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소멸 소도시 철길 따라 '희망의 기적'

신섬미 기자 2025. 9. 2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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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선 K-관광의 미래 ‘로컬들 매력을 잇다’]
(8·끝) ‘철도 날개’ 달고 동해안 비상
동해선 ITX-마음이 정동진역을 지나고 있다.
동해선 ITX-마음이 강릉 등명해변 솔밭 사이를 지나고 있다.
강릉 사천진해변.
동해선 ITX-마음을 타고 울산에서 출발한 6박 7일간의 여정은 경북 포항, 강원도 삼척을 거쳐 강릉에서 마무리됐다. 막연한 낯섦은 안개 걷히듯 사라지고, 수백 킬로미터의 물리적 간극이 순식간에 좁혀졌다. 인구 소멸 위기의 소도시들이 하나의 철길로 연결되면서, 미래에 희망의 불빛이 켜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단순한 연결만으로는 변화가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과 기회가 머물 수 있도록 지역별 맞춤형 인프라 확충과 정주 여건 개선, 지속 가능한 관광·경제 전략 마련이 뒤따라야 할 시점이다.
강릉역 내부.
강릉역 내부.

# 강원도, 소도시 분산 유도 나선다

이미 관광도시로 견고히 자리 잡은 강릉은 동해선의 수혜를 가장 많이 봤다. 코레일의 상반기 총 누적 수송 인원을 살펴보면 34개 동해선 역사 가운데 강릉이 37만여명으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 다음은 포항(21만여명), 부산 부전(18만명) 순이었다.

그만큼 강릉역의 편의시설도 다른 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갖춰져 있었다. 특히 MZ세대에게 각광받는 관광지답게 배낭을 멘 앳된 얼굴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역에서 만난 백하솜·성해연(21) 씨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경주에서 강릉으로 여행을 왔다고 했다. 백 씨는 "강릉이 뜨는 여행지여서 2년 전 수능 끝나고 오려고 했었는데 환승하는 게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려 포기했었다"라며 "이번에 직통이 생겨서 망설임 없이 선택했는데 기차 타고 오면서 보이는 바다가 굉장히 아름다워 설레였다"라고 웃어보였다.

하지만 대부분 여행객이 강릉에만 머무르고 그외 강원도 지역까지 발길을 넓히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강원도 역시 속초, 고성, 양양, 강릉, 동해, 삼척 등 6개 시군이 고르게 주목받아 관광객이 분산되길 기대하고 있지만, 강릉에 집중된 흐름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관광 콘텐츠와 연계사업 등 방안을 구상 중이다. 특히 영남권 1,200만명에 달하는 잠재 관광객은 중요한 타겟이다.

동해선 완전 개통으로 이들의 유입이 강릉 뿐만 아니라 인근 소도시의 실질적인 활력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강원관광재단 강성구 본부장은 "동해안의 삼척, 정동진, 묵호 등등에도 관광객이 실제로 많이 늘었다. 자동차 운전을 못하는 MZ 세대나 고령이 많이 유입됐고, 지역 상권이나 숙박업계에서도 체감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강릉을 찾는 관광객과는 비교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관광객들이 주변 소도시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투어 버스 등 도시 간 연결방법을 많이 고민하고 사업을 준비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공동취재단이 강원관광재단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강릉 주문진 해변

# 해양레저관광 주도권 선점
 
강원도는 동해선 개통에 대비해 지난해 10월 강원관광재단 내 해양관광센터를 전국 최초로 오픈했다. 강원도 내 6개 시·군이 바다를 접하고 있다는 지리적 공통점을 활용해 '해양 관광' 주도권을 잡기 위한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해양레저 관광이 높은 성장 가능성을 가진 '블루오션'으로 보고 각 시·군의 해양 관광자원을 최대한 발굴·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이처럼 강원도를 아우르는 센터의 존재는 지역 내 통합 운영과 기관 간 협력 체계 구축에 있어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초 강원도는 동해안을 사계절 해양레저관광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한 '2025 동해안 해양레저관광 활성화 추진 계획'을 발표했는데 핵심 과제 중 '철도 연계 관광'이 있다. 즉, 동해선 철도 연계 관광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거다.

아울러 동해선을 따라 만나는 도시들이 뭉친 동해안권관광진흥협의회(울산·부산·경북·강원)도 공동사업을 하려고 준비 중이다.

강 본부장은 "강원도는 본격적인 해양 관광 활성화를 위해 내년에 6개의 시·군을 묶은 해양 관광 공동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다.

자원 조사와 사업화를 다각화해 강원도만의 특별한 해양관광을 만들어갈 것으로 브랜드가 만들어지면 자연스럽게 공동상품이나 사업이 뒤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나아가 동해선의 도시들을 잇는 관광을 잘 활용하면 자연스럽게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정동진역 전경.
강릉 사근진해변 해중공원전망대 파스텔 방파제.

# 영남·강원 '상생의 선로'로 윈윈

동해선 ITX-마음 개통은 교통망 확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철길은 지역 간 물리적 거리를 좁히는 것을 넘어 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상호 교류와 협력의 기반을 마련하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울산을 포함한 영남권과 강원도는 비슷한 듯 다른 지역적 특성과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각자의 강점을 살리고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로 손꼽힌다.

영남권은 산업기반이 밀집해 있고 강원도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해양 관광 자원이 풍부하다. 앞으로 두 지역이 동해선을 매개로 상생할 수 있는 구체적 전략과 연계 사업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컨대 영남권의 거주민들이 보다 손쉽게 강원도의 해양과 산악 관광지를 방문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강화하는 한편 강원도는 영남권의 문화·산업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도입함으로써 교류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관광객 체류 시간을 늘리고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협력 모델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철도는 특정 지역만이 혜택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 자원을 교류하고 균형 있게 성장함으로써 지역 간 격차를 줄이는 기반이 돼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소멸 위기 속에서 지역이 함께 살아남는 진정한 '윈윈'의 방향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남권과 강원도를 하나의 생활·관광·경제권으로 묶어내는 연결 고리가 기능하도록 각 지역이 중장기적인 협력 의지를 갖고 전략적 공조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동해선 패스권 등 여행자의 눈높이에 맞춘 콘텐츠와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체류를 유도하고 지역의 매력을 체감할 수 있는 차별화된 경험 요소들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글= 신섬미 기자·사진= 조나령 PD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