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떠나지 말고, 즉각 복귀하라”…MS·아마존·구글 ‘초비상’

김영철 2025. 9. 2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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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빅테크기업, 분노·불안·불확실성 확산
“관료 행위 아닌 국가적 자살행위” 비판
  加·中·EU “인재유치 기회” 반사익 기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문직 비자’(H-1B) 수수료를 1인당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로 대폭 인상하기로 하면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비상에 걸렸다. 백악관이 진화를 시도했지만 분노와 혼란, 불확실성이 확산하면서 이들 기업은 H-1B 소지 직원들에게 미국을 떠나지 말 것과 현재 인도나 중국 등지에 체류하고 있는 직원들에 즉각 미국 복귀를 긴급히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그간 미국의 진정한 힘은 총이나 달러에 있는 게 아니라 세계적인 두뇌 흡수에 있었다”며 “이번 조치는 국가적 자살행위”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마존닷컴은 H-1B 비자 보유자만 1만명…MS, 직원들에 “美복귀하라”=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아마존 등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9일 밝힌 새로운 비자 규정이 발효되기 전에 미국으로 돌아오고 출국 계획은 취소하라고 통보했다. 비자 소지자들도 갑작스러운 규정 변경에 혼란에 빠졌다.

USCIS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시작된 2025 회계연도에 들어서 올해 6월 30일까지 가장 많은 H-1B 비자를 할당받은 기업은 ‘아마존닷컴’으로 1만44명에 달한다. 아마존 계열사 중 클라우드 업체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아마존개발센터US’까지 합치면 아마존의 올해 H-1B 비자 할당은 1만4000명을 넘는다.

‘미국을 떠나지 말라’는 회사의 긴급 공지로 공항에서 해외 여행을 앞두고 있던 이들에게는 즉각 불똥이 떨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탑승 대기 중이던 인도 국적의 모 빅테크 기업 엔지니어는 “가족이냐, 미국 거주냐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내와 나는 여기(미국)에서 가정을 이뤘다. 이건 끔찍한 비극”이라고 말했다.

▶비자 수수료 인상에 비난 폭주 “국가적 자살행위”=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비자 규정으로 스타트업 종사자 등 일각에선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조마르트 오토르바예프 전 키르기스스탄 총리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이것은 관료적 행위가 아니다. 국가적 자살행위”라며 “미국은 발등만 쏜 게 아니라, 머리를 정통으로 쏜 것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진정한 힘은 총이나 달러에 있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똑똑하고, 야망 있는 두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능력에 있었다”며 “지구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원인 인적 자본이 이제 사치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에서 이민 전문 변호사로 근무하는 카린 울만은 블룸버그에 “이번 조치는 갓 졸업한 초급 전문직 종사자들이나 소규모 고용주들이 H-1B를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며,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대기업의 고위급 인력에게만 허용되도록 제한하는 것”이라면서 “특히 의료 분야에 미칠 영향은 파괴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인재 유치 엄청난 기회” 중국·캐나다·유럽 반사익 기대=한편 트럼프 발(發) H-1B 비자 수수료 폭탄에 중국과 캐나다, 유럽 등은 IT인재 유치 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기회로 보고 있다. H-1B 비자 수수료가 하루새 100배 오르면서 미국 기업들의 신규 외국 인재 유입이 줄어들면 자연히 캐나다나 중국 등 다른 국가로 유입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와이콤비네이터의 최고경영자(CEO)인 개리 탠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는 실수”라며 “캐나다 밴쿠버와 토론토를 포함한 모든 해외 기술 허브에 대한 막대한 선물”이라고 평가했다.

유럽 기술 기업들 역시 트럼프의 조치가 잠재적으로 (유럽에) 이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 테크 유니콘 기업 미라클의 공동 창업자이자 공동 CEO인 아드리앙 누센바움은 “우리는 이(H-1B 비자 수수료 폭등)를 무엇보다 유럽 기술계에 엄청난 기회로 본다”며 “유럽을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들에게 더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어 글로벌 인재를 채용하는 우리의 능력을 강화하고 혁신과 경쟁력의 허브로서 대륙의 위치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도 문제가 됐던 ‘두뇌 유출(Brain Drain)’에서 ‘두뇌 귀환(Brain Gain)’으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H-1B 비자를 통해 미국으로 들어간 이들 중 인도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비중(12%)을 차지한다. 미국이 이번에 세운 ‘인재 장벽’이 곧 자국의 인재 풀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게 중국 측 기대다. 김영철·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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