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에서 서부로 발걸음 옮기다





<동부여정의 끝에서 다시 시작을 보다>
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다시 보스턴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나라 아울렛 같은 매장을 들러서 쇼핑을 했다. 매장은 엄청 넓고 사람들로 붐볐다. 시원한 에어컨은 시간 보내는데 안성 맞춤이었다. 그곳에서 테니스 신발과 운동복을 구입했다. 매이커 인데도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20% 정도 저렴한 가격이다.
보스턴에서 이튿날 새벽, 미국 서부 패키지 여행을 위해서 보스턴 공항으로 이동했다. LA 공항까지 긴 여정을 다시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 하지만 이 여정은 끝이 아니라 삶을 다시 시작하는 속삭임이었다.
"진짜 여행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시작된다."-T.S. Eliot
여행은 인생을 새기게 한다. 여행은 낯선 땅을 걷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의 풍경을 새롭게 그리는 일이다.
새벽인데도 공항은 많은 사람들로 복잡하다. 만난 사람, 떠나보내는 사람, 그 속에 스며든 감동, 인생은 그야말로 만남과 이별의 정거장이다. 그러나 어떤 만남이든지 만남은 그 모든 것이 '삶의 깊이'를 더해 준다. 우리는 더 많이 본 것이 아니라 더 깊이 느꼈기에, 이번 여행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변형이었다.
떠남의 순간, 되돌아오는 그리움, 보스턴 로건 공항에서 새벽 비행기에 몸을 실으며, 창밖 아래로 펼쳐지는 붉은 지붕과 푸른 강, 오래된 건물들이 하나의 수채화처럼 스며들었다. 그것은 마치, 오랜 연애편지를 덮는 마지막 장면 같았다.
손을 흔들며 이별을 고하는 듯한 도시. 나는 그 풍경 속에 내 일부를 두고 떠나는 느낌이었다.
새벽 기차로 도착해서 새벽 비행기로 떠나온 '보스턴'이라는 이름은 이제 나에게 "머무르고 싶은 도시", 그리고 "다시 걷고 싶은 기억"으로 남았다.
사위가 MIT공대 출근을 해야 하기에 우리를 공항에 태워주고 돌아갔다. 다시 우리는 아내와 큰딸과 함께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LA공항에서 도착해서 패키지 여행사 가이드를 만났다. 한국에서 혹은 미국 전역에서 패키지 여행객들이 한곳에 모였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함께 여행하는 중에 친구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미국 동부가 가을 같은 선선한 느낌이라면 미국 서부는 여름같이 무덥고 햇빛이 뜨겁다. 동부지역이 여유롭고 비교적 고요하다면 이곳 서부는 동부지역과 전혀 다른 느낌이다. 모든 여정이 빠르고 바쁘게 지나간다.
<할리우드의 심장부에서 : 돌비극장과 명예의 거리>
미국 서부는 습도가 많고 무덥다. LA는 영화, 문화, 예술, 음식이 어우러진 도시다. 아침 햇살은 은색의 스포트라이트처럼 할리우드 대로를 비추고, 별들이 박힌 보도는 마치 은하수처럼 길게 펼쳐져 있었다. 명예의 거리(Walk of Fame)를 따라 걷다 보면, 이름 하나하나가 작은 별빛처럼 내 발 아래서 반짝인다. 그 이름들 속에는 꿈을 쫓아 이곳으로 온 무수한 예술가들의 희망과 좌절, 그리고 영광의 순간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돌비극장 앞에 서면, 아카데미 시상식의 화려한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살아난다. 황금빛 오스카 트로피를 들고 미소 짓는 배우들의 모습, 플래시 세례와 환호, 그리고 그 뒤에 숨어 있는 끝없는 연습과 노력의 시간까지 느껴진다. 이곳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인류가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기억하고자 하는 욕망의 성전처럼 보인다.
이곳의 거리는 수많은 인종들이 모인 거대한 시장을 방불케 한다. 거리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음악, 춤추는 사람, 물건을 파는 사람, 자기의 재능을 발산하는 사람들 한마디로 정신이 없다. 헐리우드의 복잡하고 화려하고 모순적인 현실, 헐리우드의 화려함 뒤에 숨은 어둡고 외롭고 쓸쓸한 감정은 왜 생기는 것일까?
"당신들이 믿지 못할 것들을 봤다…. 그 모든 순간은 시간 속에 사라질 것이다. 비속의 눈물처럼." (Blade Runner, 1982)
<할리우드 거리 풍경 : 꿈과 현실의 교차점>
거리에는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셀카를 찍고, 슈퍼히어로 복장을 한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어주며 동전 몇 개를 벌고 있다. 영화 포스터와 네온사인은 마치 이 거리가 끝없는 영화 세트장임을 상기시킨다. 할리우드 블러바드는 예술과 상업, 환상과 현실이 뒤섞이는 한 편의 거대한 드라마 같다.
"우리가 걷는 이 거리는 결국 인간이 '영원'을 갈망하는 발자취가 아닐까?"
나는 문득 그렇게 생각했다. 별빛을 밟으며 걷는 사람들의 눈빛 속에는 '나도 저 별 중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망이 담겨 있었다.
명예의 거리를 걸으며 "나도 저별 하나쯤 꿈꿀 수 있지 않을까? 꿈꾸는 바보들에게 건배를!"
<유니버셜 스튜디오 할리우드 : 꿈이 움직이는 곳>
잠시 차를 타고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도착하면, 현실은 다시 영화의 세계로 넘어간다. 입구에서 맞아주는 지구본 로고가 회전할 때, 마치 관객을 다른 차원으로 초대하는 포탈처럼 느껴진다. 스튜디오 투어에 올라타면 실제 영화 세트가 눈앞에 펼쳐지고, '조스'가 물속에서 튀어나오며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놀이기구처럼 즐겁게 번진다.
이곳은 상상력이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공장이다. 꿈을 만들고, 두려움을 연출하고, 감동을 조립하는 곳. 나는 마치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눈을 반짝이며 그 모든 장면을 기억 속에 담아두었다. 이방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
<인문학적 사유 : 할리우드에서 배운 것>
돌비극장에서, 명예의 거리에서,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나는 한 가지를 깨닫는다.
인간은 이야기로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 인생은 고독한 무대 위에서 홀로 연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현실과 이상의 공간이 너무 커다는 것이다.
우리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고, 내 인생의 클라이맥스를 만들기 위해 땀 흘리며 하루를 살아간다. 할리우드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인간의 상상력과 욕망, 그리고 불멸을 향한 열망이 응축된 하나의 신화적 공간이었다.
"사람들은 LA를 천사들의 도시라고 부르지, 하지만 나는 꼭 그렇게 느끼지 않았어."(The Big Lebowski(1998)
할리우드 거리에서 마주하는 현실, 명성과 인간의 욕망, 환상과 상실이 뒤섞인 LA의 진짜 얼굴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
포항명성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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