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경남 의료 취약지에 ‘왕진버스’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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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연골이 안 좋아도 병원이 멀고 농사일도 바빠 병원 가는 걸 엄두도 못 내는데 이렇게 직접 의사분들이 찾아와 주니 얼마나 편하고 좋은지 모릅니더."
11일 오전 9시 반경 경남 통영시 도산면사무소 앞에서 만난 주민 차영금 씨(73)는 경남농협의 '농촌 왕진버스'에서 진료를 받고 나오면서 이렇게 말했다.
경남농협·새통영농협·통영시가 진행한 이날 농촌 왕진버스에는 임 씨와 차 씨를 비롯해 도산면 주민 260여 명이 찾아 무상 진료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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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 2시간’ 병원 대신 면사무소서
혈압 등 재고 물리치료-약 처방도
경남농협, 10개 시군까지 늘리기로

11일 오전 9시 반경 경남 통영시 도산면사무소 앞에서 만난 주민 차영금 씨(73)는 경남농협의 ‘농촌 왕진버스’에서 진료를 받고 나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차 씨는 약 1시간에 걸쳐 침 치료와 물리치료, 검안, 구강 검사를 받고 나온 뒤 농협이 준비한 약품 꾸러미를 받아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면사무소 주위에는 진료받기 위한 주민들이 긴 줄을 이뤘다.
차 씨와 마찬가지로 오랜 농사일로 무릎이 좋지 않은 임진근 씨(71)도 이날 농촌 왕진버스에서 각종 진료를 받고 가벼운 걸음걸이로 일터로 향했다. 임 씨는 “도산면에서 통영 시내에 있는 병원에 가려면 왕복 2시간이나 걸린다”며 “교통이 불편하고 의료기관이 부족한 농촌에 사는 고령자에겐 농촌 왕진버스가 천군만마와 같다”고 말했다. 경남농협·새통영농협·통영시가 진행한 이날 농촌 왕진버스에는 임 씨와 차 씨를 비롯해 도산면 주민 260여 명이 찾아 무상 진료를 받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병원에 가고 싶을 때 못 가는 비율인 ‘미충족 의료율’은 경남이 2023년 9.3%로 전국 평균(5.3%)이나 수도권 평균(5.4%)보다 높다. 의료 접근성이 낮은 것.
농촌 왕진버스는 이처럼 의료시설이 부족한 농촌 지역 주민의 의료 공백을 덜기 위해 의료 장비를 갖춘 버스를 이용해 무상으로 진료하는 사업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가 지난해 처음으로 시작해 올해는 전국 90여 시군에서 주민 15만 명을 대상으로 농촌 왕진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다.
농촌 왕진버스에는 20여 명의 의료진이 양·한방 의료봉사를 한다. 또 혈압과 혈당 등 기초진료는 물론 구강 검사, 검안·돋보기 지원, 건강 상담, 약 처방 등 각종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상담부터 처방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한 ‘왕진병원’인 셈이다. 무상 진료에 드는 비용 40%는 국비로, 나머지를 지방자치단체와 농협이 30%씩 부담한다.
의료진의 보람도 상당하다. 이날 한방의료봉사를 나선 엄경희 ‘햇살마루’ 이사장은 “만성 통증을 달고 사시는 어르신들이 ‘이렇게 와 줘서 정말 고맙다’고 속마음을 얘기하시며 좋아하시니 의료진들이 오히려 더 힘을 얻는다”며 “사람이 그리운 주민들의 말동무가 되어 드리는 것도 우리의 일”이라고 했다.
경남농협은 올해 상반기(1∼6월) 합천, 남해, 사천, 통영, 진주 등 5개 시군 12개 지역농협 주관으로 농촌 왕진버스를 운영했다. 진료를 받은 주민은 3120명에 달한다. 하반기(7∼12월)에는 의료취약지역 10개 시군으로 확대해 7000여 명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정영철 경남농협 경영부본부장은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농촌 주민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농촌 왕진버스는 농협만이 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소외된 농민들까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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