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안보 비용 줄일 수 있어… 많은 시너지 생겨 새로운 환경에 적응 필요… 양국 공동 대응하는 노력 중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 회장)이 지난 7월 16일 경주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하계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사진) SK그룹 회장이 한국과 일본이 유럽연합(EU)와 같은 완전한 경제 통합을 이룰 경우 세계 4위의 경제권을 형성, 관세·보호무역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22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최근 한국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검토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CPTPP 가입과 같은 완만한 경제 연대보다는 EU와 같은 완전한 경제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CPTPP는 일본 등이 주도해 2018년 3월 출범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아시아·태평양 11개국이 칠레에서 결성했다.
그는 한일 경제 블록이 될 경우 이점에 대해 “사회적 비용과 경제 안보에 드는 비용도 줄일 수 있고, 국제사회에서 ‘룰 세터’(Rule setter·규칙을 만드는 나라)가 될 수 있다. 많은 시너지가 생긴다”면서 “(한일 양국이 경제 블록을 형성할 경우)미국, EU, 중국에 이어 세계 4위의 경제권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일 간 무역량은 크게 늘었지만, 앞으로는 무역만으로 함께 경제가 성장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이나 반도체가 협력의 대표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공급망 재편과 통상 질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필요가 있고 한일 양국이 공동 대응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SK의 일본 기업과 협력에 대해 “일본 NTT와도 반도체 기술 개발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고 도쿄일렉트론 등과도 많은 교류를 하고 있다”며 “SK는 환경이 조성되면 일본에 더 큰 투자를 할 수 있다. 투자 의사는 명확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발 관세 문제를 의식한 듯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요소가 줄어들 필요가 있다”며, 투자 결정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신문은 이번 인터뷰가 지난 15일 그의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오사카 엑스포) 방문 때 이뤄졌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그간 경제계에서 한일 경제 협력을 강조하며 수년 전부터 한일 경제 블록을 주장해 온 지일파 인사로 꼽힌다. 지난해 5월에는 양국 간 관계를 경쟁보다 협력 대상으로 재인식해야 한다면서,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 에너지·환경, 산업구조 변화 대응 등을 위한 ‘제4 경제블록’을 강조했다.
그는 같은 달 도쿄에서 열린 한일경제인회의 기조연설에서는 과거 활발했던 양국 기업들의 제3국 공동 진출 사업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라는 점을 짚으면서 ‘한일 경제협력 연구 플랫폼’ 구성을 제안하고, 수소 공동구매·관광상품 개발 등 구체적인 사업 예시도 제안한 적이 있다.
특히 ‘같은 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넌다’는 의미를 가진 사자성어 ‘동주공제’(同舟共濟)를 언급하면서 한국과 일본이 함께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당시 “양국이 관세를 전면 폐지하는 완전한 무역 자유화를 시행할 경우 양국 모두 실제 국내총생산(GDP)와 소비자 후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12개 산업 분야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한국은 기계 산업을 제외한 전 산업 분야에서, 일본도 대부분의 산업 분야에서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최근 열린 일본 닛케이포럼 ‘아시아의 미래’ 국제 콘퍼런스에서도 “6조달러(약 8184조원)가 넘는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한·일 경제권을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한·일 경제권’이 필요한 이유로 ‘수출 중요성을 강조하는 모델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를 꼽았다. 그는 “이대로는 양국 모두 세계 무대에서 위상이 추락하고 경제생존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