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화 스와프는 마지노선"…대미 투자협상 원칙 지지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어제 출국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 방문에 앞서 한 외신 인터뷰에서 대미 투자 협상과 관련해 “(한·미) 통화 스와프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3500억달러를 인출해 전액 현금으로 투자한다면 한국은 1997년 금융위기(글로벌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얼마 전 시사 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요구가 너무 엄격해서) 내가 동의하면 탄핵당할 것”이라고 한 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따른다면 한국 외환·금융시장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이 대통령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우리나라 기업·정부·공공기관 등이 최근 5년간 전 세계에 직접 투자한 액수가 3489억달러다. 한국 외환보유액의 80%가 넘는 금액이다. 애초 정부가 얘기한 보증·대출 형식이라고 해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규모인데, 일본처럼 현금 위주로 투자금을 내놓으라는 미국의 요구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일본의 외환보유액은 우리의 3배 정도인 1조3000억달러다. 더구나 일본은 미국과 무제한 통화 스와프를 맺고 있다. 일본은행이 미국 중앙은행(Fed)에 엔화를 맡기고 달러를 필요한 만큼 가져다 쓸 수 있다. 외환보유액이 단기간에 줄어들어도 시장 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외환보유액이 크게 줄어들거나 시장에서 달러를 대규모로 조달하면 환율 급등으로 금융시장이 단숨에 위기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우리 측이 이런 사정을 설명하고 무제한 통화 스와프 체결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요지부동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소한의 안전 장치인 원·달러 통화 스와프 체결은 우리가 반드시 얻어내야 할 마지노선인 만큼 협상 타결에만 급급할 수는 없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처한 대한민국이다. 어렵게 타결한 관세 협상이 틀어지면 대미 수출이 심대한 타격을 받을 게 분명하다. 그렇다고 미국 측 요구를 그대로 따르면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우려가 크다. 지금으로서는 최대한 버티며 마지막까지 미국을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 ‘제2의 마스가’와 같은 지혜를 발휘해 난관을 돌파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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