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서 20초 만에 판독…제주서 시작된 AI 심전도 혁신

원소정 기자 2025. 9. 2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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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병원·서귀포의료원 워크숍 개최
AI-ECG 파일럿테스트 6개월 성과 공개
제주권역책임의료기관인 제주대학교병원과 제주지역책임의료기관인 서귀포의료원은 22일 오후 2시 제주오리엔탈호텔 한라홀에서 'AI기반 중증응급 심혈관계 질환자의 이송체계 구축' 워크숍을 개최했다.ⓒ제주의소리

119구급대가 촬영한 심전도를 AI가 20초 만에 분석해 적합한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한다. 제주에서 시작된 새로운 응급의료 실험이 심혈관계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골든타임 확보로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제주권역책임의료기관인 제주대학교병원과 제주지역책임의료기관인 서귀포의료원은 22일 오후 2시 제주오리엔탈호텔 한라홀에서 'AI기반 중증응급 심혈관계 질환자의 이송체계 구축'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번 워크숍은 AI 기술을 활용한 중증응급 심혈관계 질환자 이송체계 구축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환자 중심의 신속하고 안전한 의료서비스 제공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김중희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AI 기반 심전도 분석 디지털 디바이스(ECG Buddy) 개발 사례'를 ▲송성욱 제주대병원 응급의료센터장이 '심혈관계 응급 이송체계 고도화를 위한 AI 기반 심전도 도구 적용'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어 ▲양준환 제주소방서 119재난대응과 소방장은 '병원 전 단계 AI-ECG 적용 119구급대 사용 경험 및 피드백'을 ▲홍원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팀장은 'AI-ECG 활용 스마트 의료지도 시범사업'을 발표했다.

# 어려운 심전도 판독 한계 보완하는 AI

ECG Buddy는 김중희 교수와 조영진 순환기내과 교수 연구팀이 공동 개발한 스마트폰용 의료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이다. 12유도 심전도를 촬영하면 단 20초 만에 환자의 심장 건강 상태를 분석해 결과를 제공한다. 그동안 구급현장에서는 심전도 판독이 어렵고 의료지도 시간이 지체되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됐다.

시스템의 작동 방식은 간단하다. 심혈관계 증상이 의심되는 환자가 발생하면 119구급대가 현장에 출동해 태블릿PC로 12유도 심전도를 촬영한다. AI 기반 판독 시스템이 결과를 분석해 적합한 병원을 지정하면, 환자는 곧바로 해당 병원으로 이송돼 최종 치료를 받는 구조다.

제주소방서 11개 구급대는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간 심혈관계 환자 출동 시 ECG Buddy를 활용한 파일럿테스트를 실시했다. 심전도 판독 후 제공된 정보를 바탕으로 환자를 더욱 신속하게 이송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이 목표였다.

고정훈 제주소방안전본부 직무대리(소방정책과장)는 "앱을 활용하면 신속하고 정확한 심전도 판독이 가능하다"며 "지도의사와 이송 예정 병원에 환자 상태가 실시간으로 공유돼 구급대원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 "AI는 보지 못한 것까지 보게 한다"

김중희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심전도 검사는 간편하고 저렴한 장비로 방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판독이 어렵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며 "AI는 기존 판독에서 보지 못한 부분까지 읽어내 새로운 지표를 제시하는 혁신적 도구"라고 강조했다.

ECG Buddy는 리듬 분류 보조 기능을 통해 동성 리듬, 심방세동, 발작성 심실상성 빈맥 등 11개 항목을 정확히 판별한다. 또한 심근 허혈과 전해질 이상, 좌·우심실 평가 등 10개 바이오마커도 종합적으로 분석해 제공한다.

실제 임상 사례에서도 그 효과가 입증되기도 했다. 한 환자는 기존 기계 판독에서는 정상으로 나왔고 담당 전문의들도 특별한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ECG Buddy가 급성심근경색(ACS, STEMI)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후 환자는 실제로 심정지에 빠졌고, 흉부외과에서 시술을 받았다.
제주권역책임의료기관인 제주대학교병원과 제주지역책임의료기관인 서귀포의료원은 22일 오후 2시 제주오리엔탈호텔 한라홀에서 'AI기반 중증응급 심혈관계 질환자의 이송체계 구축' 워크숍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 병원 전 단계에서 골든타임 확보가 핵심

송성욱 제주대병원 응급의료센터장은 "병원 전 단계에서 12유도 심전도를 촬영하는 것은 환자에게 결정적 도움이 된다"며 "AI 분석 결과를 통해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바로 이송되면 환자의 예후가 크게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2019년 서울을 시작으로 병원 전 단계에서 12유도 심전도 촬영이 허용됐고, 2024년 관련 법령 개정으로 1급 응급구조사의 정식 업무 범위에 포함됐다. 하지만 촬영 후 해석의 어려움 때문에 실제 활용도가 낮은 지역들도 있었다.

반면 제주도는 전국 평균을 웃도는 높은 심전도 촬영률을 보이고 있어 AI 판독 시스템 도입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응급 현장에서 ECG Buddy를 사용하는 양준환 소방장은 "심전도 분석과 의료지도 시간이 대폭 단축되면서 현장 체류 시간이 줄어든다"며 "심혈관계 응급수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신속히 이송해 골든타임을 확실히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전국 확산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 필수

홍원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팀장은 "심인성 흉통 환자에게 12유도 심전도 측정은 최우선 권고사항"이라며 "심전도 측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아스피린과 니트로글리세린 투여, 산소 공급을 포함한 응급처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소방과 지도의사들이 훌륭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보건복지부와 국립중앙의료원이 의료법상 제약을 적극적으로 완화해 이런 혁신적 시범사업이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주권역책임의료기관인 제주대학교병원과 제주지역책임의료기관인 서귀포의료원은 22일 오후 2시 제주오리엔탈호텔 한라홀에서 'AI기반 중증응급 심혈관계 질환자의 이송체계 구축' 워크숍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