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했지만 0석’ 통일교…윤석열 통해 ‘정교일치’ 시도했나
헌법재판연구원 “종교 기반 정책 추진, 정교분리 위반”

특검의 국민의힘 당원명부 압수수색 1차 분석 과정에서 통일교 교인으로 추정되는 당원이 무더기로 확인되면서 정치권에서 헌법의 정교분리 원칙 위배 논란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이 “통일교 하청 조직으로 전락했다”며 정당해산 가능성을 경고하자, 국민의힘은 통일교 교인의 당원 가입은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권리라며 맞서고 있다.
통일교는 2000년대 들어 직접 정당을 만들어 전국 모든 선거구에 국회의원 후보를 낼 정도로 ‘종교의 정치화’에 공을 들였다. 1%대 득표율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여의도 정치권 진입 시도를 접었지만, 14년 뒤 정치와 종교의 경계를 무너뜨린 윤석열·김건희 부부라는 ‘약한 고리’를 통해 통일교 정책의 국가 정책화를 재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통일교가 그 대가로 폐쇄적 신앙 공동체 최대 강점인 정치적 동원력과 꼬리표가 붙지 않는 정치자금을 대통령 부부와 윤핵관 쪽에 제공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통일교가 직접 만든 정당…득표율 1%대 흑역사
‘245개 전 지역구 공천확정! 가족행복특별법을 만들겠습니다’.
2008년 3월13일 주요 일간지에 평화통일가정당 명의의 광고가 일제히 실렸다. 4월9일 치러지는 18대 총선 모든 선거구에 평화통일가정당 후보를 출마시킨다는 내용이었다. “가정을 바로 세우고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고 했다.
평화통일가정당은 통일교가 2007년 8월 만든 정당이다. 총재는 세계일보 사장 등을 지낸 곽정환 한국프로축구연맹 회장이 맡았다. 문선명 통일교 총재의 사돈이자 최측근으로, 한때 통일교 2인자로 꼽혔던 인물이다. 통일교는 2003년 천주평화통일가정당을 창당했지만, 이후 4년간 어떤 선거에도 참여하지 않아 2007년 3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정당등록이 취소(해산)됐다. 곧바로 재창당한 평화통일가정당은 여당이던 한나라당과 마찬가지로 전국 245개 지역구 전체에 후보를 내는 기염을 토해냈다. 제1 야당이던 통합민주당이 197개 지역구에 후보를 낸 것에 비춰보면, 평화통일가정당의 정치적 의지가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평화통일가정당은 비례대표 후보 명부도 13명까지 썼다.
‘곽정환 총재 상임특보’ ‘전 평화통일가정연합 일본 마에바시 지회장’ ‘참가정실천운동본부 지부장’ ‘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목사’.
지역구에서 기호 6번 또는 7번 등을 받은 평화통일가정당 후보들은 주로 통일교 목사나 교단 임원, 신자 등이었다. 성적은 처참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당선자를 합쳐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목표로 했지만,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245개 지역구에서 받은 표는 모두 33만4715표(득표율 1.94%)에 그쳤다. 정당 득표율 역시 1.05%(18만857표)로 기독당 2.59%(44만3775표)보다 한참 낮았다.

헌법 제20조…“종교의 정치 참여 허용, 정치권력 장악은 제한”
민주당은 ‘국민의힘 위에 통일교가 있다’고 주장한다. “특정 종교의 외곽 조직으로 전락” “정당이 아니라 통일교 하청 조직” “종교권력에 기생한 정치 집단”이라는 것이다. 정청래 대표는 “국민의힘이 통일교와 연루됐다는 것이 밝혀지면 정당해산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런 공세에 “특정 종교단체 소속 교인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반헌법적 공세라고 반박한다. 통일교 교인의 당원 가입은 헌법이 보장한 정치적 권리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대한민국에는 종교의 자유와 정당에 가입할 권리가 있다. 특정 종교만 정당 가입을 허용하는 일은 없다”고 했다.
헌법 제20조는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규정한다.
한국은 다종교 사회다. 지난달 28일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이 발간한 ‘정교분리원칙에 대한 헌법적 연구’(책임연구관 염지애) 보고서는 헌법 제20조가 “국가와 종교의 양방향적 성격을 내포한다”고 했다. 이 조항의 핵심은 “특정 종교를 우대하거나 차별함으로써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종교 간 우열을 조장하는 문제를 방지하는 데” 있지만, 동시에 “국가의 종교에 대한 중립뿐만 아니라 종교의 정치에 대한 중립 역시 헌법적 요청”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런 양방향적 해석을 통해 “종교의 정치 참여는 원칙적으로 허용되며, 그 영향력이 과도하여 정치권력을 구조적으로 장악하거나 공적 권위에 종교적 권위를 결합시키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고 했다. 종교단체 또는 종교인의 정치 참여는 헌법적으로 허용되지만, 정치 참여 의도와 영향력을 따져봤을 때 정당정치 등 공적 영역까지 흔드는 경우에는 헌법의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통일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출마한 대선과 국민의힘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등에 교단 차원의 조직적 당원 가입과 지원 등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구속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통일교 정책을 국가 정책으로 추진하는 조건으로 대통령 선거를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는 혐의가 적시됐다. 이를 헌법의 정교분리 원칙 해석에 겹쳐 보면, 통일교는 단순히 종교인의 정치 참여 수준을 넘어 정치권력(대통령·여당) 선출과 국가 정책(공적개발원조 예산 등)에 구조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헌법재판연구원 보고서는 “특정 종교적 배경을 가진 정당이 다수당이 되어 그 종교 교리에 기반한 입법과 정책을 추진하고, 국가가 이를 방치한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특정 종교에 대한 국가의 사실상 우대 또는 승인으로 보여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바로 국가의 종교 중립 요청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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