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 경주 APEC 참석… ‘세기의 담판’ 열리나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5. 9. 22.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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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안보 돌파구 찾을 가능성
로이터 연합뉴스6년 전 악수하는 미·중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20국) 정상회의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고 있다. 트럼프와 시진핑은 지난 19일 통화에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해 마주 앉는다. 두 정상은 이번 계기에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뿐 아니라 전 세계 최대 현안 중 하나인 미·중 무역 전쟁과 관련한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2기 첫 미·중 정상회담이자 세계 경제·외교 질서를 흔들 ‘세기의 담판’의 무대가 한국이 되는 셈이다. 대통령실은 21일 “미·중 정상회담이 한국에서 열리는 것을 환영한다”며 “우리로서는 최대한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밤 시 주석과 3개월 만에 전화 통화를 가진 직후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때 시 주석과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했다. 두 정상은 모두 직전까지 APEC 참석 의사를 밝히지 않았었는데, 통화를 계기로 공식화한 것이다.

두 정상 간 만남은 트럼프 1기 때인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20국) 정상회의 때 이후 약 6년 만이다. 미·중 정상의 한국 동시 방문은 2012년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 후진타오 주석) 이후 13년 만이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한중 정상회담도 열릴 예정이다. 2014년 이후 처음 한국을 찾는 시 주석의 방한 형식은 ‘국빈 방문’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13년 만에 美中정상 동시 방한… 올해 최대 외교 무대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집권 후 첫 미·중 정상의 첫 만남 장소가 한국으로 정해지면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주목도는 한층 커지게 됐다. 당초 중국은 APEC 정상회의 전후로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하는 안을 강력히 추진해왔다. 극진한 환대·의전을 통해 트럼프의 환심을 산 뒤 관세 협상 등에서 자국에게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는 19일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전화 통화 후 소셜미디어에 APEC 정상회의 참석 사실을 알리면서 “중국 방문은 내년 초에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올해 미·중 정상의 ‘메인 이벤트’는 한국에서 열리게 된 것이다.

◇ 관세, 틱톡 등이 주요 의제

트럼프는 시진핑과의 통화 후 소셜미디어에 “무역, 펜타닐,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틱톡 매각 승인 등에서 진전을 이뤘다”고 했다. 양국 정상회담에서 의제가 될 것들을 예고한 셈이다.

가장 핵심은 관세 부문에서 양국은 현재 11월 말까지 상호 관세 인하 조치를 연장한 상태다. 양측 대표단은 상대국에 부과한 관세율을 115%포인트씩 대폭 낮추고 중국에서 미국으로의 희토류 광물 공급을 재개하는 내용의 ‘휴전 협정’을 90일씩 연장하면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톱다운’ 방식을 선호하는 트럼프의 특성상, 한국에서 시진핑과의 담판을 통해 ‘성과’를 내려 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양측의 이견이 커 완전한 합의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은 트럼프와의 통화에 대해 “건설적”이라면서도 “미국 측이 일방적인 무역 제한 조치를 피해야 한다”고 했다. 양측이 한국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면, 내년 초 트럼프의 중국 방문 때 최종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틱톡 매각 문제도 주요 현안이다. 트럼프는 “틱톡 거래 승인이 사실상 합의됐다”며 “알고리즘 소유권 문제도 잘 해결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시진핑은 “기업 의사를 존중하고, 중국 법과 규칙에 맞는 해결을 환영한다”며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미국 의회는 지난해 틱톡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을 경우 서비스 금지를 골자로 한 ‘틱톡 금지법’을 제정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유예하면서 매각 협상을 추진해왔다. 트럼프는 또 통화에서 펜타닐 문제를 집중 언급하며 “미국 사회가 직면한 마약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진핑은 이에 대해 공식 언급을 피했으나, 미·중 간 후속 협상에서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 종전과 관련해서도 풀어야 할 문제들이 있다. 트럼프는 기자들과 만나 “시 주석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원하고 있으며, 미국과 협력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이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도왔다는 이유로 비판해왔다. 이에 대해 중국이 전향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시진핑은 ‘국빈 방문’ 될 수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시 주석이 경주를 찾는다면 당연히 한중 정상회담도 추진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 역시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의 방한은 2014년 7월 이후 11년 만이다. 그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초청으로 한국을 국빈 방문한 이후 주한 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등을 문제 삼으며 한국의 초청에 응하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두 차례 방중했으나, 중국은 외교 관례도 어기며 답방을 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APEC 정상회의 참석과 별도로 시진핑의 국빈 방문 형식 일정을 소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빈 방문 형식이 된다면 공항 영접, 의장대 사열 등의 의전이 제공되며 환영식과 국빈 만찬 등이 열릴 전망이다. 국회에서 연설할 수도 있다.

트럼프의 방한은 2019년 6월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담 이후 6년 만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선 관세 문제와 비자, 안보 협상이 진전될지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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