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경영 <8> ‘미드웨이’에서 배우는 경영전략] 고집(固執)과 신념(信念)이 가른 미드웨이해전의 승패

개인이 자신의 생각이나 입장을 일관되게 고수하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인 고집(固執·stubbornness)과 신념(信念·conviction)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또 경영자의 고집과 신념은 조직의 성과 창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인디펜던스 데이’와 ‘투모로우’ ‘2012’ 등 재난 영화로 유명한 독일의 롤랜드 에머리히(Roland Emmerich) 감독이 연출한 영화 ‘미드웨이(Midway)’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진다.
역사의 방향을 바꾼 전투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과 일본이 격돌한 미드웨이해전은 욱일승천하던 일본의 기세를 꺾은 전투였다. 당시 미국의 미드웨이 기지는 전력 면에서 일본에 비해서 열세였다. 보유한 항공모함 네 척 중 일부는 파손으로 수리 중이었고 항공기 성능도 일본의 제로센 전투기에 못 미쳤다. 게다가 조종사 대부분은 실전 경험이 없는 훈련병이었다. 그에 비해 일본은 수와 성능 모두에서 우세한 항공모함과 전투기를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진주만 공격을 성공시킨 베테랑 전략가와 전투 경험이 풍부한 군인이 있었다. 이 때문에 야마모토 이소로쿠(山本五十六) 사령관은 진주만에서 그랬던 것처럼 미드웨이를 기습 공격하면 짧은 시간 안에 미군의 태평양 전력을 무력화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그러나 미드웨이해전은 일본 기대와 달리 미국 승리로 끝난다. 정보 장교였던 에드윈 레이턴(Edwin T. Layton) 소령은 일본군의 기습 공격 정보를 해독하여 사령관인 체스터 니미츠(Chester William Nimitz) 제독에게 보고한다. 니미츠는 정찰 때 발견한 일본군 함대의 위치와 미국에서 의도적으로 흘린 거짓 정보에 대한 일본군의 반응 등을 확인한 후 레이턴 소령의 보고를 바탕으로 전략을 수정한다.

니미츠는 미국 정부의 반대와 의심을 무릅쓰고 전략 이행을 추진함과 동시에 작전의 핵심을 현장 지휘관인 레이먼드 스프루언스(Raymond Ames Spruandce) 제독, 부하 장병들과 사전 공유하고 권한을 위임하는 유연한 자세로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
반면, 일본은 미드웨이 기습 공격 정보가 유출되는 바람에 예기치 못한 미군의 공격을 받고 함대가 침몰하는 와중에도 전략가의 자존심 때문에 기존 전략을 바꾸지 않는다. 그 결과 후퇴 기회마저 놓치고 완패한다.
지식 경영으로 잘 알려진 노나카 이쿠지로는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이 패배한 원인을 분석하면서, 야마모토 사령관의 기습 전략에 대한 자기 과신과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 미비를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패배를 부른 고집, 승리를 이끈 신념
고집이란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충고를 무시하고 자기 생각이나 행동을 고수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고집 있는 리더는 유연성이 부족하고 변화에 저항하는 성향을 보인다. 그 때문에 새로운 정보나 상황이 주어져도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으려 한다. 그러한 리더의 고집은 종종 감정적 반응에서 나오며, 합리적 근거보다는 자존심에 기반하는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해 신념은 어떤 사상이나 이념, 가치관 등에 대한 강한 믿음과 확신을 의미한다. 이러한 신념은 깊은 이해와 확신에 기반하며, 논리적 근거가 있다. 그렇기에 새로운 정보나 증거가 제시될 때 이를 고려하는 유연성을 지닌다.
야마모토는 일본 해군 최고 사령관으로서 진주만공격을 기획하고 실행했다. 그는 진주만공격의 성공 이후, 미드웨이해전에서도 같은 전략을 고수했다. 초기 성과에 도취한 그는 새로운 정보나 미국의 반격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시뮬레이션에서 일본 항공모함이 패한다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계획이 완벽하다고 믿고 수정하지 않았다. 이는 새로운 정보를 무시하고 기존 믿음을 강화하는, 이른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과 인지 경직성(cogni-tive rigidity)의 전형이다. 결과적으로 그의 고집은 미드웨이해전에서 일본의 참패를 초래했다.

반면 니미츠는 미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일본의 진격을 막고 태평양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다. 그의 신념은 미국의 군사적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고, 적절한 시기에 반격을 가하여 전쟁의 흐름을 바꾸는 것이었다. 이러한 신념을 토대로 니미츠는 정보 장교 레이턴의 분석을 신뢰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며, 정보를 기반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해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전략을 조정했다. 결국 미국의 가치와 승리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유연하게 행동한 니미츠는 미드웨이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가 이끈 미드웨이해전의 승리는 태평양전쟁의 전환점을 만들었고, 나아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 승리에 중요한 기여를 하였다.
학습과 생각 방식의 유형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크리스 아지리스(Chris Argyris)는 고집과 신념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개념적 틀을 제공한다. 그에 따르면, 학습에는 단일 고리 학습(single-loop learning)과 이중 고리 학습(double-loop learning)이 있다. 단일 고리 학습은 행동만 조정하고 전제는 그대로 두는 방식이다. 일본군처럼 기존 전략과 전제를 고수한 채 작은 조정만 하는 것은 단일 고리 학습의 전형이다. 반면 이중 고리 학습은 목표와 전제까지 되돌아보고 수정하는 학습이다. 미군이 정보를 기반으로 기존 전략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실행 방식을 선택한 것은 이중 고리 학습에 가깝다.
200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이론에서도 같은 맥락을 읽을 수 있다. 그는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을 시스템 1과 시스템 2로 나누었다. 시스템 1은 빠르고 직관적인 사고 체계로, 종종 감정적 반응과 편향을 낳는다. 반면 시스템 2는 느리고 분석적인 사고 체계로, 새로운 증거를 고려하고 기존 판단을 재검증한다. 이러한 분류에 비추어 보면 일본군이 보여준 고집은 시스템 1에 의존한 결과였고 니미츠가 보여준 신념은 감정적 직관에 매이지 않고 분석과 검토를 통해 실행을 바꾼 시스템 2의 작동이라고 할 수 있다.
고집은 불통, 신념은 소통
영화 ‘미드웨이’에서 보여주는 야마모토와 니미츠의 행동은 고집과 신념 모두 개인의 생각이나 입장을 강하게 고수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본질과 맥락에서 차이가 있으며 그에 따라 엄청난 성과의 차이가 발생함을 깨닫게 해준다. 고집은 개인적 경험에 대한 집착과 유연성 부족에서 비롯되기에 부정적인 반면, 신념은 깊은 이해와 확신에 기반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동기로 작용한다.
고집은 변화에 저항하고 갈등을 초래하는 반면, 신념은 긍정적 변화를 이끌고 타인에게 영감을 준다. 결론적으로 고집은 남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배척하면서 자기 의견만 내세우는 불통이고, 신념은 자기 의견을 내세우되 새로운 정보와 다른 이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유연한 소통이다. 그러니 이제 치열한 경영 환경에서 진정으로 승리하고 싶은 경영자 라면 고집과 신념 중 무엇을 지녀야 할지 명확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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