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살인자’ 석면 지붕…“정비 시급”

최인석 기자 2025. 9. 22. 05: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들어간 제품 사용이 금지된 지 16년이 지났지만, 농촌 곳곳에는 여전히 석면이 함유된 슬레이트 지붕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문제가 되고 있다.

일찍이 석면 슬레이트 지붕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80∼90대 어르신들이 자부담을 들여 석면 지붕을 제거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낡은 지붕에서 날아가는 석면 먼지로 인해 집주인은 물론 이웃에게도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발암물질을 없애는 데 앞장서달라"고 촉구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4년간 철거율 25% 그쳐
전국 곳곳 81만여채 방치
올 예산으론 최대 2만채 처리
새 지붕 지원은 없이 철거 급급
석면 위에 덧씌워 건강 해치기도
“정부, 발암물질 제거 앞장서야”
대구 달성군 도로 옆에 방치된 빈집의 슬레이트 지붕 모습.

# “석면 슬레이트 지붕은 위험합니다. 행정기관과 마을 이장이 협력해 빈집에 흉물스럽게 방치된 슬레이트 지붕을 서둘러 철거해 주민 삶의 질을 높여주기를 바랍니다.”(김형규·63·경북 성주군 초전면)

# “고령어르신들은 석면이 위험한줄 여전히 잘 몰라요. 위험한 물질이라고 하니 결자해지 차원에서 정부가 주민을 설득해 빨리 철거해줬으면 합니다.”(방춘모·65·경북 군위군 군위읍 이장)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들어간 제품 사용이 금지된 지 16년이 지났지만, 농촌 곳곳에는 여전히 석면이 함유된 슬레이트 지붕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문제가 되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낡고 부서진 슬레이트가 바람에 날리는 등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석면이 10∼15% 함유된 슬레이트는 불에 타지 않고 내구성과 경제성이 좋아 1960∼1970년대 ‘꿈의 소재’로 불리며 농촌 주택에 널리 사용됐다. 하지만 석면의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고,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모든 형태의 석면 취급을 금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공기를 통해 폐로 유입된 석면섬유는 폐 내 깊은 곳까지 들어가 수십년간 배출되지 않고 머물며 만성 염증을 불러오거나 폐암의 원인이 된다. 매우 낮은 수준의 석면 노출로도 흉부와 복부 외벽에 붙어 있는 막인 중피에 악성 종양인 ‘악성중피종’을 발생시킬 수 있어 ‘조용한 살인자’로 불리는 무서운 물질이다.

슬레이트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환경부가 2011년부터 철거에 들어갔지만 속도가 너무 더딘 것이 문제다. 환경부는 지금까지 슬레이트 건물 총 30만채 이상을 철거해 지난해말 기준 81만3704채가 남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14년 동안 전체 슬레이트 건물 중 4분의 1 정도만 철거한 것이다.

이는 예산 부족 때문이다. 정부는 2023년 ‘슬레이트 처리 지원 국고보조사업 업무처리지침’에 따라 동당 철거비를 700만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올해 예산이 국고 728억원과 지방비 728억원으로 전체 1456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올 한해 철거 가능한 최대치는 2만채다. 이는 현재 남아 있는 전체 슬레이트 건물의 2%에 불과하다.

경북 고령군 쌍림면의 오래된 슬레이트 지붕 모습.

경북 청도군 관계자는 “올해 철거 신청이 220채 들어왔고 8월말 현재 69%가 집행됐다”며 “올해 신청한 주택을 다 철거하지 못하면 내년으로 미뤄야 하는데, 내년 예산은 5억7000만원으로 올해(9억8000만원)보다 깎인 상태”라고 밝혔다.

철거가 진행된 이후도 문제다. 슬레이트를 걷어낸 곳에 강판 등으로 지붕을 씌워야 하는데, 비용이 부담돼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자부담으로 지붕을 씌울 여력이 없는 일부 노인들은 낡은 슬레이트를 제거하지 않은 상태로 그 위에 함석지붕을 덮어 사용하고 있어 석면 노출 위험이 더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경북 성주군 수륜면의 낡은 슬레이트 지붕 모습.

한기채 한국석면환경협회 호남지방 본부장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부족 등으로 철거만 하고 지붕을 덮어주지 않아 신청을 했다가 포기하는 사례도 많다”며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제대로 예산을 세워 석면으로부터 농촌 주민들이 안전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찍이 석면 슬레이트 지붕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80∼90대 어르신들이 자부담을 들여 석면 지붕을 제거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낡은 지붕에서 날아가는 석면 먼지로 인해 집주인은 물론 이웃에게도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발암물질을 없애는 데 앞장서달라”고 촉구했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