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담동 술자리’ 입증 진술도, 증거도 없었다” 한동훈-김의겸-유튜버 판결문 입수

김현지 기자 2025. 9. 2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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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성향 유튜브, ‘핵심 인물’ 첼리스트 반박 일부러 보도 안 했다”
김의겸, 블랙박스 포렌식 결과 기록 못 찾고도 의혹 제기
허위사실 인정한 재판부, ‘공익보도 목적 위법성 없어’ 주장 물리쳐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지난 2022년 1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당시 법무부 장관)와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료사진. 한 전 대표는 당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김 청장과 더탐사 측을 상대로 10억 원대 소송을 냈다. ⓒ시사저널 박은숙

정치권이 친여 성향 유튜브 열린공감TV가 제기한 '조희대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회동설'을 연일 띄우며 논란인 가운데, 열린공감TV에서 파생된 또 다른 진보 성향 유튜브 시민언론 더탐사(現 뉴탐사)가 과거 청담동 술자리 제보가 허위사실이라는 당사자의 설명을 일부러 담지 않은 채 보도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는 2022년 7월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 등과 청담동 모처에서 새벽까지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으로, 김의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새만금개발청장)이 국정감사장에서 이를 거론하며 파장이 커졌다. 법원은 이에 대해 지난 8월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부장판사 정하정)는 지난 8월13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김의겸 청장과 더탐사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2022가합564184)에서 "김 청장과 더탐사 관계자 등 피고들이 공동해 7000만 원, 의혹의 최초 제보자(박씨의 전 연인) 이아무개씨는 10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관련 판결문. ⓒ시사저널 최준필, 양선영 디자이너

"제보 받자마자 정치권에 전달"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91페이지 분량의 판결문에는 진영논리에 따른 유튜브 매체의 의혹 제기 과정이 담겼다. 법원은 △최초 발설자 첼리스트 박아무개씨의 법정 증언(2024년 8월21일)과 경찰 진술(2022년 11월23일), 보도 전 더탐사 측 강진구 기자와의 통화(2022년 10월20일 등), 언론 인터뷰(2022년 12월7일)에서 사실무근이라는 박씨의 설명 △박씨가 운전한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칩 포렌식 결과 의혹을 증명할 만한 기록이 발견되지 않은 점 △술자리 연주 관련 박씨에 대한 입금 내역 부존재 △목격자 진술, 폐쇄회로(CC)TV 영상 등 객관적인 자료 미확보 등을 이유로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했다.

공익적 목적의 보도이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더탐사 측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부장판사 정하정)는 지난 8월13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김의겸 청장과 더탐사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2022가합564184)에서 "김 청장과 더탐사 관계자 등 피고들이 공동해 7000만원, 의혹의 최초 제보자(박씨의 전 연인) 이아무개씨는 1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사건은 지난 2022년 7월20일 전화 통화에서 비롯됐다. 박씨는 당시 연인 사이였던 이씨에게 귀가 시간이 늦은 이유와 관련해 '청담동 술자리' 이야기를 꺼냈다. 전날인 7월19일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술자리에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이 참석했고 여기서 연주를 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박씨와의 사이가 틀어진 후인 2022년 10월10일 더탐사 측에 제보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의 관련 질의와 더탐사의 최초 보도(2022년 10월24일)가 있기까지 14일의 시간 동안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진술과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게 재판부가 내린 결론이다.

우선 더탐사 측은 이씨의 제보를 받자마자 국회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이었던 김 청장에게 이씨를 소개했다. 강 기자는 이튿날인 2022년 10월11일 청담동 술자리 참석자로 지목된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권한대행 등과 전화하며 관련 내용을 물었다. 이 전 권한대행은 일면식이 없던 강 기자와의 첫 통화에서 '늦게까지 자리하지 않았다'며 모호하게 답변했고, 나머지 두 명은 술자리 자체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박씨에게 술자리 연주를 해준 대가로 돈을 입금했다는 보좌진 역시 해당 의혹에 대해 "모르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조중동 먹잇감 던져줄까봐...첼리스트 반박 보도 안 해"

김 청장은 이후 2022년 10월17일 박씨가 운전한 승용차 블랙박스 메모리칩을 포렌식했다. 그 결과 박씨가 당시 술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기록을 찾지 못했다. 이로부터 3일 뒤인 2022년 10월20일, 더탐사 측은 박씨와 처음 통화했다. 박씨는 이날 강 기자가 "7월 말에 왜 청담동에"라며 운을 떼자 "아니 그거 없...그거 아니고요.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는데 지금 운전 중이고 통화하기 어려우니까 나중에 전화 주시라고요"라며 전화를 끊었다. 박씨는 또 '무슨 일 때문에 연락하신지 모르겠지만, 드릴 말씀 없고 이런 연락 다시는 받고 싶지 않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강 기자에게 보냈다.

지난 2022년 10월 청담동 술자리 의혹 관련 방송 자료화면. ⓒ유튜브 채널 더탐사
지난 2022년 10월 청담동 술자리 의혹 관련 방송 자료화면. ⓒ유튜브 채널 더탐사

그러나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2022년 10월24일 처음 공개됐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 출석한 한 전 대표에게 의혹에 대해 물었고, 한 전 대표는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더탐사 측은 이날 저녁 한 전 대표가 부인하는 모습과 함께 의혹을 보도했다. 이때 박씨의 입장은 소개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씨와의 최초 통화 내용을 보도하지 않은 점에 비춰 강진구 등은 적어도 위 전화 내용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여기서 2024년 5월24일 강 기자가 김아무개씨와 한 전화 통화가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아래는 강 기자가 말한 내용이다.

