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구금'이 주는 교훈, 24시간 영어국제방송 만들어 대응하자

채인택 2025. 9. 2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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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의 글로벌 헬스]

구금 피해자 트라우마 관리와 장기추적 조사를

한국 현황·입장, 전 세계에 객관적으로 알려야

소프트파워 위해 알자지라 방식 국제방송 필요

프랑스 총리 유엔 발언 무시되자 영어방송 설립

지난 9월 4일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이 경찰을 데리고 한국인 300여 명 등을 체포하고 있는 현장. 이 사건으로 체포·구금당한 한국인에 대한 트라우마 관리와 피해에 대한 코호트 장기 추적 조사가 필요하다. [AP=연합뉴스]

글로벌 무역 전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지난 9월 4일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어진 우리 국민 체포·구금 사태는 한국에 여러 가지 조치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피해자들을 위한 의학적·심리적인 트라우마 관리와, 대한민국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기 위한 전 세계 상대의 적극적이고 집요한 전략적 여론전이 여기에 포함된다.

구금 피해자들에게 트라우마 치료지원과 코호트 추적조사를

이번 사태로 가장 가슴 아픈 부분은 한국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총기까지 겨눠진 상태에서 무단으로 체포·구금을 당한 일이다. 그나마 비교적 이른 시일 안에 귀국해서 다행이긴 하지만, 현장에서 얻은 트라우마는 상당 기간 피해자들의 정신·육체 건강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재발 방지책이나 외교적 해결책도 중요하지만, 이번에 피해를 입은 한국인 근무자와 가족에 대한 정부 차원의 건강진단과 정신의학적·심리적 트라우마 관리 지원이 절실하다. 사태에 따른 보건의료적 피해를 정확하게 확인하려면 장기적인 코호트 검진과 추적 조사도 필요하다.

현지 주민 발언에서 드러난 한국 정보 태부족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가 9월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주차장에서 가족과 상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 다음으로 황당한 일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밝혀진 현지 일부 현지 주민의 한국에 대한 황당한 인식과 이에 대한 우리 정부 차원의 대응이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단속 신고자라고 밝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성향의 지역 정치지망생 토리 브래넘의 발언을 들어보면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브래넘은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은 월급 대부분을 브로커나 관리인에게 보내고 본국에 있는 가족들은 노예 노동 수준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멕시코, 또는 대한민국과 북한을 헛갈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황당한 발언이다. 게다가 "(현대와 LG가) 저임금의 불법 체류자를 다수 고용하고 있다"는 소리까지 했다. 현지 노동조합도 여기에 맞장구를 치는 상황이다. 지역 주민의 정보력과 판단력이 심각한 수준이다.

적극적이고 집요한 글로벌 여론전 시작할 때

대다수 한국인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성장에 대한 정보는 한국에서만 유통되는 로컬용에 불과했는지 자괴감이 생길 정도다. 이러한 상황은 대한민국에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전략적인 대규모 여론전을 요구한다. 주요 외신에서 한국에 대해 중요하거나 객관적으로 보도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 필요하면 우리가 직접 나서서 세계를 상대로 여론 전쟁에 나서면 되기 때문이다.

이미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 일본 중국 카타르가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24시간 영어 뉴스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1922년 설립된 영국의 BBC나 1980년 개국한 미국의 CNN을 비롯한 영어권 글로벌 뉴스방송의 아성에 프랑스 러시아 중국 카타르의 국제뉴스 채널이 맹렬한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과거 영어권 미디어가 국제 여론을 주도하던 시절에 자국의 시각과 목소리가 소외됐다고 판단한 국가들이 직접 글로벌 뉴스방송에 나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24, 알자지라, 독일 DW와 일본까지 가세

프랑스24 영어방송에서 9월 19일 자국 인쇄 매체들의 뉴스와 논평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프랑스 24 화면 캡처

