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뻥…‘2025 한돈런’서 가을 안고 달렸다
3000여명 운집 가을 정취 만끽
점심 도시락에 경품까지
추억·선물 가득 안고 집으로
가을은 독서의 계절만이 아니다.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향기가 선선한 바람을 타고 흩어지니 가히 달리기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전국 곳곳에서 달리기 대회가 성황을 이룬다.
21일 경기 하남 미사경정공원에서도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손세희·대한한돈협회장)가 주최한 ‘2025 한돈런’ 대회가 열렸다. 축산 담당기자가 이런 기회를 놓칠 수가 있나. 당일 아침 6시에 기상해 간단하게 바나나 한개를 챙겨 먹은 후 차를 끌고 달리기 경연장으로 향했다.
◆3000명의 군중, 출발 총성을 기다리다=‘맑음, 기온은 27℃, 강수확률은 제로, 풍속은 초속 2m’
스마트폰으로 오늘 날씨를 확인하니 이보다 뛰기 적합한 날씨가 있다 싶다. 집결 시간이 오전 8시였지만 1시간가량 일찍 도착했다. 그런데도 주차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꽉 찼다. 요즘 마라톤 열기가 뜨겁다는 지인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먼저 도착한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혼자 온 사람보다는 단체가 많았다. 연인·가족은 물론 함께 달리러 온 ‘러닝 크루’도 몇몇 보였다. ‘2025 한돈런’의 참가자는 3000명이 넘었다. 코스는 5㎞·10㎞만 열렸는데 기자는 10㎞를 선택했다.
출발시간인 오전 9시에 가까워지니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10㎞를 함께 뛸 2000여명이 출발선으로 이동해 겨룰 준비를 마쳤다. 손세희 위원장이 응원의 한마디와 함께 출발 총성을 울리자마자 참가자들이 총알처럼 튀어 나갔다. 지난하면서도 고독한 레이스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경정장의 윤슬, 러너를 반기다=최적의 날씨와는 달리 개인 몸 상태는 엉망이었다. 전날(20일_ 뛴 ‘한국기자협회 축구대회’에서 무리했는지 허벅지가 천근만근이었다.
그래도 청명한 가을하늘, 시원한 바람, 경쟁자의 심장박동 소리가 어우러지자 열심히 뛸 동력을 얻었다. 기자가 사는 회색빛 아파트 단지를 돌며 훈련할 때와는 분위기가 자못 다르다. 그림 같은 풍광이 빠른 필름처럼 지나가니 몸은 고되나 만면에 미소가 저절로 퍼진다.
자연 호수처럼 잘 꾸며진 경정장의 반짝이는 윤슬을 바라보노라니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3㎞ 구간까지는 달리기를 중단할 뻔한 위기가 있었으나 4㎞ 구간을 지나면서 이른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에 진입한 것처럼 느껴졌다.
러너스 하이란 달리기를 시작한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뇌에서 엔도르핀과 같은 물질이 분비돼 행복감과 도취감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곳곳에 낙오자 속출, 준비 없는 뜀박질은 금물=‘하늘 아래 빠른 러너들이 이렇게 많다니…’
뛰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이다. 일정 속도를 유지하며 묵묵히 달리는 남성 러너들은 평소 충분한 훈련을 소화한 듯 했다. 자괴감이 드는 순간도 여러번 찾아왔다. 젊은 여성은 물론, 초등학생까지 기자를 앞질러 가니 헛웃음을 터져 나왔다.
반대로 기자보다 빠르게 뛰다가 중간에 멈춰 서, 고통스러운 호흡을 연신 뿜어대는 러너도 상당수 보였다. 10㎞ 코스는 짧게는 30~40분, 길게는 1시간을 훌쩍 넘길 정도로 강도가 센 운동인데 충분한 연습 없이 도전했다가는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장거리 달리기에 도전장을 내민 초보자라면 경쟁과 기록에 매몰되기보다는 완주를 목표로 자신과의 싸움에 좀 더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완주한 자에게 쏟아지는 선물과 먹거리=땀이 소나기처럼 쏟아지고, 다리에 힘이 풀릴 때쯤 결승선이 뿌옇게 보이기 시작했다. 머리는 젖 먹던 힘까지 쏟아내라고 명령하지만 몸은 사춘기 소년처럼 말을 듣지 않는다. 그래도 막판 100m를 앞두고는 전속력을 냈다.
