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 먼저” 현실론 택한 이재명… 입구서 멈추면 ‘북핵 용인’

권승현 기자 2025. 9. 2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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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22일 공개된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북 간 북핵 '폐기'가 아닌 '동결'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동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핵 동결→군축협상 가능성 = 이 대통령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연간 15∼20기 정도의 핵무기를 추가로 생산하고 있다"며 "핵 동결은 일종의 임시적인 비상조치이자 실현 가능하고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현하기 어려운 완전한 비핵화 대신, 일단 북한과 핵 동결이라도 합의해 내는 쪽으로 방향을 수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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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완전한 비핵화 ‘표류’
핵동결 목표 땐 NPT 체제 흔들
北 검증 허용 여부도 알 수 없어
조현 “트럼프 주도해야 北 호응”
‘조수석론’에 또 ‘한국 패싱’ 우려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공개된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북 간 북핵 ‘폐기’가 아닌 ‘동결’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동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과옥조로 여겨졌던 비핵화는 사실상 흐지부지되고, 북한이 강력하게 요구하는 ‘사실상 핵보유국으로의 인정’이 현실화할 공산이 커졌다. 우리 정부는 미·북 합의 과정에서 “한국이 패싱될 우려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함과 이전 같지 않은 한·미 관계를 돌이켜 봤을 때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핵 동결→군축협상 가능성 = 이 대통령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연간 15∼20기 정도의 핵무기를 추가로 생산하고 있다”며 “핵 동결은 일종의 임시적인 비상조치이자 실현 가능하고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현하기 어려운 완전한 비핵화 대신, 일단 북한과 핵 동결이라도 합의해 내는 쪽으로 방향을 수정한 것이다. 잠정적이더라도 핵 동결을 목표로 두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뒤흔드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북한이 파키스탄, 인도 등과 같은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얻게 되면 국제사회의 제재로부터도 자유로워질 가능성이 있다.

핵 동결에 합의한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국제사회의 검증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지 알 수 없다. ‘검증 없는 행동’은 확인할 길이 없다. 과거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도 대소련 군축 협상에서 ‘신뢰하되 검증하라(trust, but verify)’를 협상 구호로 삼은 바 있다. 2019년 미·북 정상회담 때도 미국은 핵 활동의 ‘완전한 신고’와 ‘사찰 허용’ 등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제한적인 검증에만 응하면서 결국 파행에 이르렀다.

◇자칫 한국 패싱 야기할 조수석론 =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을 버리고 ‘한반도 조수석론’을 지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를 두고 약간의 신뢰도 있는 것 같다”,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 현실적 가능성도 상당 정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과 북, 미국이 원하는 세계 평화 및 세계 안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 때와 달리 미·북 협상에 있어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고수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이날 공개된 한겨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운전자석을 고집할 일은 아니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잘 설득해서 그가 이니셔티브를 쥐고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이 응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한·미 관계가 균열을 보이는 상황에서 자칫 ‘한반도 조수석론’은 북핵 문제에서 한국이 패싱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용어설명

◇Trust, but verify= 1990년대 초반 1차 북핵 위기부터 진행된 북핵 협상이 결국 실패로 돌아갔던 것은 ‘검증’ 문제 때문이었다. 한·미는 1986년 구 소련과의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회담에서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밝힌 ‘신뢰하되, 검증하라(Trust, but verify)’는 원칙을 북핵 협상에도 적용했다. 2005년 9·19 공동성명에도 3단계에 신고·검증이 포함된 이유였다. 하지만 2008년 1·2단계인 북한 핵시설 폐쇄와 불능화 이후 검증에서 의견 차로 공동성명은 사실상 폐기됐고, 2019년 2월 2차 미·북 정상회담 역시 핵시설 신고 문제로 결렬됐다.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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