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질병 산재처리 ‘8개월’ 완화되나…정부 선보장 제도 논의
국회예산정책처 등 산재보험 정책토론회서
승인 절차 간소화·선보장 제도 등 도입 논의
처리기관 “선보장·불승인 때 환수기준 있어야”
노동계 “노동자 최소생계비…환수해선 안 돼”

업무상 질병 산재 처리 기간이 평균 8개월가량 걸리면서 노동자 피해가 이어지자, 정부·산재처리기관·노동계가 '산재 선보장 제도' 마련에 머리를 맞댔다. 선보장에는 공감하는 분위기였으나, 선보장 후 산재 불승인 때 환수 여부를 두고는 견해가 달랐다. ▶18일 자 10면 보도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산재보험의 신속성과 공정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자 국회예산정책처, 고용노동부, 김태년·김태선·박해철·박홍배·윤건영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이날 안태훈 국회예산정책처 박사는 특히 산재 처리 기간이 긴 편에 속하는 '업무상 질병'에 신속한 보상이 중요하다고 발제했다. 그러면서 산재 승인에 수개월·수년이 소요되는 이들을 위한 선보장 제도 필요성을 강조했다.
토론 첫 주자로 나선 이원주 고용노동부 산재보상정책과장은 매해 업무상 질병 산재 처리 기간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을 강조했다.
이 과장은 "2020년도 질병처리 건수가 1만 8600건이었는데 2024년 3만 8200건으로 급증했고 처리일수도 228일로 늘어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는 산재처리 기간 단축과 선보장 제도 도입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특별 진찰, 역학조사 등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의학 자문에서 자료가 축적된 직종·사례일 경우 절차를 생략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이밖에 △산재 추정의 원칙 확대 △내년부터 업무상 질병 입증에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를 위한 무료 우선 대리인 제도 시행도 언급했다.
고혁진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국장도 산재 선 보장에 공감했다.
고 국장은 "업무상 질병 산재 신청의 50%를 차지하는 근골격계 질환자는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근로복지공단 병원 특진 대신 공단이 자체 처리하는 식으로 개선했다"며 "처리기간 단축을 위해 업무상 질병 전담팀을 집중 운영하는 등 적극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종란 반올림 상임활동가는 업무상 질병 산재 처리에 평균의 함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평균 산재 처리기간은 7~8개월이나 반도체 노동자들은 산재 승인까지 2~6년이 결렸다는 것이다.
이 활동가는 "산재 처리기간을 법적으로 정해두고 그 기간 내 산재처리기관이 불가피하게 조사를 끝내지 못하면 산재를 선보장해야 한다"며 "유해·위험을 담당하는 하청 노동자·중소 영세사업장 노동자·이주노동자는 더 많이 피해를 입으면서도 권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기에 이들이 적극적으로 산재 신청할 수 있는 길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미향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산재 불승인 노동자 현실을 강조했다. 산재보험을 신청한 후 수개월이 지나 불승인 처리되면 실직·생계 곤란·치료 어려움 등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현 사무국장은 "산재를 신청하는 순간부터 선 보장해달라는 게 대안이었지만, 보험금 회수 문제와 정부 재정 문제를 넘지 못했다"며 "이에 업무상 질병 조사 기간을 60~90일로 법제화하고, 기간을 초과하면 보험급여를 우선 지급하는 형태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다만 선 보장 후 불승인 때 환수하는 부분을 두고는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재처리기관 등은 선 보장 제도 도입 때 불승인에 따른 산재급여 환수 기준 등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재 활동가들은 선 보장한 급여는 최저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이는 반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불승인에 따른 기지급된 산재급여의 일부만 환수하는 기준을 세우면 어떻겠냐는 대안도 나왔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업무상 재해조사 기간 법정화·법정기간 초과 시 보험급여 일부 선지급 제도를 도입하는 안도 적극 마련하겠다"며 "업무와 질병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될 때 산재를 승인받을 수 있도록 산재 입증 부담도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안지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