기록판을 확인해보니 1시간 2분대! 개인 최고 기록과는 10분가량 차이가 났건만 이내 만족했다. 한번도 쉬지 않고 부상 없이 경주를 마친 것만으로도 기뻤다.
‘완주’라는 숙제를 마친 자에게는 크고 작은 영광이 기다린다. 청중의 박수를 받으며 완주기념 메달까지 목에 걸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돼지고기가 듬뿍 담긴 점심 도시락과 음료수, 후원사에서 준비한 두유·아이스크림·커피 등을 완주자 손에 쥐어줬다. 집에 갈땐 운동복, 주방용 가위, 쇼핑백 등이 가득 담긴 선물세트를 제공했다. 운동하러 온 건지 선물을 받으러 온 건지 헷갈릴 정도다.

◆5㎞·10㎞ 입상자 성적 보니 입이 쩍=점심 도시락을 다 먹고 나니 중앙 무대에서는 방송인 윤택씨의 진행으로 시상식이 열리고 있었다. ‘장거리 달리기 대회에서는 얼마나 잘 뛰어야 입상을 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시상식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부문별 우승자 결과는 아래와 같다. 주인공은 ▲5㎞ 남자=김성하(18분16초22) ▲5㎞ 여자=노유연(21분 29초) ▲10㎞ 남자=김지호(31분 50초70) ▲10㎞ 여자=윤정하(40분 56초60) 였다.
기자가 뛴 10㎞ 남녀 우승자의 기록을 확인하니 입이 ‘쩍’ 하고 벌어진다. 남자 기준으로는 시간당 약 20㎞ 속도를 꾸준히 유지해야 우승을 할 수 있다고 계산해보니 저절로 엄치를 추켜세우게 된다. 이 정도면 11㎞를 가는데 교통체증 등으로 1시간가량 소요되는 기자의 출근길 차보다 사람이 두배 정도 빠르다.

◆돼지고기와 친해진 참가자, 추억 가득 안고 집으로=‘한돈런’은 대회 이름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돼지고기’를 주제로 한 행사다. 참가자는 열심히 운동한 후 돼지고기를 맛있게 먹고 원기를 회복하라는 뜻이 담겨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축산 담당기자가 보기엔 뜻깊은 행사다. 소비자가 국산 돼지고기의 맛과 품질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절호의 기회다. ‘돼지바’ 아이스크림을 들고 돼지 탈을 쓴 마스코트와 사진을 찍는 아이들의 까르르 웃음소리도 공원의 광장을 가득 메운다.
한돈런에서의 추억을 가득 담고 집으로 향하는 참가자들은 조만간 ‘돼지꿈’을 꾸고 복권을 사려나.
◆일회용 용기와 하나밖에 없는 기록확인 부스는 아쉬워=건강도 챙기고, 다양한 선물도 챙길 수 있었던 한돈런이 내년에도 열린다면? 당연히 참가 의사가 있다. 다만 몇가지 옥에 티도 발견했다.
도시락 용기가 플라스틱으로 돼 있어 쓰레기 배출이 꽤 많았다. 일회용품을 적게 쓰고도 맛있는 한돈을 즐길 방법이 얼마든지 있지 않을까?
자신의 기록을 곧바로 확인해 보고 기념사진까지 찍을 수 있는 ‘계기판 부스’에는 사람이 몰려 행사가 마무리된 후에도 줄이 이어졌다. 자신만의 달리기 기록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올리고 싶어 하는 ‘요즘 러너’의 욕망을 고려해 더 많은 부스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기사를 읽고 ‘나도 한번 장거리 달리기에 도전해 봐?’ 라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지금도 늦지 않았다. ‘마라톤 365’와 같은 누리집에 방문하면 서울·부산을 포함한 대도시는 물론 경북 의성, 강원 춘천, 경기 동두천, 전남 나주 등 현재 신청을 받는 전국 마라톤 대회 목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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