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어루만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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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불쑥 떠오른 것이다 . " 상처를 어루만져줘야겠구나 !" 그러면서 동시에 친정엄마와 시어머니가 떠오른 것이다 . 아픔은 사방에 지뢰밭처럼 있는데 그걸 한 번도 그렇다고 인정하지 못했다 . 그냥 어찌 그렇게 됐는지 과거에 잡히고 ,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지 미래로 가버렸다 . 과거와 미래로 내달리기 바빠 지금은 항상 부재중이었다 . 친정엄마와 시어머니, 그리고 내 자신과 주변의 상처와 아픔을 매번 간과하고 마치 크게 위로받고 위로하는 줄 착각하고 있었다 . 고백하건대 참 부끄럽고 미안하다 . 몸의 고통을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이 겪었다 싶어 이제는 좀 뭔가 공감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 속상하다.
*이 시리즈는 순천사랑어린마을공동체 촌장 김민해 목사가 발간하는 '월간 풍경소리'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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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는 가깝게도 멀게도 자유롭고 우렁차게 울고 , 하늘은 짱짱히 파랗고 햇살은 과감히 눈부시다 . 8 월이 한창이다 . 7 월 중순부터 집 밖 외출이 잦다 . 친정엄마가 계단에서 넘어져 손목뼈가 부러져 수술을 받았다 . 엄마 병문안을 두 번 다녀왔다 . 한 번은 병실에서 자고 왔다 . 그동안 엄마를 돌본 둘째 언니가 엄마 목욕과 간식을 챙기라고 부탁한다 . 오른손을 다쳐 왼손으로 집게나 포크를 이용해 밥을 먹는 엄마 옆에서 반찬을 놓아주고 간식을 챙긴다 . 오후 시간 엄마를 샤워실로 모시고 간다 . 먼저 깁스한 팔을 멀리 들어 올리게 하고 , 머리를 살짝 뒤로 제쳐 얼굴을 수건으로 가리고 머리를 감긴다 . 몸은 간단히 샤워기로 헹구고 발은 시원하게 문질러준다 . 그러면서 오래전 수술한 엄마의 양 무릎에 있는 상처를 본다 . 예전에도 보긴 많이 봤는데 이렇게 자세히 보긴 처음이다 . 수술한 자리에 분홍 살이 돋아올라 손을 한껏 벌린 만큼 기다랗다 . 엄마는 밤마다 다리가 저리고 무릎이 쑤셔 다리를 떨며 자다 깨는 날이 허다하다 한다 . 괜히 미안해져 얼른 몸을 닦고 옷을 입혀 병실로 모셔간다 . 7 월 말 2 주 넘는 병원 생활을 끝낸 엄마는 다시 요양병원에 입원했다가 며칠 전 퇴원해 집으로 돌아갔다 .
8 월이 시작된 어느 날 시어머니가 남편에게 전화를 건다 . 갑자기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고 …. 남편과 함께 여수로 급히 간다 . 병원에 도착하니 기본 검사를 하고 지하실에서 올라오는 시어머니와 마주친다 . 시어머니가 다니는 교회 목사님 내외분이 함께 와주셨다 . 몇 차례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목사님 내외를 배웅한다 . 나머지 검사를 위해 시어머니 모시고 병원 이곳저곳을 오간다 . 이틀 후 검사 결과를 보러 병원에 간다 . 한 시간 반을 기다려 의사를 만난다 . 의사는 모니터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별다른 말이 없다 . 한참 말없이 마우스만 이리저리 움직이던 의사가 시어머니 상태가 아주 위험하단다 . 심장이 제대로 뛰지 않고 심장에서 폐로 가는 혈관이 피떡이란다 . ‘ 피떡 ’ 이란 피가 굳은 걸 그렇게 표현한다고 의사가 알려준다 . 그러면서 이곳에서 처치할 수 없으니 얼른 큰 병원 응급실로 가란다 . 소견서를 가지고 광주로 향한다 . 응급실에서 시어머니 진료 예약을 잡아준다 . 점심 무렵에 도착해 6 시가 다 되어 의사를 만난다 . 전남대 화순병원 의사도 여수병원 의사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 바로 입원하란다 . 검사를 좀 받아야 할 것이며 지금 살아있는 것도 어쩌면 기적이라며 혀를 내두른다 . 그렇게 심각한 상황이었다 . 시어머니의 반응은 의사 이야기를 듣다가 혀를 차고 나가버렸는데 여기서도 똑같이 한다 .
“ 뭔 의사가 무선 ( 무서운 ) 소리만 똑같이 해야 . 숨이 좀 안 쉬어져서 왔더니 심장이 어쩌고 곧 죽는다고나 하질 않나 . 죽는 사람에게 무슨 검사를 하냐고 , 곧 죽을 건데 …. ”
의사는 말하다 멈춘다 . 내게 이어서 하라 하고 남편에게는 밖으로 나간 시어머니를 챙기라 한다 . 진료실을 나와 시어머니에게 “ 어머니 의사는 원래 만약의 안 좋은 상황을 이야기하는 게 의무래요 . 그리고 두 의사가 똑같이 말하잖아요 . 어머니 이럴 때 기도하세요 . 어머니 교회 다니시잖아요 .” “ 기도는 생각도 안 난다 .” 그때 시어머니의 동생인 이모님에게 전화가 온다 .
