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2023년 9월 중순 윤석열, ‘대사나 특사로 보내줄 수 있다’ 먼저 말해”
‘윗선 수사 외압 의혹’ 불거진 뒤
공수처 압박 커지던 때 언급 주목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사진)이 특검 조사에서 “2023년 9월 중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사나 특사로 보내줄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당시는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발생 두 달 뒤로, 수사 외압 의혹이 거세져 정치권에서 이 전 장관 탄핵이 논의되던 때였다. 이명현 특별검사는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을 사실상 대사·특사 자리를 줘 도피시키려 한 게 아닌지 의심한다.
22일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장관은 최근 특검에 출석해 ‘도피성 주호주대사 임명 의혹’ 사건 참고인 조사를 받으며 ‘2023년 9월 중순 대통령 관저에서 윤 전 대통령이 먼저 대사나 특사로 보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대사 임명 가능성을 거론한 시기에 주목한다. 이른바 ‘VIP 격노’를 비롯한 채 상병 사건 관련 의혹이 불거지며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공세가 거세지자 윤 전 대통령이 먼저 이 얘기를 꺼냈다는 것이다. 야당 의원들은 2023년 8월2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이 전 장관에게 채 상병 사건 관련 의혹을 추궁했다. 그해 9월5일 민주당이 이 전 장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고, 엿새 뒤 이 전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 의사를 밝혔다. 이 전 장관은 이튿날인 9월12일 장관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외교부가 이 전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 절차를 무리하게 추진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전 장관이 물러난 다음날 일부 언론은 대통령실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그가 방산 수요가 많은 국가에 대사나 대통령 특사로 파견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의 대화는 이 보도 이후인 9월 중순에 있었다.
그간 특검은 외교부 인사들을 조사해 이 전 장관 인사검증 절차가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전 장관의 ‘귀국 명분용’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지난해 3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가 통상 절차와 달리 ‘국가안보실 주도로 추진됐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 전 장관 측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며 “2023년 9월에는 공수처 수사가 진행된 게 전혀 없었을 무렵”이라며 “이 전 장관 수사가 가시화되지도 않았던 시기의 사안인 주호주대사 임명 건을 수사 회피, 혹은 도피성으로 묶는 것은 무리한 시각”이라고 반박했다.
강연주·최혜린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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