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청문회' 카드 빼든 민주당, 역풍 우려에도 사법부 때리기 직진
초유의 현직 대법원장 청문회로 사법부 압박

더불어민주당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조희대 때리기'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의 '조희대 청문회'를 30일 열기로 의결하면서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증언대 앞에 세우겠다고 별렀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대법원의 공직선거법 유죄 취지 파기 환송 결정의 적절성을 대국민 청문회를 열어 따져 묻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조희대-한덕수 부적절 회동 의혹 관련 익명의 제보 이외에 추가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며 수세에 몰렸던 여당이 청문회 카드를 빼 들면서 사법부 압박 고삐를 바짝 조이는 모습이다. 다만 사법부를 향한 전방위 공세로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주춤하는 상황이라 민심의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이다.
법사위는 22일 전체회의를 열고 민주당 주도로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관련 긴급 현안 청문회' 실시계획서와 관련 증인 참고인 출석의 건을 거수 표결로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명백한 삼권분립 위반"이라고 거세게 반발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반면 찬성 의사를 피력한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조희대 대법원에서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사법 쿠데타를 저질렀고, 사법부가 대선에 개입한 만큼 국회가 국민들을 대리해 물어야 한다"며 "왜 유력한 대선 후보를 없애려 했는지, 윤석열의 친구의 친구인 조희대가 왜 한덕수를 대통령 후보로 나오게 했는지 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영교, 부승찬 민주당 의원은 익명의 제보를 근거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사흘 뒤인 4월 7일 조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이 오찬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알아서 처리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추가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민주당 지도부도 관련 의혹에 대해 "곁가지"라고 치부하며 발을 빼는 분위기였다. 당장 김병기 원내대표는 전날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관련 의혹 규명 작업에 거리를 뒀다. 조희대 저격수를 자처했던 정청래 대표가 주말에 이어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공격에만 열을 올렸을 뿐, 조 대법원장을 향한 비판 메시지를 내지 않은 것도 신중론으로 선회한 것으로 읽혔다.
조 대법원장이 이날 세종 국제 콘퍼런스 개회식에서 "세종대왕께서는 법을 왕권 강화를 위한 통치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내자 민주당에선 "오만한 궤변"(김현정 원내대변인)이란 비판이 전부였다. 사퇴나 탄핵을 입에 올리던 전과 비교하면 한층 톤이 낮아진 반발이다.
때문에 여권에선 이번 청문회 카드가 사법부의 선제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최후의 압박수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이 위헌 논란이 있는 만큼, 이를 끝까지 밀어붙일 수 없단 점에서 청문회 카드로 조희대 사법부 흔들기에 나서기로 전략을 수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시간을 다퉈가며 하기보다 많은 논의를 통해 국민 공감대를 얻어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이날 "속도는 사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며 사법부에 공을 떠넘겼다.
다만 현직 대법원장을 상대로 청문회를 몰아붙이는 것은 여러모로 부담이다. 여권의 주장대로 새로운 의혹이 규명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되치기를 당할 우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야당은 "삼권분립 침해"라고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사법부를 향한 전방위 공세 이후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는 것도 걱정되는 대목이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검찰개혁만큼이나 사법개혁에 공감하는 여론이 적지 않지만, 당장 확인되지 않은 의혹으로 무작정 사법부를 흔들려는 모습에 국민들은 여권의 오만함과 불안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이지원 인턴 기자 jiwon1225@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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