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 희망은 베를린 필 지휘자… 절반 이뤘네요”

‘베를린 필하모닉 상임 지휘자.’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면 장래 희망으로 대부분 대통령이나 의사, 과학자를 쓰게 마련이다. 하지만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 김선욱(37)은 그 나이에 대뜸 세계 최고 명문 악단의 지휘자라고 적었다. 베를린 필은 푸르트벵글러와 카라얀,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사이먼 래틀 같은 당대의 명지휘자들이 이끌었던 악단이다. 그는 22일 인터뷰에서 “당시 초등부 콩쿠르에 참가해서 입상하던 무렵이라서 클래식 음악에 한참 빠져들었을 때”라며 “광화문과 강남역 음반점에서도 지휘자 카라얀과 베를린 필 음반을 구해서 듣고 집에서는 연주회 곡목을 혼자서 짜기도 했다”며 웃었다. 열한 살 때부터 예술의전당에서 베레좁스키와 플레트뇨프 같은 러시아 명피아니스트들의 독주회를 관람했던 마니아였기에 어쩌면 자연스러운 귀결일지도 모른다. 그는 “피아노 독주회는 예술의전당 1층 두 번째 줄, 오케스트라는 3층 맨 앞자리를 좋아했다”고 했다.
그가 ‘절반의 꿈’을 이뤘다. 지난 2021년 6월 독일 베를린에서 베를린 필하모닉(지휘 사카리 오라모)과 진은숙의 피아노협주곡을 협연한 데 이어서, 11월 7~9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이 악단의 내한 공연에서 다시 협연자로 선정된 것이다. 김선욱으로서는 베를린 필과의 두 번째 협연이며, 상임 지휘자인 키릴 페트렌코와는 첫 만남이다. 그는 “4년 전엔 코로나 기간이라서 자칫 연주회가 취소될까 봐 막판까지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는 베를린 필에 대해 “‘최고의 프로 선수들’로 구성된 ‘올스타 팀’ 같았다.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만이 아니라 처음 연주하는 낯선 곡도 철저하게 준비하는 직업 정신과 신념에서 많이 배웠다”고 했다.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것이야말로 김선욱의 음악적 강점으로 꼽힌다. 4년 전 베를린 필과의 첫 협연에서 연주한 진은숙의 협주곡은 고난도의 연주력을 요구하는 현대음악 작품이다. 김선욱은 “진은숙 선생님의 협주곡은 어렵게 들리지만 막상 연주하면 첫 세 악장은 한 음도 버릴 음이 없다. 마지막에는 극한의 도전이 기다리고 있지만…”이라며 웃었다. 하지만 현재 세계에서 이 곡을 가장 많이 연주한 피아니스트(10차례)가 됐다.
반대로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19세기 낭만주의 협주곡의 정점으로 꼽히는 슈만 피아노 협주곡을 11월 7일과 9일 두 차례 협연한다. 그는 “브람스와 슈만의 협주곡을 제안했는데, 그중에서 베를린 필에서 슈만을 선택했다. 브람스 협주곡이 교향곡 안에 피아노가 존재하는 느낌이라면, 상대적으로 슈만 협주곡은 실내악을 연주하거나 대화하는 듯한 매력이 있는 곡”이라고 했다.
김선욱은 지난 2006년 18세의 나이로 영국 리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피아니스트로 먼저 세계 음악계에 이름을 알렸다. 지난 2004년 독일 에틀링겐 청소년 콩쿠르와 2005년 스위스 클라라 하스킬 콩쿠르 우승에 이은 ‘3연타석 홈런’이었다. 그는 “어린 나이에 콩쿠르에서 입상하면 ‘나와의 싸움’에서 이긴 듯한 뿌듯함과 용기를 얻지만, 반대로 충분한 대비 없이 갑자기 프로 선수가 된 듯한 막막함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그 뒤 영국 왕립 음악원으로 유학을 떠나서 피아노 대신 지휘를 전공했다. 그는 “어릴 적부터 다니엘 바렌보임이나 정명훈처럼 지휘와 피아노를 겸하는 음악인들이 좋았다. 음악이라는 팔레트의 물감을 단순히 몇 가지만 쓰는 것이 아니라 무한히 사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라고 했다.
또한 “무엇보다 좋아하는 작곡가의 작품을 더 많이 연주할 수 있는 것”도 그가 꼽은 장점이다. 실제로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인 베토벤의 경우에도 피아니스트로는 협주곡과 실내악, 소나타만 연주할 수 있지만, 지휘봉을 잡는 순간 교향곡과 오페라, 종교곡까지 레퍼토리가 확장된다. 실제로 지난해 경기 필하모닉의 예술 감독으로 취임하면서 지휘와 피아노의 겸업(兼業)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휘자로서 베를린 필의 지휘대를 밟는다’는 나머지 절반의 꿈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그는 “예술은 결승점에 골인하는 분야는 아니기 때문에 힘들거나 초조하진 않다”고 했다. 11월 7일과 9일 베를린 필은 슈만 피아노협주곡(협연 김선욱)과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연주한다. 8일에는 협연자 없이 야나체크·버르토크·스트라빈스키의 관현악들을 들려준다. 베를린 필의 이번 내한 공연은 조선일보와 빈체로가 공동 주최하고 현대자동차그룹이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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