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세상)청소년 놀이문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법

최미화 기자 2025. 9. 22. 14:1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류명구 달성군청소년센터 관장/ 대구과학대 청소년평생교육과 겸임교수
류명구 달성군청소년센터 관장/ 대구과학대 청소년평생교육과 겸임교수

요즘 청소년들의 놀이문화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아날로그 감성 속에 머물고 있는 필자의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채롭고 유동적인 양식이 눈에 들어온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 소셜 미디어의 확산, 글로벌 콘텐츠의 실시간 공유는 놀이의 지형을 급격히 바꾸어 놓았다.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 '이탈리안 브레인롯(Italian Brainrot)','로블록스(Roblox)'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하는 대표적 사례들이다. 얼핏 낯설지만, 그 안에는 지금 세대가 어떻게 놀고 소통하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청소년들이 정체성을 구성하고 사회적 연대감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놀이가 갖는 의미를 다시 성찰하게 한다.

케데헌의 인기는 한국적 요소와 K-팝 아이돌 문화, 악마 사냥이라는 판타지가 결합해 만들어낸 새로움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틱톡·인스타그램 같은 숏폼 SNS가 더해지면서 케데헌은 시청의 대상에서 곧바로 '참여의 장'으로 바뀌었다. 청소년들은 주제가 '골든'(Golden) '소다팝' 등과 영상 속 장면을 편집해 공유하고, 밈으로 재가공하며, 2차 창작에 열광한다. 이제 콘텐츠는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함께 가지고 노는 놀이 재료'다. 이때 청소년들은 단순한 팬을 넘어 창작자이자 놀이의 주체로서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낸다. 동시에 글로벌 동시성 속에서 또래들과 맥락을 공유하며 글로벌 감수성을 자연스럽게 익힌다. 결국 케데헌은 청소년들의 문화 경험을 로컬에서 글로벌로, 수동적 소비에서 능동적 생산으로 전환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최근 틱톡과 유튜브 숏츠에서 퍼지고 있는 '트랄라레로 트랄라라(Tralalero Tralala)'와 같은 생경한 단어의 나열인 이탈리안 브레인롯 놀이 현상은 청소년 놀이문화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준다. 어른들의 시선에서 볼 때 문맥도 없고, 반복적이며, 과장된 억양과 몸짓이 전부인 이 놀이 속에서 청소년들은 해학과 해방감을 경험하는게 아닐까? 성적, 입시, 규율 등 무거운 압박 속에서 그들이 선택한 탈출구가 바로 무의미 속의 웃음이다. 의미 없는 언어와 우스꽝스러운 캐릭터에 몰입하면서 잠시 현실을 벗어난다. 이 현상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즉흥성·유머 감각이 집단적으로 발현된 코드로 볼 수 있다.

청소년 놀이문화의 또 다른 중심에는 로블록스가 있다. 로블록스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직접 게임을 제작하고 공유하며, 아바타와 가상공간을 통해 자아를 표현하는 플랫폼이다. 우리 청소년들은 K-팝, 애니메이션, 웹툰 같은 익숙한 콘텐츠를 로블록스 속에 구현하며 자신들만의 창작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케데헌, 이탈리안 브레인롯, 로블록스는 서로 다른 듯하지만, 공통적으로 '공동체적 유희'를 통해 청소년들이 사회적 정체성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연결된다. 놀이 속에서 청소년들은 타인과 웃음을 나누고, 자신만의 창작물을 전시하며, 현실의 압박에서 잠시 벗어난다. 동시에 이 문화들은 청소년들이 단순한 콘텐츠 소비자가 아니라 적극적 생산자임을 보여준다.

물론 우려도 있다. 지나친 몰입은 학습과 대인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로블록스 같은 플랫폼은 상업적 수익구조에 청소년을 쉽게 노출시키며, 온라인 그루밍 범죄에 악용되기도 한다. 이탈리안 브레인롯과 같은 놀이가 특정인을 조롱하거나 배타적 코드로 변질되면 또래 갈등을 키울 위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이 있다 해서 디지털 청소년 놀이문화를 방치하거나 억압할 것이 아니라, 그 창의적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균형 있게 이끌어갈 교육적·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

청소년들의 놀이는 과거의 골목이나 운동장에서의 뛰놀던 신체 활동에서, 이제 디지털 플랫폼과 인터넷 밈으로 확장되었다. 케데헌은 K-컬처와 판타지적 놀이의 결합, 브레인롯은 해학적 탈출구, 로블록스는 창작과 유희를 아우르는 플랫폼적 확장을 상징한다. 이 세 가지 키워드는 오늘날 청소년들이 놀이를 통해 세계와 소통하고, 자기 자신을 탐색하며, 집단적 유대를 형성하는 방식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어른들 눈에는 다소 난해하고 무의미해 보일 수 있지만, 이 문화는 청소년들에게 분명한 삶의 언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를 일탈적 유행으로 치부하지 말고, 청소년 세대의 창조성과 사회적 욕구를 드러내는 새로운 문법으로 바라봐야 한다.

류명구 달성군청소년센터 관장/ 대구과학대 청소년평생교육과 겸임교수

Copyright © 대구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