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빚은 풍요…기후위기 시대, EU 스마트팜이 답하다
자연과 기술의 균형, EU 스마트팜이 보여주는 농업의 미래
유럽의 농업은 다양한 기후, 깨끗한 환경, 세대를 이어온 가치 속에서 품질과 신뢰를 지켜왔습니다. 이번 시리즈는 ‘EU(유럽연합, 그 제도가 적용되는 27개 회원국)’의 농업과 농산물이 지닌 특별한 가치와 지속 가능한 비전을 탐구합니다. 청정 자연과 전통, 친환경 유기농의 철학, 그리고 스마트팜이 열어가는 혁신까지 EU의 농업이 전하는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께 전하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햇살과 바람, 비와 토양은 늘 농부의 벗이면서도 때로는 가장 큰 변수였다. 예고 없는 가뭄과 갑작스러운 폭우, 변덕스러워지는 계절의 흐름은 농업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유럽연합(이하 EU)의 농장은 이 불확실한 자연 앞에 새로운 해답을 찾고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자동화 기술이 농업의 토양 위에 뿌리내리며, 자연과 기술이 공존하는 스마트팜(Smart Farm)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스마트팜은 정보통신기술(ICT)을 농업에 접목해 작물의 생육 환경을 원격·자동으로 관리하는 지능형 농장을 뜻한다.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조도 등을 감지하는 센서와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통해 온실과 축사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한다. 농부는 모바일 기기나 중앙 제어 장치를 통해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으며, 수경재배(Hydroponics)와 LED 조명을 활용한 광합성 제어도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드론을 통한 정밀 방제, 로봇 수확, 인공지능 기반 질병 예측까지 적용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스마트팜의 가장 큰 장점은 생산성과 지속가능성의 동시 실현이다. 수직 재배 방식을 통해 동일 면적 대비 수확량을 크게 높일 수 있고, 데이터 기반 수확 예측으로 식량 공급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물, 비료, 농약 사용을 최소화해 환경 부담을 줄이고 탄소 배출 감축에도 기여한다. 축적된 데이터는 품종 개발과 유통 효율화, 식품 안전성 관리 등 농업 전반의 혁신을 가속한다. 유리 온실과 자동화 시스템을 기반으로 세계 2위 농산물 수출국으로 올라선 네덜란드를 비롯, 여러 EU 국가들이 자국의 기후와 조건에 맞는 스마트팜 모델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팜이 농업의 경쟁력 강화와 식량 안보 확보를 위한 해법임을 인정하면서도 구조적 과제도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운영 유지비가 만만치 않아 소규모 농가가 기술을 도입하기에는 현실적 제약이 따른다. 농민들의 기술 적응 속도 또한 숙제로 꼽힌다. 현장에서 전통적 재배 방식에 익숙한 세대와 디지털 기술에 친화적인 세대 간의 격차가 뚜렷하다. 이에 따라 EU와 각국 정부는 교육·훈련 프로그램, 재정 보조 정책 등을 통해 격차를 줄이고 농가의 참여를 확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EU 스마트팜 시장은 2024년 약 39억 달러 규모에서 2034년 22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18%가 넘는 성장률은 농업이 더 이상 전통적 산업에 머물지 않고, 첨단 기술과 결합해 EU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릭 노벨 주한네덜란드대사관 농무참사관은 “스마트팜은 생산 자원 사용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생물학적 해충 방제와 온실의 체계적 관리를 통해 농산물의 맛과 품질을 높일 수 있다”며 “이는 생산성과 환경을 함께 고려하는 EU 농업의 대표적 사례로, 한국 농업에도 중요한 해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U 스마트팜은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한 농업이라는 전 지구적 과제와도 맞닿아 있다. 이는 지난 2023년 5월 체결된 ‘한-EU 그린 파트너십(Green Partnership)’과도 연결된다. ‘한-EU 그린 파트너십’은 기후 행동, 공정하고 청정한 에너지 전환, 환경 보호 등 폭넓은 분야에서 양측의 협력 강화와 우수 사례 공유를 핵심으로 한다. 이와 더불어 한국과 EU는 스마트팜 기술, 유기농 농법, 토양 관리 등 지속 가능 농업 분야에서 공동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친환경 농산물 인증 기준과 시장 활성화 정책 등 제도적 경험도 공유하고 있다. 한국과 EU가 함께 하고 있는 이 협력의 길은 기후 위기 시대에 ‘지속 가능한 풍요’라는 모두의 꿈을 현실로 바꾸어가는 중요한 발걸음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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