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에서 범 내려온다…올해의 '신인 호랑이' 만나 보니 [인기척]

이채원 2025. 9. 2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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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광남고BC 최초 프로 입단
‘뒤늦게 만개한 재능’ 김현수
2라운드로 지명 받은 김현수 / 사진=KIA 타이거즈


“KIA 타이거즈 지명하겠습니다. 광남고등학교 투수 김현수!”
광남고BC 투수 김현수가 지난 17일 열린 2026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20순위로 KIA 타이거즈의 첫 번째 지명을 받았습니다.

김현수는 창단 이래 프로 입단 선수를 배출한 적 없는 전라남도 나주 광남고BC에서 묵묵히 야구를 해 왔습니다. 고등학교 내내 주목받았던 유망주도 아닙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실력이 급성장했고, 결국 KIA 타이거즈에서 처음으로 지명한 선수라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신인 드래프트 직후 김현수를 만나 그동안의 소회를 들어봤습니다.

올해 첫 번째 ‘신인 호랑이’가 되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 대상자는 총 1,261명. 고교 졸업 예정자가 930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이외에도 대학 졸업 예정자가 261명, 얼리 드래프트(대학 2학년부터 지명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신청한 선수가 51명, 그리고 해외 아마추어나 프로 출신 선수 등 기타 자격을 갖춘 선수들이 19명 포함됐습니다. 매년 지명될 확률은 불과 9% 남짓. 10개 구단이 11라운드까지 지명하는 방식으로, 110명만이 이름을 불릴 수 있습니다.
2라운드로 지명 받은 김현수 / 사진=KIA 타이거즈


지난해 12월 키움 히어로즈와 트레이드를 통해 1라운드 전체 10번 지명권을 양도했던 KIA 타이거즈는 이날 2라운드 10번 전체 20순위에서 처음 선수를 뽑았습니다. 2라운드 마지막 순서로 이름이 불린 김현수는 KIA 타이거즈가 첫 번째로 선택한 선수가 됐습니다. 앳된 얼굴엔 안도와 동시에 감격이 묻어났습니다. 아들을 간절한 마음으로 응원하던 아버지도 객석에서 눈물을 보였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지명을 기다렸나.
"초조하게 기다렸다. 불안한 마음이 컸는데 이름이 불려서 정말 기뻤다."

-‘신인 호랑이’라는 자수가 놓인 새 유니폼을 받아 입었다. 소감이 어떤가.
"어렸을 때부터 KIA타이거즈 입단을 꿈꿨는데 현실이 돼서 좋다. 투수로서 양현종 선수가 롤모델이다. 구단을 상징하는 호랑이처럼 기량을 잘 발휘해서 1군 무대에 올라가겠다."

-가장 먼저 생각난 사람은.
"부모님이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 부모님께 보답하고 싶다. 지금까지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해 주셨다. 부모님을 위해 ‘어떻게든 성공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계속 공을 던져 왔다."

인터뷰 중 김현수의 부모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고생 많았다는 말과 다정한 포옹. 그동안 그에게 부모님의 사랑과 응원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을지 짐작이 갔습니다.

피지컬과 유연성 갖췄다…스스로 꼽은 강점은 ‘정신력’

광남고BC 투수 김현수 / 사진=본인 제공

김현수는 189cm, 97kg의 건장한 체격을 지닌 오른손 투수입니다. 유연성이 좋아 투구폼이 부드럽고 안정적입니다. 최고 구속은 149km/h, 변화구는 스위퍼, 커브, 포크볼을 던집니다. 올 시즌 13경기에 등판해 2승 5패 14볼넷 51탈삼진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20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했습니다.

-야구를 언제 시작했나.
"야구공을 처음 잡았던 건 초등학교 3학년이다. 호기심에 친구 따라 시작했는데, 부모님이 전적으로 지지해 주셔서 계속하게 됐다. 중학교 때 실력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아 그만둬야 하나 싶었던 적도 있다. 그래도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 한다고 생각해 여기까지 왔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선수로서의 장단점이 뭔가.
"장점은 정신력이다. 밝고 긍정적이다. 배운 건 바로 실천해 보려 한다. 훈련에서 받은 피드백도 잘 받아들인다. 그 덕분에 실력이 빨리 늘었다. 가끔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그게 단점인 것 같다."

