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효도비 얇아진 지갑…마냥 즐겁지 않다
부모님 용돈·선물비가 절반 이상
작년比 26.4%↑…40대 부담 커

올해 추석 연휴가 최장 열흘에 달하면서 가계 지출 부담이 작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긴 연휴와 물가 상승, 부모님께 드리는 효도 비용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최근 전국 소비자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 추석 지출 계획' 조사 결과, 가구당 평균 지출 예정 금액은 71만2천3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56만3천500원)보다 무려 26.4% 증가한 수치다.
응답자의 86%가 긴 연휴로 경제적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특히 40대의 부담감(71.1%)이 가장 컸다.
세부 항목별로는 부모님 용돈·선물비가 38만6천100원(54.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차례상 비용(29만4천600원) ▲친지·조카 용돈(27만400원) ▲내식 비용(24만7천200원) 순이었다. 가장 부담되는 지출 항목 역시 '부모님 용돈'(22.1%)으로 꼽혔다.
광주 광산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수완(42)씨는 "양가 부모님 용돈에다 아이들 선물까지 챙기다 보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며 "특히 올해는 명절 연휴가 길어 차례 음식 준비나 여행 계획까지 겹쳐 솔직히 지출이 두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조사에선 달라진 명절 문화도 엿볼 수 있었다.
조사 결과 연휴 활용 계획으로 '집에서 가족과 휴식'(46.8%)이 가장 많아 전통적인 귀성(36.4%)을 앞질렀다. 국내여행(23.2%)은 해외여행(5.7%)보다 4배 이상 많았으며, 응답자 24%는 연차를 붙여 8일 이상 초장기 휴가를 계획했다.
광주 동구에 거주하는 이상민(32)씨는 "올 추석 명절에는 다 같이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 미뤘던 친구들과 여행을 떠날 예정"이라며 "교통비와 숙박비가 만만치 않지만 스트레스 받는 것 보단 이쪽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례상 준비 방식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전통 방식 유지'는 13.3%에 불과했고, '간소화'(40.2%), '아예 하지 않음'(23.5%), '가족 식사 대체'(22.7%)가 대세였다. 다만 차례상 예산은 여전히 평균 29만4천600원 수준으로 실질적인 비용 절감 효과는 크지 않았다.
광주 서구에 거주하는 김자연(44)씨는 "앞선 명절에도 차례상을 간소화했는데 절감 효과는 거의 느끼지 못했다"며 "고물가 시대 속에서 명절 분위기를 내는 것도 좋지만 찾아오는 손님도 줄고 먹는 식구도 준 만큼 지갑 사정을 고려해 음식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추석 음식 가운데 가장 부담되는 품목은 과일(평점 3.94점)이었으며, 이어 ▲축산물(3.64점) ▲수산물(3.55점)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과일의 경우 가격이 높아도 국산을 선호했지만, 축산물은 22.5%가 수입산 구매를 고려한다고 답해 소비 성향의 변화를 보여줬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명절 문화가 간소화·개인화되는 흐름 속에서도 부모님 용돈·선물비 등 가족 관계를 위한 지출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며 "물가 안정 캠페인과 성수품 원산지 조사를 통해 소비자 부담 완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