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카르텔 단속하려 미군기지 다시 두려는 에콰도르···11월 국민투표 하기로

남미 에콰도르가 미군 주둔을 다시 허용할지를 정하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마약 카르텔 활동을 단속하기 위해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힘을 빌리려 하고 있다.
에콰도르 선거관리위원회는 21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행정부에서 요청한 개헌 국민투표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투표 안건은 ‘외국 군사기지나 군사 목적의 시설 설립 금지 규정을 폐지하는 데 동의하는지’와 ‘정치 조직(정당)에 대한 의무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것에 동의하는지’ 등 두 가지다. 에콰도르 국민은 오는 11월16일 두 안건에 대한 찬반 투표에 나선다. 이번 투표에서 절반 이상의 국민이 찬성표를 던지면 에콰도르는 대통령 공포, 국회 세부 시행령 정비 등 과정을 거쳐 미군기지 설치를 준비하게 된다.
에콰도르에는 1999년부터 마약 밀매 단속을 목적으로 미 남부사령부 병력 약 300명이 해안 도시 만타 미군기지에 주둔해있었다. 그러다가 좌파 성향의 라파엘 코레아 전 행정부가 2008년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겠다며 ‘외국 군사기지 설치 및 주둔 금지’를 골자로 한 개헌을 추진하고, 임대 계약이 만료되는 2009년 미군 기지를 폐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미군은 주둔 10년 만에 현지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지난 4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친미 중도우파 성향의 노보아 대통령은 그간 마약 카르텔을 단속하기 위해 자국에 미군기지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카르텔이 활개치는 도시에 군대를 투입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는 한편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미군과 협력해 카르텔을 소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에콰도르는 전 세계 코카인 생산량 약 70%를 차지하는 나라이며 이웃 국가인 콜롬비아와 페루도 주요 코카인 생산국이다. 마약 카르텔이 태평양 밀수 경로를 장악하고자 에콰도르로 몰려와 분쟁을 벌이면서 최근 10년여간 에콰도르의 치안도 악화했다.
미군기지 재설치와 관련해 에콰도르에서는 여론이 갈리고 있다. 찬성론자는 카르텔이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잡으려면 미국과의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대 측은 마약 밀매를 단속하겠다는 명분으로 미군을 주둔시키면 미국이 자국 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양국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4일 에콰도르를 찾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에콰도르가 우리에게 복귀를 요청하면 그것을 매우 진지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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