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캐나다·호주, 팔레스타인 국가 공식 승인... 이스라엘 외교 고립 심화
이스라엘 “테러에 대한 보상” 강력 반발
영국, 캐나다, 호주, 포르투갈이 21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을 공식 국가로 인정했다. 주요 7개국(G7) 회원국이 팔레스타인 국가 지위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이스라엘은 ‘테러에 대한 보상’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날 “‘두 국가 해법’ 가능성을 보존하려는 국제적 공조 노력 일환”이라며 가장 먼저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발표했다. 카니 총리는 “이번 결정이 테러리즘을 정당화하거나 보상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오히려) 평화 공존을 추구하고 하마스 종식을 바라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준다”고 설명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영상 메시지를 통해 “평화와 ‘두 국가 해법’ 희망을 되살리기 위해 영국이 팔레스타인 국가를 공식 인정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앞서 스타머 총리는 지난 7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인도주의 위기 해결 ▲휴전 합의 ▲두 국가 해법 약속 등 조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9월 유엔 총회 이전에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겠다고 예고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 두 달 동안 이 조건 가운데 어느 것도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파울루 한젤 포르투갈 외무장관 역시 ‘두 국가 해법’ 지지를 강조하며 인정 대열에 동참했다. 이로써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 유엔 회원국은 193개국 중 151개국으로 늘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즉각 환영했다. 마무드 아바스 수반은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이루기 위한 중요하고 필수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무장 정파 하마스도 “팔레스타인 인민 권리를 확인하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밝혔다. 다만 하마스는 자신들이 미래 팔레스타인 정부에서 배제되는 것에는 반대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영상 성명에서 “팔레스타인을 인정하는 지도자들은 테러에 막대한 보상을 주는 것”이라며 “요르단강 서안에 팔레스타인 국가는 세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유엔 총회 참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 후 대응 조치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스라엘 연정 내 극우파 인사들은 더 강경한 조치를 요구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이번 인정을 “살인자에 대한 보상”이라 규정하고, 맞대응 조치로 요르단강 서안(이스라엘은 ‘유대와 사마리아’로 칭함) 합병안을 내각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공화당 소속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는 “동맹국들이 하마스에 굴복했다”고 비난했고,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문명 세계가 현대판 나치에 보상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주 영국 방문 당시 스타머 총리와 기자회견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결정은 외교사에 중대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1917년 ‘밸푸어 선언’을 통해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 민족 국가 건설을 지지했다. 이 선언은 이스라엘 건국 토대가 됐지만, 동시에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씨앗으로 평가됐다.
전문가들은 주요국들이 팔레스타인 국가로 인정했다고 해서 당장 현장 상황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분석했다. 다만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을 외교적으로 고립시켜 가자지구 전쟁을 멈추고 ‘두 국가 해법’ 논의를 재개하도록 압박하려는 상징적인 의도가 깔렸다고 덧붙였다.

이번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려면 후속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 소속 요시 메켈버그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에 “이번 조치는 외교적 역학구도를 바꾸고 변화에 힘을 더할 것”이라면서도 “무기 판매 제한이나 제재 같은 구체적 조치가 뒤따르지 않으면 큰 차이를 만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전문가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지금처럼 터무니없고 공격적인 행동을 계속한다면, 상황이 진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추가 압박이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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