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유착 의혹’ 한학자 통일교 총재 구속...3대 특검 중 종교계 인사 첫 사례
“방어권 보장해야” ‘그림자 실세’ 정원주 전 비서실장 구속영장은 기각
국민의힘 당원 집단 가입 의혹 등 수사 탄력...교단, 사과 입장문 발표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특검 정국에서 드러난 '정교유착' 의혹의 핵심 인물인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23일 새벽 구속됐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 해병 특검) 가운데 종교계 인사가 구속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 총재는 배우자인 고(故) 문선명 1대 총재 사후 2012년 단독으로 1인자가 된 이후 처음 수사 선상에 오르고 구속된 불명예로 기록됐다.
법원 "한학자 증거 인멸 염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오후 1시30분부터 오후 6시35분까지 한 총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후 한 총재에게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23일 새벽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현행법상 피의자가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경우, 혹은 범죄의 중대성에 따라 구속영장이 발부된다.
다만 정 부장판사는 같은 날 오후 4시30분부터 오후 8시25분까지 이뤄진 '그림자 실세' 정원주 천무원 부원장(전 총재 비서실장) 관련 영장실질심사 결과 "공범이라는 소명이 부족하고 책임 정도가 (한 총재와) 다르다"고 판단했다. 정 부원장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 정 부원장은 구속은 면했다.
특검팀은 △2021년 12월 '친윤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만나 대선 지원 약속 및 2022년 1월 정치자금 1억원 제공 △2022년 4~7월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1000만원대 안팎의 샤넬 가방 두 개와 6000만원대 목걸이 제공 △2022년 10월 한 총재와 정 부원장 등 교단 고위 간부의 해외 원정도박 수사 첩보 받고 관련 자료 은폐 등 교단 세계본부장(2020~23년) 윤영호씨 관련 사건에서 한 총재와 정 부원장이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윤씨는 권 의원 등에게 캄보디아 메콩강 개발 사업 등 교단 현안 해결을 청탁했다는 게 특검팀이 의심하는 지점이다. 윤씨는 또 대통령실을 비롯한 정치권에 교인을 등용해줄 것을 비롯 여러 사안을 부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씨와 김 여사 등 관련자들의 공소장에는 윤씨가 2022년 권 의원뿐 아니라 당선인 신분의 윤석열 전 대통령을 독대하고 김 여사와 전화 통화를 한 데에는 한 총재의 승낙 등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교단 1인자 한 총재는 물론, 총재를 대신해 여러 주요 사항을 결정한 정 부원장의 공동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특검팀은 한 총재 등에 대해 사건별 정치자금법 위반,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청탁금지법), 증거인멸교사, 업무상 횡령 등 혐의를 적용해 지난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 총재를 공개 소환(17일)한 지 하루 만이다.
한 총재는 특검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실질심사에서는 "한국의 정치에 관심이 없고 정치를 잘 모른다"고 설명하며 혐의를 대체로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정연합 측 역시 윤씨와 전씨의 청탁 의혹이 불거진 지난 4월부터 줄곧 "윤씨의 개인적인 결정"이라며 선을 그어왔다.
"법원 입장 겸허히 받아들여...국민께 죄송"
그러나 법원이 한 총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특검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특검팀은 이번 구속영장에 명시하지 않은 교인들의 국민의힘 당원 집단 가입 의혹도 조사 중이다. 윤씨가 전씨와 소통하며 권 의원이 당대표로 나섰던 2023년 3월 전당대회 등을 앞두고 교인들을 조직적으로 당원에 가입시켜 당내 선거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정치자금법 위반)이 특검팀 측 시각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일부 당원 명부와 교인 대조 등 관련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서울남부지검이 지난해 전씨 관련 사건을 수사하던 중 드러났다. 검찰은 전씨가 윤석열 정부 출범 전후 윤씨와 소통하며 여러 이권에 개입한 여러 정황을 포착했다. 이후 지난해 말 전씨와 윤씨 등 관련자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고,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출범한 김 여사 관련 특검에 해당 사안이 이첩됐다.
그 과정에서 세계적 종교단체 가정연합 측의 해외 원장도박과 수사 무마 등 여러 혐의가 알려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친윤계' 권 의원 등 정치권과의 결탁 의혹은 특히 정교유착, 나아가 종교단체의 국정농단 논란으로도 번지고 있다.

올해 82세인 한 총재는 2012년 배우자인 문선명 초대 총재가 사망하자 가정연합의 1인자가 됐다. 한 총재는 '하나님의 독생녀(한 총재 지칭), 하나님과 직접 통하는 존재이자 재림 메시아'라며 새 교리를 내놓았다. 가정연합은 국내를 비롯해 일본 등 해외에 신도를 거느리고 있다.
그러나 한 총재 등 지도부의 미국 라스베이거스 원정도박 의혹이 2022년 11월 일본 '주간문춘'에 보도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놓였다. 한 총재 등 교단 지도부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64억 엔, 우리 돈으로 600억원을 도박에 썼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암살 용의자가 공격을 결행한 직접적 원인은 모친의 가정연합에 대한 과도한 기부라고 주장한 것도 교단으로선 악재가 됐다.
가정연합 측은 한 총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직후 입장문을 내고 "법원의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또 "앞으로 진행될 수사와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규명하고, 이를 계기로 우리 교단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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