2023년 3월 전당대회 등을 앞두고 교인들을 조직적으로 당원에 가입시켜 당내 선거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정치자금법 위반)이 특검팀 측 시각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일부 당원 명부와 교인 대조 등 관련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서울남부지검이 지난해 전씨 관련 사건을 수사하던 중 드러났다. 검찰은 전씨가 윤석열 정부 출범 전후 윤씨와 소통하며 여러 이권에 개입한 여러 정황을 포착했다. 이후 지난해 말 전씨와 윤씨 등 관련자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고,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출범한 김 여사 관련 특검에 해당 사안이 이첩됐다.

그 과정에서 세계적 종교단체 가정연합 측의 해외 원장도박과 수사 무마 등 여러 혐의가 알려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친윤계' 권 의원 등 정치권과의 결탁 의혹은 특히 정교유착, 나아가 종교단체의 국정농단 논란으로도 번지고 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특검)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올해 82세인 한 총재는 2012년 배우자인 문선명 초대 총재가 사망하자 가정연합의 1인자가 됐다. 한 총재는 '하나님의 독생녀(한 총재 지칭), 하나님과 직접 통하는 존재이자 재림 메시아'라며 새 교리를 내놓았다. 가정연합은 국내를 비롯해 일본 등 해외에 신도를 거느리고 있다.

그러나 한 총재 등 지도부의 미국 라스베이거스 원정도박 의혹이 2022년 11월 일본 '주간문춘'에 보도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놓였다. 한 총재 등 교단 지도부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64억 엔, 우리 돈으로 600억원을 도박에 썼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암살 용의자가 공격을 결행한 직접적 원인은 모친의 가정연합에 대한 과도한 기부라고 주장한 것도 교단으로선 악재가 됐다.

가정연합 측은 한 총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직후 입장문을 내고 "법원의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또 "앞으로 진행될 수사와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규명하고, 이를 계기로 우리 교단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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