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살 돼도 귀엽고 싶다"… 고경표, 첫 개인전서 솔직한 고백

김태현 기자 2025. 9. 22.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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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신은 초록 장화부터 강릉 키스 목격담까지... '경표와 여름' 아티스트 토크 현장
배우에서 화가로, 다시 영화 제작자까지. 고경표가 자신의 첫 개인전 아티스트 토크에서 털어놓은 이야기는 작품만큼이나 솔직하고 유쾌했다. "나다운 건 없는 것 같다"며 웃음을 자아낸 그의 진솔한 고백과 함께 여름이 주는 자유로운 에너지, 그리고 앞으로의 다채로운 행보까지 공개됐다.

[우먼센스] "여러분 행복하세요"

9월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프린트 베이커리 PBG 한남에서 열린 '경표와 여름' 아티스트 토크를 마무리하며 배우 고경표가 건넨 인사였다. 그의 첫 개인전을 기념해 열린 이날 토크에서는 작품에 얽힌 에피소드부터 인생 철학까지 솔직하고 유쾌한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경표와 여름. 사진=프린트베이커리

"어릴 때부터 낙서 좋아했는데, 첫 프린팅 작업이라 부족했을 것"

프린트베이커리가 기획한 아트 프로젝트로 9월 10일 개막한 '경표와 여름' 전시는 고경표가 가장 사랑하는 계절인 여름을 주제로 한 회화와 사진 작품들로 구성됐다. 이날 토크에서 그는 "어릴 때부터 낙서하는 걸 좋아했지만, 처음 캔버스 작업이라는 걸 해봤다"며 "많이 부족하기도 했을 텐데 제가 느꼈던 것들을 잘 담아내려고 그림을 그렸고 굉장히 즐거운 마음으로 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름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름이 주는 에너지가 겨울보다는 의상도 그렇고 마음가짐도 그렇고 조금 더 자유로운 느낌"이라며 "제가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들에 대한 에너지가 좀 증폭되는 느낌이 있어서 여름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동도 겨울에 나가기는 어려운데 여름에 조금 더 마음이 가벼운 느낌이라서 어떤 걸 시작할 때 굉장히 좋은 계절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2년간 신은 초록 장화와 유머러스한 작품 제목들

전시장 곳곳에 숨겨진 캐릭터들에 대한 흥미로운 뒷이야기도 공개됐다. 고경표는 "전시장 건물 앞에 제가 옆으로 누워 있는 데 사진이 있는데 초록색 장화를 신고 있다"며 "그 장화는 실제로 제가 24살 때부터 착용해서 12년 동안 착용하고 있는 장화"라고 설명했다. "저는 비 올 때 우산 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실제로 장화를 신고 하얀색 일회용 우비를 입고 비를 맞으면서 걸어 다닌다"는 그만의 취향도 털어놨다.

'취침, 수영하고 왔는데.. 자면서도 어푸어푸'(2025). 사진=프린트베이커리.

특히 작품 제목에 담긴 유머가 눈길을 끌었다. 1층에 전시된 침대 머리맡 그림 <취침, 수영하고 왔는데.. 자면서도 어푸어푸>(2025)에 대해 "제목을 유심히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목이 좀 길다"며 "잘 때 보통 옆으로 누워서 자는 편인데 그게 수영할 때 숨 쉬는 모습과 좀 맞닿아 있는 것 같아서 이렇게 합쳐서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비행기 좌석 풍경을 그린 작품의 제목은 <이코노미 복도 좌석, 심리적 거리.. 밖이 보고 싶다>(2025)인데, 이에 대해 "이코노미 복도 좌석에 앉을 때마다 느꼈던 제 심리를 담아내고 싶었다"며 "옆 좌석 사람들이 모르는 사람이다 보니까 밖을 보고 싶은데 창문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걸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2층 전시작품 중 연인들이 키스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에 대한 흥미로운 탄생 배경도 공개됐다. 작품명이 <밤바다, 폭죽처럼 터지는 도파민.. 너희들 젊다>인 이 그림에 대해 고경표는 "개인전이 기획전에 가까워서 주제가 정해져 있는 채로 작업물들을 만들어야 했다"며 "사진 작업과 그림 작업에 대한 구도를 잡기 위해 강릉을 갔었다"고 설명했다.

'밤바다, 폭죽처럼 터지는 도파민.. 너희들 젊다(2025) 사진=프린트베이커리.

그는 "강릉 경포대가 젊은 열기로 굉장하더라"며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바다에서 첫 만남에 키스를 하곤 하더라. 제가 친구들이랑 맥주 한 잔 들고 밤바다를 구경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헌팅, 즉석 만남을 하시더라"고 회상했다. 이어 "한두 시간이 흘렀을까요? 여러 분이 계셨는데 두 분만 남으시고 다른 분들은 사라진 채로 남겨져 있는 두 분은 키스를 하고 계셔서 참 부럽기도 하면서 저런 모습들을 그림으로 그려보면 어떨까 메모장에 적어놨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밤바다 하면 요즘에는 바다에서 폭죽 놀이를 잘 못하는데 도파민이 터진다고들 하잖아요"라며 "터지는 이미지를 폭죽처럼 연상해서 이 두 분의 모습을 폭죽의 색깔처럼 형광빛 혹은 밝은 색감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작품 의도를 설명했다.

