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MBK의 홈플러스 인수, '부동산'이 목적?…투자 전 "23개 매장 매각" 계획

박세인 2025. 9. 22. 04:3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MBK의 홈플러스 '먹튀 경영'] <상> 계획
2015년 인수대금 마련 계획 담은 투자설명서 입수
"인수대금 60%, 홈플러스 지분·부동산 담보로"
"부동산 가치 최대 6조3600억, 상환 가능성 커"
23개 점포 매각 후 재임대해 7000억 대출금 상환
대부분 매출 5000억 넘는 우량 자산 팔아 재임대
재임대로 발생한 임대료 부담이 재무건전성 악화
김승원 의원 "애초부터 부동산 투기 목적 인수"
올해 4월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MBK-홈플러스 기업회생신청 관련 야3당 정무위원 기자회견'에서 의원들이 MBK의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인수 당시부터 점포를 매각해 인수대금을 갚을 계획을 세웠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MBK는 홈플러스 지분과 부동산을 담보로 전체 인수대금의 총 60%를 빌린다는 계획을 세웠고, 예비 투자자들에게 매각 예정 점포 목록을 공개하면서 점포 매각 대금의 절반은 의무 상환한다는 약정까지 제시했다.

금융당국은 앞서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강등 직전 기업어음(CP) 등 채권을 발행한 것을 두고 '사기 발행' 의혹을 따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MBK의 홈플러스 인수 자체가 부동산을 노린 '투기성 인수합병(M&A)'이라는 의심까지 제기되는 것이다. 최근 대규모 개인정보가 유출된 롯데카드 해킹 사고의 원인으로 MBK의 인수 뒤 보안 투자 소홀이 지목되면서, 홈플러스와 롯데카드 양사에서 드러난 MBK의 경영 행태는 기업에 대한 투자·육성보다는 인수 자금 회수에만 몰두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21일 본보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홈플러스 인수금융 투자설명서(IM)에 따르면 MBK와 인수금융 주선 금융기관들은 전체 인수대금 7조1,850억 원 중 4조3,000억 원(59.8%)을 금융기관 대출로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대출은 총 세 개의 금융 구조(트렌치)로 설계했다. 2조4,000억 원 규모의 '트렌치 A'는 홈플러스 지분을 담보로, 7,000억 원 규모의 '트렌치 B'는 홈플러스테스코가 보유한 1조4,400억 원 규모의 부동산이었다. 트렌치 A와 트렌치 B는 홈플러스 전체 지분을 사들이는 데 쓰였다. 1조2,000억 원을 조달하는 '트렌치 C'는 지분 매입 대금과 별도로 기존 홈플러스가 테스코 금융 계열사인 체스헌트 오버시즈에 갚아야 할 대출 상환용인데, 총 3조1,200억 원 상당의 홈플러스 보유 부동산을 담보로 했다.

MBK는 투자자들에게 홈플러스가 보유한 부동산 가치를 부각하며, 상환 가능성이 높음을 강조했다. 투자설명서에는 "회사 보유 부동산의 가치는 약 6조2,700억~6조3,600억 원으로 평가되고, 추가 출점 제한 등을 고려할 때 회사가 보유 중인 부동산 자산은 전략적으로 희소성이 높은 자산"이라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회사의 자금 수요를 고려해 필요한 경우 일부 점포를 '세일 앤드 리스백(매각 후 재임대)'을 통해 현금화가 가능하다"고도 덧붙였다. 보유한 개별 점포의 부동산 시세 등 세세한 감정평가액도 모두 투자설명서에 기재했다.

MBK가 세운 연도별 매장 세일 앤드 리스백 계획

보유 점포 23개를 매각 후 재임대한 뒤 이를 통해 유입되는 대금으로 7,000억 원이 넘는 대출금을 갚는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했다. MBK는 2017년에는 동광주, 동대문, 서귀포 등 10개, 2018년에는 광주, 중계, 신도림 등 7개, 2019년에는 유성, 문화 대전 등 6개 매장을 각각 매각한 뒤 다시 임대해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투자설명서에 담았다. 그러면서 "대상 자산은 대부분 매출 5,000억 원 이상을 기록하는 우량 자산으로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임대 시 매년 임대료 지출이 불가피한데도 자금 조달을 위해 이런 방식을 선택하겠다고 한 것이다.

자산 매각 가격은 총 1조5,268억 원이고, 이 중 절반인 7,634억 원은 '추가 상환 재원'으로 쓰일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매각 후 재임대가 시작된 2017년부터 4년간 지출해야 할 이들 매장에 대한 임대료만 3,451억 원에 달한다는 점도 함께 적었다. 모든 매장 매각이 완료된 2020년 기준 추정 임대료가 868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약 17년 뒤 임대료가 매각 대금을 넘어서는 구조다.

실제 재임대로 발생한 임대료는 추후 MBK의 홈플러스 운영에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홈플러스는 2021년 이후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이 기간 매출은 완만히 회복했지만 인건비와 임차료 등 고정비를 감당하지 못한 영향이 컸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8월 홈플러스 평가보고서에서 "현금창출력 개선이 쉽지 않은 가운데 매장 리뉴얼, 임차료, 금융비용 등 자금 소요가 계속되고 있어 재무안정성 개선은 어려울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MBK가 홈플러스 인수 당시부터 대규모 부동산 대출을 받은 데 이어 부동산을 팔아 이 대출금을 갚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결국 홈플러스 사업의 본질인 유통이 아닌 점포 등 부동산에 투자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홈플러스가 회생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제기된 채권 발행 관련 불공정거래 의혹과 함께 올해 국정감사의 주요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김승원 의원은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가 애초부터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추진된 정황이 확인됐다"며 "국회에서 MBK의 투기성 M&A와 사기성 CP 판매 등 각종 문제점을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