"사실은 조중동(언론사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지칭)에서 하도 먹잇감을 던져줄까봐 그 이야기는 안 했는데. 최초에 전화했을 때는 나한테 막 전화를 급히 끊으면서 '(박씨가) 그거 사실 아니에요. 사실 아니라고요' 그러면서 급히 전화를 끊긴 했단 말이야. (중략) 그 뒤에 내가 카카오톡으로 다시 질의를 했을 때는 '기자님 저는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서 얽히고 싶지 않아요. 더 이상 연락하지 마세요' 이랬단 말이야. (중략) 그거는 굉장히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질문이 들어오니까, 말하자면 즉답을 회피하려고 하는 차원에서 이야기한 것일 수가 있는 거잖아."

김씨는 이에 대해 "검찰에서는 '얘(박씨)가 사실 아니라고 명백히 밝히지 않았느냐'(라고 할 수 있다). 이건 조금 강력한 무기가 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강 기자는 "내가 이렇게 설명을 하면 김씨처럼 반응을 보일까 봐 이 이야기를 아예 안 했던 것"이라고 했다.

사실 적시-허위사실, 위법성 모두 인정

재판부는 이를 포함한 박씨 등 여러 관계자들의 증언, 기록 등을 토대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허위사실이라고 결론 내렸다. 명예훼손의 전제 조건이 되는 '사실 적시' 부분과 관련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 전 대표가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 30여명과 2022년 7월19일 자정 무렵부터 20일 새벽 3시쯤까지 약 3시간 동안 청담동 모처의 바에서 술자리를 가졌다"는 수 차례 보도를 통해 이뤄졌다고 바라봤다. 이처럼 거론된 사실이 허위라는 것이다.

박씨가 술자리 존재를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한 적이 있다는 더탐사 측 주장도 물리쳤다. 박씨는 2022~23년 주변인, 친오빠 등과의 사적 대화에서 이처럼 설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박씨가 실제로 그날 윤 전 대통령 등이 왔다는 취지로 말한 게 아니라 이들이 왔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해서 곤란하게 됐다는 의미로 설명했다'고 판단했다. 박씨 역시 '술자리가 있던 건 맞지만 30여명이 아니라 4~6명 정도였고 윤 전 대통령 등 고위층은 오지 않았다'고 했다.

박씨가 2022년 11월 강 기자에게 '지켜줄 수 있느냐'고 물은 것과 관련해선 "당시 이씨와 갈등을 겪고 있던 상황에서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취지"라며 "박씨는 오히려 비슷한 시기 '이씨의 억하심 제보다. 내가 거짓이라면 그것도 공익(제보)인가', '이씨의 녹취가 얼마나 신빙성이 있다고 보시느냐'고 하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이세창 전 권한대행이 2022년 10월25일 국회 기자회견 등 여러 차례 의혹을 반박한 사실 등도 더탐사 측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재판부는 공익적 목적의 보도이기 때문에 위법성이 없다는 더탐사 측 주장도 물리쳤다. 오히려 더탐사 측이 관련 진술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국정감사 직후 보도해야 할 정도의 긴급한 상황에 처한 게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첫 보도(2022년 10월)를 포함해 2023년 1월까지 21차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의 영상을 게재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고위 공직자들의 술자리 의혹 보도는 공익적 목적이지만 그 의혹 내용이 진실이거나 진실이라고 볼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김 청장의 공동책임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그 이유에 대해 "국정감사장 발언은 국회의원 면책특권에 해당하지만, 김 청장이 최초보도 제작의 기초가 된 전화통화 녹음파일 등을 공유하고 최초보도 일정 등을 협의·공유했다"고 전했다.

지난 정부 출범 초 제기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진보 진영에서도 가짜뉴스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더탐사 전신인 열린공감TV 정천수 PD 등은 박씨와의 통화내용 등을 제시하며 의혹 제기가 허위라고 주장해왔다.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10월28일 출근길에서 청담동 술자리 의혹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같은 해 12월 김 청장 등을 형사고소하는 동시에 10억원 상당의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했고, 최근 일부 승소했다.

이런 가운데 열린공감TV는 현재 사법부 관련 의혹 제기로 논란의 중심에 놓였다. 열린공감TV 측은 지난 5월10일 방송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관련 의혹을 "4월4일 윤석열 탄핵 선고가 끝나고 조희대, 정상명(전 검찰총장), 김충식(김건희 여사 모친의 측근), 한덕수(전 국무총리) 4명이 만나서 점심을 먹었고, 그 자리에서 조희대(대법원장)가 '이재명 사건 대법원에 올라오면 알아서 처리한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내용의 제보 음성을 공개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월14일 국회에서 이 녹취를 틀었고, 같은 당 부승찬 의원은 9월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런 의혹을 제기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9월17일 "사실이라면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을 비롯한 당사자들은 의혹을 부인했다. 열린공감TV 측도 "녹취 속 제보 내용은 전언(傳言)이고 사실 여부가 확인된 게 아니다"라고 했지만, 여권 일각에선 사법부 흔들기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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