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직 비대화 멈추고 스마트 정부로

2025. 9. 2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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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헌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교수


우리 사회는 지금 공무원 조직의 과도한 비대화와 비효율성 문제로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른바 ‘파킨슨의 법칙’이 현실화되어,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조직은 실제 업무량과 무관하게 무조건 커지고 있다. 19세기 영국 역사학자 시릴 노스코트 파킨슨이 지적한 이 법칙은 “일이 없어도 공조직은 팽창한다”는 냉정한 진실을 담고 있다. 조직 내 결재 라인과 부서, 직급이 늘어나면서 국민 세금만 낭비되고 정부 효율성은 떨어진다. 업무는 점점 더 복잡해지지만 실질적 생산성과 국민 체감 성과는 오히려 악화된다.

지난 10여 년간 우리나라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고위직 공무원 수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하지만 국민이 느끼는 정책 효과와 삶의 질은 이에 비례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위기 지자체 숫자는 89개에 육박하며, 전국 지자체의 거의 절반 정도가 재정난으로 공무원 급여 지급조차 힘든 현실이다. 민간 기업이었다면 이미 긴축 경영과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극복했을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공무원 증원을 추진하며 비용은 국민 부담으로 전가하는 모순을 보인다.

특히 문제는 공무원 인사가 능력과 성과가 아닌 동향, 연줄, 정치적 성향을 근거로 이루어지는 관행이다. 이는 비효율적 조직 확대와 맞물려 공직 사회를 낙후시키고 불필요한 중복·갈등을 양산한다. 빠른 승진과 자주 바뀌는 보직은 전문성 획득 기회를 차단하고, 경험 없는 젊은 공무원이 전문 업무를 맡는 현실을 만든다. 은퇴 후 관료 출신이 산하기관 임원으로 대거 유입되는 낙하산 인사도 여전해 청렴성과 공공성 훼손 의혹이 자주 불거진다.

재정 악화로 인한 고질적 문제 중 하나로 공무원 연금이 있다. 2024년 공무원 연금 적자는 약 8.6조원에 달하며, 매년 적자가 누적될 전망이다. 반면 국민연금은 2025년까지 흑자를 유지하나 장기적으론 인구 고령화로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 공무원 연금은 기본 급여 외에도 직급별로 200만~500만원 수준의 연금이 보장되며 현저한 형평성 문제를 초래한다. 국민은 쥐꼬리만 한 국민연금으로 노후를 걱정하지만 공무원은 상대적으로 두터운 안전망을 누린다. 미래 세대가 감당해야 할 세금 부담과 경제적 빈곤은 심화될 위험이 크다.

이대론 국가 재정이 붕괴하고 공공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마저 위태로워진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해법은 ‘작은 정부, 스마트 정부’다. 인력과 조직을 최대한 슬림하게 줄이고 정예 엘리트 조직으로 재편해야 한다. 그리고 디지털 행정과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도입해 업무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이미 주민센터, 세무서, 경찰서 업무의 상당 부분이 온라인과 AI로 대체되고 있는 현실이다. 현장 중심의 서비스와 24시간 편리한 행정 시스템 구현에 집중하면서 비효율적 조직은 과감히 통폐합해야 한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는 국민 부담 경감과 국가 경쟁력 강화의 열쇠다. 공무원은 봉사와 희생의 사명감을 갖고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며, 승진과 보직은 전문성과 성과에 기반해야 한다. 불필요한 권력 유지와 조직 확대를 중단하지 않는 한 국가 미래는 어둡다. 민간 기업이 아닌 정부 조직이라도 경제 논리를 무시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근본적 개혁에 착수하지 않으면 미래 세대는 더 많은 세금과 불안한 삶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파킨슨의 법칙’에서 벗어나 소탐대실의 악순환을 끊고 슬림하면서 강력한 조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AI와 디지털 전환을 적극 활용해 스마트한 공직 사회를 만들어내야 한다. 경쟁력 없는 조직 확대는 국가 경제를 좀먹고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할 뿐이다.

지금이야말로 ‘작은 정부, 스마트한 공무원’이라는 국가 비전을 실현해야 할 절박한 시기다. 국민의 눈높이와 세대 간 형평성을 존중하면서도 행정 혁신과 조직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길만이 희망이다. 이 길이 바로 국민 신뢰를 다시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키워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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