큰 열매를 맺는 꽃은 늦게 핀다

김현수 선수와 정영일 코치 / 사진=이채원 인턴기자

고등학교 1학년 때 투수를 시작한 김현수는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유망주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SPOTV 고교야구 TOP30 1차(이마트배)에서 15위로 평가받은 것을 시작으로 5차(봉황대기)에서는 10위를 기록했습니다. 그 배경엔 라이징 베이스볼 아카데미 정영일 코치가 있었습니다. 정 코치는 지난 2018년 SK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이바지했던 투수입니다. 올해 초, 그와 인연이 있었던 김현수의 소속 팀 코치가 김현수의 영상을 보내 왔습니다. 한눈에 가능성을 알아본 정 코치는 ‘서울로 한번 보내 달라’고 말했고, 지난 3월부터 김현수와의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중요한 시기에 슬럼프가 왔다고 들었다.
"올해 초 큰 위기가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을 앞둔 동계 시즌이었다. 구속이 145km/h에서 136km/h까지 떨어져 슬럼프를 겪었다. 조금 소심해져 있다가 3월에 정 코치를 만났다. 그가 투구 방법을 바꿔보자고 설득했다. 투구폼을 교정하는 과정에서 다시 구속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지금껏 몸에 익은 방법이 있는데,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더 발전하기 위해서 개의치 않았다. ‘글러브를 낀 손’에 집중해 투구 방법을 수정했다. 이전에는 글러브 위치가 낮아 공이 옆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글러브 위치를 몸 안쪽으로 높게 바꿔보자는 피드백을 받았다. 힘이 분산되지 않고, 몸 안쪽에서 한 번에 쓸 수 있게 되면서 피칭이 달라졌다."

-복습이 철저한 학생이었다고.
"주말에 배운 내용을 학교에 가서 적용해 보고, 매일 밤 정 코치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어떤 공을 던졌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자세하게 이야기했다. 정 코치와 대화를 많이 나눈 게 도움이 됐다."

-올해 가장 집중한 훈련은.
"제구, 체력, 힘. 올해는 이 세 가지에 집중했다. 제구력을 높이기 위해 반복해서 피칭 연습을 했다. 체력을 늘리려고 많이 뛰었다.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3~4번씩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투구 추적 시스템 '트랙맨'으로 측정한 김현수 선수의 투구 / 사진=본인 제공


KIA 타이거즈 관계자는 김현수에 대해 "고교에서 선발 투수로 많은 경기를 출전해 프로에서도 선발 투수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정 코치도 “선발 투수로서 좋은 조건을 두루 갖췄다. 특히 요즘 선수들과 다른 부분은 스태미나가 좋은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스태미나는 원하는 공을 오래 던질 수 있는 체력을 뜻합니다. 선발 투수는 공을 많이 던지다 보니 경기가 후반으로 갈수록 구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스태미나가 좋을수록 유리합니다.

새 역사를 쓰다…광남고BC 최초 프로 입단

광남고BC 투수 김현수 / 사진=본인 제공

김현수는 주말마다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와 정 코치에게 지도를 받았습니다. 반년 넘게 매주 지역을 오가며 훈련에 몰두했습니다. 지방에서 프로로 가는 길은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환경적인 제약이 크기 때문입니다. 야구 아카데미나 유명 코치진이 대부분 서울에 밀집돼 있어, 유망주들이 야구를 이어가기 위해 수도권으로 전학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지방 구단 소속 선수의 프로행은 더 값진 의미가 있습니다.

-광남고BC 역사상 첫 번째로 프로 입단 선수가 됐다.
"영광이다. 같은 팀 외야수 장재율(3라운드 전체 35순위·SSG랜더스 지명)과 함께 프로가 돼 더 기쁘다. 같이 잘해보고 싶다."

-프로가 되길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게으름 피우지 않고 훈련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힘들 때도 있다. 그러나 힘들수록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다음 목표가 있나.
"1군 무대에 최대한 빨리 올라가고 싶다. 신인왕이 되는 게 목표다. 팀이 위기일 때 출전해 막아내는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데뷔해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고 싶다."

-오는 27일 입단식 전까지 계획은.
"학교 친구들이 축하 파티를 해주기로 했다. 입단 전까지 성실하게 개인 운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흔들려도 다시 일어날 줄 아는 선수. 우직하게 투수의 길을 걸어온 김현수가 이제 프로 무대에서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합니다. 이제 남은 건 부상 없이 KIA 타이거즈에서 좋은 선수로 성장해 나가는 것. ‘신인 호랑이’의 첫울음이 1군 마운드에서 울려 퍼질 날이 기대됩니다.

이채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00lee36.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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