'버려져 가는 것들에 대한 슬픔' 담은 사진들

전시장을 가득 채운 사진 작품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풍경은 사실 공짜"라며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고 흘러 넘기는 순간들이 많은데, 사진을 찍음으로써 한 번쯤은 바라보게 되고 그 멋진 경관에 심취하게 되는 그 순간만큼은 저한테 굉장히 일상의 행복이 크게 찾아오는 순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코노미 복도 좌석, 심리적 거리.. 밖이 보고 싶다'(2025). 사진=프린트베이커리.

특히 녹슨 완강기와 오래된 노래방 간판을 찍은 사진들에 대해서는 "숙소는 너무 좋은데, 귀퉁이에 완강기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녹슬어 가고 있었다. 버려져 가는 것들에 대한 슬픔이 조금 느껴져서 사진을 찍게 됐다"며 깊이 있는 시선을 드러냈다.

"나다운 건 없는 것 같아요"... 솔직한 인생 철학

관객과의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더욱 진솔한 모습을 보였다. 한 관객이 "나다움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묻자, "나다운 건 없는 것 같다"며 "7월달 전까지만 해도 제가 개인전을 열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저는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살려고 한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가 계속 인지해야 되는 것 같다"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겠다고 하는데 어제는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다. 저도 아직 연습 중"이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고경표는 이번 전시에 대한 진솔한 마음을 털어놨다. 그는 "제가 이 전시에 와서 사람들이 제일 느꼈으면 하는 건 큰 거 없거든요"라며 "'그림 멋있다' 이런 건 크게 바라지도 않아요. 안 멋있는 거 저도 알기 때문에"라며 "한 번쯤은 웃으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이게 뭐야'라고 비웃음도 좋으니까 이 공간에 와서 저랑 대화를 나누면서 한 번쯤은 웃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그런 마음으로 이 전시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사진=프린트베이커리 

고경표는 "많이들 웃으셨으면 좋겠고 제가 비록 36살이나 먹었지만 귀엽다는 말 되게 좋아해요. 아마 60살이 되더라도 귀엽고 싶어요"라며 "많이들 귀여워해 주셨으면 좋겠고 웃다 가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해 특유의 솔직하고 유쾌한 매력으로 현장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부산국제영화제 출품작부터 드라마까지 다채로운 행보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고경표는 "9월 17일 부산국제영화제가 30주년을 맞이해서 감사하게도 제가 제작한 영화가 초청받게 됐다"고 발표해 박수를 받았다. 그가 제작과 출연을 겸한 영화 '미로(MAZE)'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비전' 섹션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됐으며, 레드카펫 행사와 무대인사, 관객과의 대화 등 다양한 일정에 참석할 예정이다.

드라마와 예능 활동도 이어진다. "식스센스 시티투어 시즌 2가 촬영에 들어갔고, 내년 1월에는 박신혜 배우, 하윤경 배우와 '언더커버' 드라마를 한다"며 "노래도 지금 하나 작곡해서 녹음만 하면 발매할 예정"이라고 다양한 활동 계획을 공개했다.

사진=프린트베이커리.

미래 작업에 대해서는 "조금은 무거운 주제가 될 것 같다"며 두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연예인으로서 사람들의 시선을 대하는 제 마음가짐 혹은 저를 괴롭게 했던 부수적인 것들을 웃어 넘길 수 있게끔 희화화시키려는 작업들을 생각하고 있고, 우리 모두에게 공평한 죽음에 대해서 설치 미술 쪽으로 해보려고 한다"고 예고했다.

여름의 서사와 여운을 담은 특별한 공간

한편 전시는 크게 두 가지 정서의 공간으로 구성됐다. 1층에서는 발자국이 남겨진 방과 함께 여행의 흔적을 담은 풍경들이 여름이 지나간 후의 회상과 여운을 불러일으키고, 2층에서는 푸른 해변이 펼쳐지며 번쩍이는 햇살과 모래 위의 자유로운 순간들을 재현한다.

해변을 재현한 모래조각 포토존과 함께 롬버스랩과 협업한 스페셜 에디션 랜턴 쉐이드, 헬렌카민스키와 함께 만든 특별 모자를 비롯해 티셔츠, 양말, 컵, 키링 등 한정 굿즈도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고경표는 기획자 송효정 씨를 소개하며 "올해 7월에 만나서 이렇게 저에게 제안을 주셨다"며 "그때부터 시간이 흘러 관객분들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돼서 굉장히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프린트베이커리.

기획자 송효정 씨는 "이번 경표 님의 첫 전시를 기획하면서 제 안의 여름도 무척 길어지고 흔들리고 채워졌던 것 같다"며 "여름은 오래돼서 바래진 사진이 더욱 값진 것처럼 시간이 지나도 그 빛과 결을 잃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2025년 경표 님이 남긴 여름의 순간들이 오늘을 함께한 여러분의 기억 속에서도 그렇게 오래 깊은 빛과 여운을 간직했으면 좋겠다"고 마무리했다.

전시 관람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네이버 예약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일반 관람은 1만원, 굿즈 패키지는 1만 8000원이다. 고경표의 첫 개인전 '경표와 여름'은 9월 22일까지 PBG 한남(서울 용산구 독서당로 87)에서 만날 수 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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