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커크 추도식과 표현의 자유

김광호 기자 2025. 9. 22.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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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에서 열린 찰리 커크 공식 추모식에 참석한 사람들이 두 손을 높이 들고 찬송가를 따라 부르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보수우파 활동가 찰리 커크의 21일(현지시간) 추도식은 ‘복음주의 부흥회’를 방불케 했다. 생전 커크가 꿈꾼 ‘정교일치’ 신정국가가 잠시 현현한 듯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J D 밴스 부통령 등 정부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예배로 시작된 추도식 내내 10만 군중은 손을 높이 들고 눈을 감은 채 찬송가를 떼창했다. 뉴욕타임스 종교담당 기자는 “정부와 복음주의 예배가 하나로 엮인 이렇게 웅장한 행사는 처음”이라고 했다.

한국 우파들도 커크를 입에 올렸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1일 페이스북에서 “한 젊은 정치인의 비극 앞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를 다시 생각한다”며 커크를 추모했다. “손현보 목사가 구속되는 등 종교와 표현의 자유가 탄압받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도 했다. “미국 자유의 순교자”(트럼프)는 태평양을 건너 ‘표현의 자유’ 상징이 됐고, 부정선거 음모론과 종교의 정치 개입 면죄부로 오용됐다.

헌법은 ‘언론·출판의 자유’(21조)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 표현의 자유가 담화·연설 등 말로 구체화하면 ‘언론의 자유’, 책·신문 등 문서화하면 ‘출판의 자유’가 된다. 동시에 헌법은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21조4항)는 한계도 담고 있다. 이처럼 타인의 인격을 부당하게 모독하는 표현 행위는 자유일 수 없다는 게 근대법의 정신이다.

표현의 자유가 타인의 ‘양심의 자유’(헌법 19조)를 침해한다면 어떻게 될까. 언론이든 출판이든 표현의 자유는 양심의 자유 실현 수단으로 볼 수 있다. 양심의 자유는 한 개인이 양심에 반해 행동하지 않을 권리를 가지는 것이다. 커크는 복음주의 가치관에 입각해 극단의 언어로 여성·유색인종·성소수자를 공격했다. 커크의 유산(?)을 따라 ‘혐오와 억압의 자유’가 더욱 기승을 부릴까 우려된다.

다양성을 부인하는 불온한 시대에 표현의 자유가 제 의미를 잃고 시험대에 서 있다. 당장은 신정국가를 꿈꾸는 이들에 의해서지만, 불온함은 전염병처럼 번져나갈 것이다. 분명한 건 ‘정교일치’ 사회는 인간 역사에서 가장 ‘양심·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던 시간이란 점이다. 종교재판과 마녀사냥이 뒤덮은 중세의 어둠을 인류의 양심은 기억한다.

김광호 논설위원 lubof@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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