“ 숨 차는 것 외에 멀쩡한 나를 곧 죽을 사람 취급하고 내가 팔십이 넘었는데 지금 죽어도 될 나이인데 뭘 또 검사하라 그래 . 난 죽어도 그냥 죽고 집에서 죽을란다 . 입원도 안 하고 검사도 안 하고 . 네 형부도 다 죽어가는 사람에게 검사만 검사만 하고 , 내가 못 하게 해도 또 하고 …. ” 시어머니 목소리가 흥분되고 높아지니 소리를 좀 낮춰 말하시라고 시어머니 얼굴을 보는데 , “ 아차 , 어머님이 무서워하시는구나 !” 나는 순간 고개를 돌려 외면한다 . 한참 만에 병실이 나고 시어머니는 입원한다 . 남편이 병실을 지키고 나는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온다 .
다음 날 남편에게 전화가 온다 . 의사가 오늘 하루만 더 지켜보고 일단 퇴원하란다 . 어제 처방한 약이 효과가 있나 보다 . 너무 바삐 오지 말고 점심에나 오란다 . 잘 되었다 . 그동안 이래저래 바쁘다는 핑계로 왼손 검지와 중지에 난 상처가 심하게 덧났다 . 병원에 들러 치료하고 주사 맞고 약도 받는다 . 며칠 병원 다니니 계속되는 진물과 부풀어 오른 살이 진정된다 . 하지만 손등에 아주 작은 물집이 알알이 잡혀 터지고 아물어 거북이 등껍질처럼 보인다 . 며칠 전 시내에서 만난 친구가 내 손등을 보자마자 크게 놀란다 . 그 표정에 나도 깜짝 놀라 후다닥 손등을 바라본다 . 심지어 화상을 입었느냐 묻는다 . 그의 표정을 보니 그렇게 끔찍하게 보일 수 있겠다 싶다 . 아주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상처는 아물어 간다 . 나는 매일 상처를 알코올솜으로 소독하고 빨간약으로 소독하고 그리고 하얀 연고까지 꼼꼼히 바른다 . 내 미련함에 속상하고 엄청 미안한 마음을 담아 빤히 쳐다보며 ….

점심에 감자 넣고 갈치조림을 하려고 오랜만에 마트에 다녀온다 . 돌아오는 길 갑자기 엄마 무릎 상처와 시어머니에게 별일이 아닌 듯 외면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 “ 아 ! 그거였구나 .” 혼잣말에 스스로 놀란다 . 누군가 고통받고 있을 때 주로 하는 말이 “ 왜 그렇게 됐는데 ?” “ 어쩌다 그렇게 됐어 ?” 의 과거지사를 묻는 것과 “ 그러니 치료 잘 받고 운동 열심히 하고 ” “ 시간 가면 다 낫게 되어있어 ” 등 미래로 향한 말을 내가 자주 했다 .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 난 한 번도 엄마의 양 무릎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 얼마나 아팠어 , 엄마 ?” 라고 묻지 않고 그저 “ 엄마 앞으로 걷는 것 열심히 해 ! 안 그러면 못 걸어 다녀 !” 했다 . 시어머니에게도 “ 얼마나 놀라셨어요 , 어머니 ” 하며 토닥이기는커녕 “ 어머니 , 의사는 검사 결과를 보고 사실만 얘기해요 . 흥분하지 마세요 ” 라고 했다 . 또한 내 손등에도 수시로 미안하기만 하지, 속마음은 “ 어제도 미안 , 오늘도 미안 , 그런데 도대체 언제쯤 나을래 ?” 였다 . 얼른 이 상처가 아물어 양손이 자유로워질 날만 기다렸다 . 그동안 진물이 흘러서 , 소독약을 , 연고를 발라서라는 핑계로 손등을 쓰다듬은 적은 없다 . 또한 꼬들하게 마른 손등을 자세히 보기만 했지, 만져볼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
그런데 불쑥 떠오른 것이다 . “ 상처를 어루만져줘야겠구나 !” 그러면서 동시에 친정엄마와 시어머니가 떠오른 것이다 . 아픔은 사방에 지뢰밭처럼 있는데 그걸 한 번도 그렇다고 인정하지 못했다 . 그냥 어찌 그렇게 됐는지 과거에 잡히고 ,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지 미래로 가버렸다 . 과거와 미래로 내달리기 바빠 지금은 항상 부재중이었다 . 친정엄마와 시어머니, 그리고 내 자신과 주변의 상처와 아픔을 매번 간과하고 마치 크게 위로받고 위로하는 줄 착각하고 있었다 . 고백하건대 참 부끄럽고 미안하다 . 몸의 고통을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이 겪었다 싶어 이제는 좀 뭔가 공감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 속상하다. 그것도 많이 . 하지만 속상하다고 가만 있을 수 있는 일은 아니다 . 속상하기만 하기엔 더욱 부끄러워지니 얼른 상처를 어루만지며 다시 처음으로 기도한다 .
저녁에 복숭아를 먹다가 남편에게 불쑥 손을 들이민다 . 남편은 내 손등을 보며 “ 아직도 그대로네 . 병원 가봐야 하지 않아 ?” “ 천천히 낫고 있어 . 대신 상처를 한번 쓰다듬어 줘 .” 남편은 스스럼없이 왼손으로 내 손을 감싸안고 , 오른손으로 손등을 어루만지며 큰 두 눈으로 레이저를 쏘듯 바라본다 . 그리고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며 “ 됐지 ?” 한다 . 내 눈에 눈물이 고인다 . 눈을 감아 마음으로 친정엄마와 시어머니의 상처를 살살 어루만져본다 . 그리고 천천히… 다시… 용기… 내… 시작하련다 .
향원(순천 사랑어린마을공동체원)
*이 시리즈는 순천사랑어린마을공동체 촌장 김민해 목사가 발간하는 ‘월간 풍경소리’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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