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찰리 커크 추모식…트럼프 “‘급진 좌파’ 적들, 참을 수 없다”

글렌데일/박국희 특파원 2025. 9. 22.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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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 팜 스타디움'에 공화당 지지자 7만명이 가득 들어차 지난 10일 피살된 청년 보수 활동가 찰리 커크를 추모하고 있다. /박국희 특파원

21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청년 보수 활동가 찰리 커크 추모식이 열린 ‘스테이트 팜 스타디움’에 7만명의 지지자들이 꽉 들어찼다. 지난 10일 커크가 유타밸리대학에서 연설 도중 피살된 지 11일 만이다. NFL(미 풋볼 리그) 팀 애리조나 카디널스의 홈 구장이기도 한 이곳은 4층 객석까지 온통 빨강, 파랑, 흰색으로 넘쳐났다. 앞서 커크가 설립한 보수 성향 청년 운동 단체 ‘터닝포인트 USA’ 측은 이날의 추모식 복장(드레스 코드)으로 성조기를 구성하는 세 가지 색깔을 사전 공지했다.

트럼프 지지층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공화당 지지자들인 이들 추모객들은 저마다 커크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MAGA 모자’를 쓴 채 “찰리”와 “유에스에이(USA·미국)”를 연호하며 눈물을 흘리다가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인사들이 추모 연설을 하면 기립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지난 10일 커크가 피살된 뒤 닷새간 트럼프 지시로 미 전역의 국기가 조기 게양됐고, 추모식에서는 의장대가 군기를 든 채 미 국가가 울려퍼졌지만, 거대한 돔 경기장에 민주당 인사들은 아무도 없었다.

경호 문제로 전날까지 철저하게 통제됐던 스타디움 일대는 이날 오전 5시 주차장이 개방되며 추모객들을 맞이했다. 지지자 수천명은 전날 밤 12시부터 인근 도로변에 침낭과 간이 의자를 펴놓고 밤을 새워 줄을 섰다. 6~7시간 줄을 서 들어간 추모식장에는 거대한 성조기와 커크의 사진과 함께 1층 객석 한 가운데 십자가가 세워져 있었다.

21일 찰리 커크 추모식장에서 지지자들이 커크의 생전 영상을 감상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정오 무렵까지 3~4시간 동안 보수 복음주의 분위기가 추모식을 지배했다. 가수들의 기독교 예배 음악 공연이 이어지는 동안 지지자들은 모두 기립해 “할렐루야”를 합창하고 “찰리”와 “예수”를 외치며 눈물을 흘렸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오후 1시쯤 백악관을 출발한 트럼프가 도착해 두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에릭 트럼프와 함께 VIP석에 모습을 드러내면서다.

지지자들은 트럼프를 외치며 환호했고, 함께 스타디움에 도착한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이 무대에 오르면서 “복수” “적(敵)” “전사(戰士)" “승리” 같은 단어가 등장했다. 참석자를 보면 J D 밴스 부통령,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마코 루비오 국무 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등 마치 내각 회의를 추모식장에 옮겨 놓은 모습이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VIP석 트럼프 옆자리에 앉아 잠시 추모식을 지켜봤다.

21일 찰리 커크 추모식장에서 연설하고 있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의 최측근 정책 참모인 밀러 부비서실장은 연단에 올라 커크의 이름보다 “두려움 없는 대통령에게 인사를 드린다”며 트럼프를 먼저 호명한 뒤 “찰리가 죽은 날 천사들의 눈물은 불꽃으로 변했다”며 “그 불꽃은 우리의 적들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분노로 타오르고 있다”고 했다. 그는 “폭풍이 전사에게 속삭인다. 우리는 사악함과 악의 세력을 이겨낼 것”이라며 “그들이 무엇을 깨웠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모두 안에서 일으킨 군대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에게 폭력을 선동하려는 자들, 증오를 부추기려는 자들에게 묻는다”며 “너희는 사악함이고 시기고 아무것도 아니다”고 했다. 대상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밀러 부비서실장은 평소 진보 진영과 좌파 세력을 공공연히 적으로 삼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찰리 커크 추모식에서 연설을 마친 뒤 커크의 미망인 에리카 커크를 안아주고 있다. /AFP 연합뉴스

트럼프는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라 “커크는 진실을 말한 죄로 과격화된 냉혈한 괴물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다”며 “이제 그는 미국 자유의 순교자”라고 했다. 트럼프는 “커크가 내게 마지막으로 한 말 중 하나는 ‘대통령님, 시카고를 구해주십시오’였다”며 “우리는 (군대를 투입해) 시카고를 끔찍한 범죄로부터 구해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도 ‘급진 좌파 미치광이들’이라는 표현을 반복하며 “찰리는 적들을 미워하지 않았는데 그게 내가 찰리와 의견이 달랐던 부분”이라며 “나는 내 적을 미워한다. 나는 내 적을 참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폭력은 대부분 좌파로부터 나온다. 급진 세력과 그들의 언론 동맹들, 가짜 뉴스 미디어라고 불리는 이들은 찰리를 침묵시키려고 했다”며 “모든 미국인은 젊은 남자를 죽이고자 하는 누구든 그런 비틀린 영혼과 어두운 정신을 똑바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찰리의 살해는 한 사람에 대한 공격이 아니었고 우리나라 전체에 대한 공격이었다”며 “찰리는 (피살되던) 2주 전보다 오늘 더 큰 존재가 됐다”고 했다.

21일 오전 3시 밤을 새운 수천명의 지지자들이 추모식장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박국희 특파원

시카고에서 온 마크 레이놀즈씨는 추모식을 본 뒤 “찰리가 생전에 많은 소셜미디어 구독자들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지진 않았다”며 “내 생각엔 이 비극이 결국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몰랐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좌파 세력에 대해) 깨어나고 분노하고 있다. 이제 진짜 미국을 위한 ‘터닝 포인트(전환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커크 암살 이후 트럼프가 진영 갈등과 지지층의 결집 강도를 더욱 높여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사태가 공화당과 MAGA 진영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7만명이 꽉 들어찬 객석 곳곳에는 추모식 내내 자원봉사자들이 ‘유권자 등록’ 안내를 하며 공화당 지지층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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