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엔사 '확성기 정전협정 위반'에 김용현 "수용 불가"… 무인기 강행

이유지 2025. 9. 2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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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확성기에도 유엔사 "정전협정 위반"
北 외무성 '평양 무인기 침투' 성명 낸 당일
김용현 지침에 논리 개발… 합참 기류 변화
경고에도 작전 강행… 일반이적 입증 정황
그래픽=박종범 기자

지난해 6월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해 유엔군사령부가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결론을 내자, 합동참모본부가 당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침 아래 대응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문건은 북한 외무성에서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관련 성명을 발표한 당일 작성됐다. 비교적 수위가 낮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두고도 유엔사가 북한 오물풍선 대응으론 적절치 않다고 경고한 상황에 무인기 작전이 강행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조은석 내란·외환 특별검사팀은 최근 국방부 등 압수수색 과정에서 합참 작전부가 지난해 10월 11일 작성한 '대북 확성기 설치 관련 유엔사 특별조사 결과 대응' 문건을 확보했다. 이 문건은 10월 10일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군정위)가 특별조사 후 국방부와 합참에 보낸 결과에 대한 후속 조치 차원에서 작성됐다. 당시 군정위는 유엔사 승인 없는 비무장 지대(DMZ) 출입과 대북 확성기 설치, 방송 등을 정전협정 위반 사항으로 지적했다.

유엔사는 대북 확성기 방송이 북한 오물풍선 억제에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추가 살포나 맞대응을 부추길 빌미를 제공하는 적대 행위라고 판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유엔사는 대북 확성기 설치를 위한 DMZ 출입 요청도 '위기를 고조한다'며 승인하지 않았다.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김용현 전 장관은 "수용할 수 없으니 반송하고 강력 대응하라"는 지침을 합참에 전달했다고 한다. 대응 방법으로 김명수 합참 의장이 유엔군사령관에게 전화하거나 서신을 보내 항의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합참은 이에 대북 확성기 방송이 북한의 위법한 행위에 대한 자위권적 조치로, 오물풍선에 상응하는 비례성·필요성을 충족한다고 맞섰다. 자위권적 조치에는 유엔군사령관 승인이 필요없다. 아울러 '귀순과 북한군 귀마개 착용 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거론하며 대북 확성기 방송이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올해 6월 11일 이재명 대통령이 중지를 지시할 때까지 지속됐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특검팀은 정전협정 관리 주체인 유엔사의 대북 확성기 관련 지적에도 김 전 장관이 지난해 11월 말까지 그보다 훨씬 강도가 높은 무인기 작전을 전개한 데 주목한다. 이미 대북 확성기에 대한 정전협정 위반 평가가 있었던 만큼, 국방부와 합참에선 유엔사가 무인기 작전을 승인할 리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을 가능성이 높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엔사의 대북 확성기 관련 규정 위반 지적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없었다"고 부인하기도 했다.

유엔사 조사결과 발송 직후 북한 외무성 성명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합참은 작전법·국제법 등 위반 소지를 의식해 신중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를 군사작전을 총괄하는 김명수 의장을 의사결정에서 배제하고 김 전 장관이 무인기 및 원점타격과 관련해 이승오 전 합참 작전본부장 등과 직통한 배경으로 본다. 드론작전사령부 기획팀의 이른바 'V 보고서'에서 '유엔사, 한미연합군사령부, 합참 등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문구를 삭제하라고 윗선이 지시한 맥락과도 닿아있다.

특검팀은 대북 확성기를 둘러싼 대응 정황이 무인기 관련 일반이적 혐의 입증에도 유의미하다고 보고 있다. 도발로 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김 전 장관 의지로 작전이 강행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박지영 특검보는 "외환 의혹과 관련해선 무인기와 아파치 헬기, 대북 심리전단과 확성기, 몽골 정보사 공작 등 의혹이 전체적으로 연결돼 있는 상황이라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전체를 조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비상계엄 명분 마련을 위한 '북풍 유도'를 공모했다고 보고 있다. 김 전 장관과 작전 내용을 결정한 이승오 전 본부장이 김 의장에겐 사후통보했고, 형식적인 사후통보를 명분 삼아 이 전 본부장은 김용대 전 드론작전사령관에게 실행 여부를 하달했다는 게 특검팀 시각이다. 특검팀은 22일 김 전 장관을 구치소 방문조사하고, 24일에는 의혹의 정점인 윤 전 대통령을 조사할 방침이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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