프랑스는 2006년 12월 프랑스어와 영어로 각각 방송하는 24시간 글로벌 뉴스채널인 '프랑스 24'를 개국했다. 2007년 4월 아랍어, 2017년 9월 스페인어 채널을 각각 개국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2003년 2월 도미니크 드빌팽 총리가 유엔총회에서 미국 주도의 아프가니스탄전·이라크전에 반대하는 연설을 하고 기립박수까지 받았는데도 CNN·폭스뉴스·MSNBC 등 미국 매체가 이를 보도조차 하지 않은 것이 결정적인 기폭제가 됐다. 이를 계기로 프랑스 입장을 반영하는 글로벌 뉴스매체의 설립이 급물살을 탔다. 한국이 당하고 있는 관세 압박과 국민 구금 사태가 프랑스 총리의 유엔 연설 저평가보다 사안의 심각성에서 덜하지 않을 것이다.

독일의 도이체 벨레(DW·독일의 소리)는 냉전 때부터 지금까지 인권·민주주의·평등·환경 등을 중요시하는 독일의 목소리를 글로벌 영어 뉴스와 다큐멘터리를 통해 24시간 전 세계에 송출하고 있다. 일본의 NHK월드도 일본어와 영어로 일본의 뉴스와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인구 260만의 중동 산유국 카타르의 알자지라 방송은 갈수록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1996년 11월 범아랍권 아랍어 방송으로 개국했으며 1999년 1월 24시간 뉴스방송을 시작했다. 2006년 11월 카타르의 수도 도하와 영국 런던에 각각 보도본부를 운영하는 중동 최초의 24시간 영어 뉴스채널을 개국했다.

알자지라는 2001년 아프가니스탄전, 2003년 이라크전, 2011년 이집트의 아랍의 봄을 각각 카불과 바그다드, 카이로에서 현장 보도하면서 국제방송으로서 위상과 신뢰를 다지고 자유언론의 진가를 보여줬다.

러시아는 2005년 12월 24시간 글로벌 영어뉴스 채널인 RT를 모스크바에 개국했다. 중국은 2000년 9월 개국한 24시간 글로벌 영어 뉴스채널인 CCTV-9를 2016년 CGTN(중국 글로벌 텔레비전 네트워크)으로 개칭해 현재 운영 중이다.

한국, 이제 글로벌 24시간 영어방송에 나설 때

프랑스 24 로고. 사진=퍼블릭 도메인

이는 단순하게 과시용이 아니다. 자국에 대한 정보를 전 세계에 지속적으로 확산해 중요한 순간에 글로벌 여론전에서 자국에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 내려는 목적이 숨어있다. 한국은 정부 예산을 지원하는 영어 채널로 아리랑 방송을 운영하지만, 24시간 뉴스채널과는 거리가 있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영어로 전 세계에 송출하는 정도일 뿐이다. 전 세계에 특파원을 파견해 글로벌 전반의 뉴스를 자국 시각과 입장에서 보도하면서 국제사회의 여론 주도자로 자리 잡은 대다수 24시간 영어 국제방송과는 차이가 크다.

세계 최고 수준 보건의료·뷰티 산업, 객관보도만으로도 큰 도움

한국도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11위의 위상에 걸맞게 24시간 글로벌 영어 뉴스채널에 나서야 한다. 아니, 이젠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을 정도다.

24시간 글로벌 뉴스 방송 확대는 한류 전파로 문화산업 융성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경제와 외교 등 국가 운영에서도 필수적이다. 한반도 문제와 글로벌 무역 문제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의 시각과 목소리를 전 세계에 정확히 알리고 설득해 국익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신뢰도 높은 정보를 전 세계 구석구석에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힘은 한국이 발휘할 수 있는 최강의 소프트파워일 것이다. 한국의 보건의료 산업과 뷰티 산업에 대한 홍보 전사 역할도 톡톡히 할 수 있다. 세계적 수준의 보건의료와 뷰티 분야는 정확하게 알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마케팅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다. 이 역할을 24시간 글로벌 영어 방송이 아니면 누가 할 것인가.

채인택 의학 저널리스트 (tzschaei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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